교차로- 의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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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의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마라
  • 승인 2009.12.0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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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

박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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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지 마라

지난 11월12일 약사들이 일반인 약국 개설 허용 방침에 반대하며 기획재정부가 개최한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 공청회장을 점거하여 행사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날 서울시 한의사회, 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등 주요 의료단체는 하나 같이 전문자격사 선진화 방안을 철회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5월8일 서비스산업 선진화 방안에서 의료분야 전문자격사(한의사, 의사, 치과의사, 약사 등)의 진입 장벽 규제를 완화하겠다며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영리법인의 영리병원 허용과 더불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현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 중 가장 큰 논쟁거리이자 의료인에게는 생활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의료기관 수퍼마켓과 달라
의료인은 국가가 규정한 교육과정과 자격면허 검증을 거쳐 국가 차원의 의료업무를 위임 받아 행위하는 사람이다. 국가(정부 또는 공공기관)가 직접 나서 병원을 개설하고 의료인력을 고용하는 직접적 방식과는 달리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운영은 국가가 간접적으로 의료를 관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의료인의 배타적 의료기관 개설권을 특권이라고 보는 견해는 온당하지 않다. 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은 수퍼마켓을 차리는 것과 달리 국가 차원의 ‘의료’ 라는 공적 임무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 허용은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의료 본연의 목적보다 돈벌이 수단이라는 상위 목적을 합법적으로 허용해 주는 조치에 불과하다. 4% 은행이자 수익이나 불확실한 주식 채권 투자보다 병의원 개설은 훨씬 안정적인 고수익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각종 영리법인과 건물주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병의원을 개설하려 달려들 것이다.

주치의 제도 도입 더 시급
말이 좋아 ‘비의료인’이지 결국 돈 있는 건물주이거나 자금 동원력 있는 영리법인이다. 이들이 국민보건에 이바지하기 위해 의료기관을 개설, 운영할 리 만무하다. 단지, 보다 나은 수익처로 볼 뿐이다. 현 정부의 비의료인 의료기관 개설 허용은 ‘의료 서비스산업 선진화’라는 허울을 쓰고 의료를 자본의 손아귀에 떠넘겨 국민건강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료 서비스에 대한 최소한의 공적 기반을 붕괴시켜 의료 사영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의료를 탐욕의 바다에 내던지지 말아야 한다. 선진화는커녕 퇴행화 조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대신 의료보험 급여범위 확대, 전국민 주치의 제도 도입 등과 같은 의료의 공적 기능을 더욱 높여야 할 것이다.

박재만/ 녹색한방병원 한의사. 의료민영화 반대 모임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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