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잠시 신분확인 좀 하겠습니다
상태바
현장수첩- 잠시 신분확인 좀 하겠습니다
  • 승인 2009.12.04 15: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진성 기자

최진성 기자

cjs5717@http://


잠시 신분확인 좀 하겠습니다

마감을 하루 앞둔 2일 밤 모 한의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볼 일이 있어 한의협을 방문했는데 웬 낮선 사람들이 신분 확인을 하며 검문을 하더라는 얘기였다. 전문의 관련 문제로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학생들의 회관 점거 사태를 막기 위해 부른 경호업체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한의협이 경호업체를 벌써부터 불러 도둑이 제발 저린 것처럼 행동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차라리 당당하게 행동하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그 원장의 목소리에는 한의협에 대한 실망감이 다분히 느껴졌다.

전화 통화를 마치고 미안하지만 우선 그 원장이 겪었을 황당함에 웃음이 먼저 터졌다. 한의사협회 회원이 한의협을 방문했는데 난데없이 신분 확인과 검문을 받아야 했다니 어찌 보면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든다.

한의협도 아마 이런 행동을 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올해 3월 한의대생들로부터 점거를 당해 2주 간 업무가 마비됐던 속 쓰린 경험까지 있고, 더욱이 점거기간 동안 발생한 한의협 업무 공백, 직원들의 불편 등 많은 문제가 야기됐다. 이런 이유에서 한의협이 최소한의 방편으로 사설 경호업체에 보호 요청을 한 것은 무리가 아니다.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 한의협은 전문의 표방 1년 유예기간 동안 T/F회의며 각종 위원회를 통해 합의안을 도출해 왔고 직역 간의 의견을 최대한 조율하고 반영하겠다는 원칙을 밝혀 왔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배려 없이 이번 이사회에서 신규 과목으로 굳이 1개과목만 설치한 이유는 무엇인가?

명확한 대안 없이 1개 신규과목만 신설하게 된 것이라면 복지부 제안을 그대로 수용한 것과 다름없다. 한의계 모든 총력을 기울여 신규 과목을 늘렸다면 그 원장의 말처럼 당당하게 행동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의 집단행동이나 점거 시도도 수련체계 등 앞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 아직 미결정 상태이다 보니 명분도 적고 가능성도 적을 것이다.

또한 한의협은 공지를 통해 이런저런 걱정으로 경호업체에 시설 보호를 위탁해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겠다는 최소한의 설명 역시 일선 한의사들에게 전하지 않은 듯하다. 매사 일처리가 빈틈 없고 매끄러운 한의협이 될 수는 없을까.

“잠시 신분 확인 좀 하겠습니다”

행여 한의협을 방문했다가 낮선 사람이 신분 확인을 요구해도 놀라지 않길 바란다.

최진성 기자

0091207-현장수첩-한의협 경호업체-최진성(P)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