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38)- <時種通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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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38)- <時種通編>①
  • 승인 2009.11.26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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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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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438)- <時種通編>①

우리나라 자체 개발한 種痘治法

“처음에 자신의 집안에서 시험해 온 동네에 퍼뜨리고점차 고을로 확대해 접종하니 과연 痘毒은 가벼워지고 痘粒이 희미해져 백발백중 모두 살릴 수 있었다”

오늘날 인류 역사에 자취를 감출 날이 멀지 않았다고 자만하였던 급성 전염병들이 마치 부활하기라도 한 것처럼 다시 창궐하고 있다. 지역이나 국가 단위로 비교적 전염지역이 국한되는 경향을 보이던 과거 전염질환과 달리 이번 신종플루는 문명의 세계화 전략에 편승하는 듯 지역을 가리지 않고 한껏 맹위를 떨치고 있다. 시의적인 관심사에 맞춰 오늘은 대략 200년 전에 저술된 전염병 방역서 하나를 살펴 보기로 하자.

1817년(순조17)에 목판으로 간행된 이 책에는 서문이 붙어있어 간행경위를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저자는 李鍾仁이란 사람으로 자신이 의학을 공부하게 된 내력과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가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내가 어려서부터 두창 치료하는 방법을 조금 익혀 알고 있었는데, 무오년(1798년, 정조22) 겨울에 처음 동네에서 種痘書를 보았더니 楚亭 朴齊家가 소장한 <臨症指南>과 크게 달랐다. 드디어 널리 책을 찾아 참고해 보니 <醫宗金鑑> <蘭臺軌範> <種痘新書> 등에 모두 다 갖추어져 있었다”고 말하면서 <康熙字典> 속 痘字의 주석에도 역시 두창의 瘡汁을 콧구멍에 넣으면 두창이 발생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연원을 밝혔다.

저자는 처음에 자신의 집안에서 시험하여 온 동네에 퍼지게 되고 큰 고을로 확대하여 접종해 보니 과연 痘毒은 가벼워지고 痘粒은 희미해져 백발백중 모두 살릴 수가 있었다. 뒤에 또 朱純嘏가 지은 <痘疹定論>을 읽으니 운운하였는데 여기서 <두진정론>이라는 책은 康熙 년간인 1713년에 지은 책으로 조선의 <東艸單方>에는 ‘종두정론’이라고 표기되기도 하여 이 책이 조선 의가의 두창 접종법 연구에 널리 쓰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는 또 종두치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세인들의 비방과 폄훼를 받았던 듯, 雜術이라 낮추어 보지 않고 20여년을 고심하여 시행한 끝에 완치시킨 환자가 수천, 수백에 달해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라고 자부하였다. 아울러 종두는 불치병이 아니며 두창치료법 역시 잘 익혀야만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자신의 두창치료법이 진정한 ‘보영神方’이요 ‘痘家要法’이 된다고 장담하였다.

종두치법과 함께 기존에 전통적으로 행해왔던 時痘法을 한데 아울렀기에 두 가지를 합했다는 의미에서 ‘時種通編’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밝혀 놓았다. 뒤이어 그의 동생[家弟]인 李鍾元이 지은 발문에서는 좀 더 상세하게 당시의 두창 접종효과에 대해 기재되어 있다. “……두창 증세를 앓을 필요 없이 목 부위에 생긴 結核에서 痘毒을 빼내기 때문에 두창 증세는 매우 가볍고 두창 구슬이 매우 희소하며 收靨하는 시기도 時痘法에 비해 한결 빨리 도달하므로 이 종두법으로 낫지 않는 경우가 없고 예후가 좋다”고 확언하였다. 그 효과에 대해 100명의 어린애에게 접종한 경우, 1∼2명 정도 심해지는 경우가 있으나 종두 때문이 아니라 주의사항을 지키지 않아서라고 말한다. 나아가 그는 병이 생기기 이전에 병을 치료하여 증세를 가벼이 하고 병든 이를 살리는 것은 의약이 생긴 이래 오직 종두법 밖에 없다고 단언하는 한편 이종인이 우리나라에서 이 방법을 처음 개시하였다고 밝혔다.

당시 개발된 종두법이 ‘種痘始終凡例’에 실려 있어 개략적이나마 그 방법을 미루어 알 수 있다. 여기에 실려 있는 종두의 요령으로는 첫째, 종두를 배우는 자는 먼저 유행되는 두창의 위중한 증상을 겪어본 연후에 종두를 할 수 있다. 1주일 미만의 어린이에게는 종두를 할 수 없는데, 강보에 싸인 어린애는 조금이라도 風寒에 침범되었거나 음식에 상한 바가 없어 두창이 발생해도 예후가 좋은 경우가 많다. 중한 경우는 음식으로 보충이 되지 않거나 약을 먹여 치료하기 어려운 경우이니 접종할 수 없다. 8∼9개월이 지난 어린애는 혹간 접종할 수 있지만 역시 매우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종두는 반드시 먼저 두창을 앓고 있는 아이를 잘 골라야 하니 精神形氣를 가지고 논하되 기색이 혼암하고 눈동자가 흐리고 말소리가 짧고 숨이 가빠 새로 위중한 병에 걸린 자는 결코 접종해서는 안 된다. 두창은 본시 血毒이므로 항상 기혈이 응체하여 중증에 이르게 되니 장차 접종할 아이는 접종 전이나 접종 후에 四物湯을 복용시킨다. 얼굴이 붉고 체격이 실한 자는 生地黃이나 紅花를 넣고 얼굴빛이 희고 체격이 허약한 애는 熟地黃을 넣고 그 나머지는 모두 乾地黃을 넣는다. 1∼2살 아이는 3첩을 복용하고 4∼5세는 5첩을 먹인다고 하였다.

병증의 진행 경과에 따른 치법으로는 첫날에는 통증이 심하지 않으므로 투약하지 않으며, 2일째에는 허실을 막론하고 酒乳膏를 連服하고 升葛湯, 蔘蘇飮, 和中湯 등을 증세에 따라 구분하여 투약한다. 또 반진이 나타난 후에 신열이 사라지지 않는 자는 調元化毒湯을 써야 하고 열이 삭은 자는 애써 복약할 필요가 없다. 이튿날에는 사물탕을 통용하며 사흘째는 허실에 따라 歸茸을 써서 內托하거나 淸毒活血한다고 했다. 또한 두창은 起脹이 가장 큰 고비로 색깔이 담홍하거나 담백하면 마땅히 內托歸茸하되 첫날은 황기를 많이 넣고 인삼을 감하다가 2∼3일째에 점차 인삼을 더한다. 食補로는 닭고기나 양고기 국물, 붕어나 개고기 고은 물을 마신다. 접종하여 반점이 나타난 뒤 7일째에 이르면 거의 상처가 사라지는데 當歸丸을 먹인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철저히 傳變 단계별로 변증하여 이루어졌으며, 투약은 오로지 調治法에 의거하여 이루어졌고 특이증상(別症)이나 중증에는 다시 발열이나 반점 등의 증상을 고려하여 정해야 한다고 전제하였다.

안 상 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단장

091126-기획-고의서산책-時種通編-種痘治法-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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