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y & History(5) | 삼국시대의 무속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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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 History(5) | 삼국시대의 무속의료
  • 승인 2009.11.2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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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웅석

차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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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의학이 무속적인 것(?)과 완전히 결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대에 걸맞게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진화할 뿐이다”

한국사회에서 무속의료의 전통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쉽게 만날 수 있다. <신라법사방>에 보면 다음과 같은 처방이 나온다. “약을 먹을 때마다 ‘나무동방약사유리광불, 약왕약상보살, 기파의왕, 설산동자께서는 약을 베푸시어 병자를 낫게 하시고, 사기를 사라지게 하시며, 선신은 도우시고, 오장을 평화롭게 하시며 육부는 고르게 하시고 70만 맥은 저절로 통하게 하시며 팔다리와 몸통은 강건해지게 하시며 수명은 길어지게 하소서. 가거나 머무르거나 앉거나 눕거나 제천이시여 막고 지켜하여지이다’ 라고 동쪽을 향하여 한 번 축원하고서 약을 먹으라.”

이 처방문에는 어떤 약을 먹는지에 대해선 나와 있지 않다. 설사 언급했더라도 그 약이 갖는 의미가 여기에 실린 주문의 힘만큼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기 어려울 듯하다. 헌데 이러한 주술적 요법은 점점 사라진다. 즉 주문의 내용은 줄고 대신 약재의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에는 어떤 것도 무속과 연관되는 것을 거부한다. 심지어 전통 무속행위를 하는 사람들마저도 다른 적절한 용어를 사용하려 든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고대나 현대사회에서나 주문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 주문을 통해서 얻고자 했던 마음의 안정, 생활습관의 정돈을 고대와는 다른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에 작고하신 박찬국 교수님께서 종종 하신 말씀이 있다. “우리 전통사회의 ‘굿’과 현대의 ‘파티’는 공통점이 많다. 주인공이 반드시 있으며, 먹거리가 있고, 쇼를 보여준다. 전통굿에서는 작두타기 같은 다소 격한 쇼가 등장하기도 하는데 여하튼 이목을 집중시킨다는 점, 그리고 그 이벤트를 통해서 뭔가 마음에 응어리를 풀어가는 결과를 얻게 된다는 점이 같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은 心-氣-形의 패러다임 구조를 지녔다. 즉 정신활동과 체내의 에너지대사 그리고 그것의 결과로 나타나는 질병을 포함한 일련의 현상들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그리고 그 ‘심’을 중시하는 관념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쉽게 ‘무속’ 혹은 ‘주술’과 만나게 된다. 의학사적으로 볼 때 동아시아 전통의학은 ‘무속’이 기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무속적인 전통이 아주 강하다. ‘醫’의 옛글자가 ‘毉’였다는 점이 또다른 방증이다(사람을 치료하는데 무속적인 방법(巫)에서 약물을 쓰는 방법(酉)으로 진화해 감).

물론 중국의 전국시대에 편작이라는 사람이 등장해 의학은 무속과 다르다는 것을 강하게 설파하면서, 무속인들과 다른 의료인들의 전문영역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있고, 한국과 일본도 점차 무속적인 것과 구별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동아시아 의학이 그 패러다임의 영역에서 ‘심’자를 제거하지 않는 이상 무속적인 것(?)과 완전히 결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다만 시대에 걸맞게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는 방향으로 진화해 나갈 뿐이다.

차웅석/ 경희대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091126-칼럼-삼국시대-무속의료-차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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