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권한과 책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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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권한과 책임(1)
  • 승인 2009.11.2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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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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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과 책임(1) 

올 한해 의학계의 가장 큰 이슈였다면 아마도 신종플루였을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의 신종플루 확진 환자들이 본원에서 타미플루 복용 없이 한의학적인 방법으로 3일 내에 발열 구역 두통이 사라졌고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 이 3일은 傷寒論에서 언급한 太陽病 表解의 한계시간이기도 하며, 양방에서 타미플루를 5일 간 복용케 하는 것보다 이틀 빠른 수치이다.

신종플루를 비롯해 일반 감모 기관지 질환 등에 양약을 쓰지 않고 오는 환자일수록 호전도는 빠르게 나타난다. 이는 양약이 효과가 떨어지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양의학적 접근법과 한의학적 접근법이 방향성에서 틀리기에 나타나는 일이다.

그럼에도 한의계가 전국가적 비상선포를 하는 질환군에 대해 책임도 없고 권한도 없는 것은 그 자체로 국내 한의계의 위치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국가방역 보건사업과 위급‧응급질환을 다루지 않는 의료가 어찌 그것을 담당하는 양방체계와 같은 권한과 지위를 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왜 우리는 그런 책임과 권한과 지위를 얻을 수 없었을까.

한의계 스스로 로컬에 신종플루 환자가 왔을 경우 적절한 대처가 가능할까? 이것은 각 대학과 로컬의 실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만약 폐렴 및 기타 뇌질환의 전변 및 사망사고에 대해 의료적 대처가 아닌 사회적 대처능력이 있는가!를 말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바로 일선 로컬까지 신종플루에 대한 매뉴얼이 작성 가능하며 전달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동시에 로컬에서 한의학적 방법으로 치료했고 發汗해야 하나 發汗하지 못하고, 衄血이 있어야 하나 있지 못하고, 下法을 써야 하나 汗法을 써서 나타나는 각종 오치로 인한 괴병에 대해 적절히 트랜스할 수 있는가. 또한 그 트랜스를 감당할 곳으로써 대학한방병원이 적절한 기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누구도 섣불리 확신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양의계와 달리 우리는 그러한 확신을 하기 힘든가? 그것이 한의학적 치료법의 한계에 기인하는 경우는 적어도 내가 본 경우에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겪은 환자군에서 교과서적인 고전에 입각한 치료는 비세균성 질환에 있어서 압도적으로 양의학적 방법론에 비해 우위라고 장담할 수 있다.

머뭇거림의 근저에는 끝끝내 어쩔 수 없는 환자에 대해 사회적으로 “최선을 다했으나 사망했다”고 의료에게 면책을 줄 수 있는 분위기가 한의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의학적 관점에서 각종 플루 사망환자의 사망과정 기사를 보면, 그 날자와 치법을 통해,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때 비강사혈을 했다면, 저런 경우에 하법을 썼다면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텐데, 라고 보이는 환자군이 꽤 있다. 즉 많은 환자가 “어쩔 수 없이” 사망한 것이 아니라 “한의학적 방법”으로 충분히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음에도 사망을 했다. 반대로 한의학적으로 “힘든” 환자들이 양의학적 방법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천 명에 한 명의 사망자가 나오더라도 면책을 받는 곳과 만 명에 한 명이 사망해도 질타를 면할 수 없는 곳의 차이는 무엇일까. 한의계가 사회적 면책권을 부여 받지 못한 원인은 무엇인가! -계속.

장혜정/ 봄내한의원 원장

091126-칼럼-신종플루-한의학-면책권-장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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