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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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9)
  • 승인 2009.11.26 2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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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mjmedi@http://


고혈압과 위기 이상

위기 병변으로 인한 고혈압 行針법으로 치료 가능
침 한번 맞으면 투약 없이 1주일 가량 혈압 조절
침 효과 行針 전 준비동작 유무에 따라 꽤 달라져

생활습관병의 하나로 분류되는 고혈압은 평생 동안 약을 먹으면서 관리해야 하는 병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환자도 별다른 저항 없이 따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평생 동안 먹는 혈압약은 고혈압으로 인한 부작용과 합병증을 늦춰줄 뿐이고 고혈압을 치료하지는 못한다는 사실 또한 잘 알려져 있다.

고혈압(高血壓) 치료 방법의 개발은 세계 의학사의 엄청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며 환자의 생명을 귀하게 여기는 의사들의 염원이기도 하다. 물론 환자들은 다시 없는 희소식으로 환영할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똑 같이 치료하는 일률적인 방법으로는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울 것이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다. 고혈압의 원인이 다양하고 체질이라는 사람의 바탕도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위기(衛氣)의 병변(病變) 역시 고혈압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위기의 부득설월(不得泄越), 부침(浮沈), 역행(逆行) 등 여러 가지 위기의 병변으로 혈압 이상증상이 생긴 경우는 위기의 이상을 정상으로 회복시키는 행침(行針)법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많은 한의원에서 혈압 환자를 침으로 치료한다면 한국의 한의학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 당연하며, 체계적인 논문으로 발표된다면 세계 의학계의 주목을 받기에도 충분할 것이다.

필자는 약을 쓰지 않고 침, 부항의 치료만으로 혈압을 정상 수준으로 회복시킨 경우가 여럿 있다. 혈압과 관련한 임상사례 중에 몇 개를 소개한다.

한 경우는 현재 40대 초반의 나이로 아*산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필자의 대학시절 동아리 후배다. 30대부터 고혈압이 생겨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는데 간혹 일이 너무 힘들거나 일상의 여러 일들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혈압약으로도 혈압이 조절되지 않고 극심한 두통으로 고생해 왔다. 그럴 때마다 선배인 필자에게 와서 침 치료를 받은 지가 수년째다.

어느 날은 며칠째 혈압이 조절이 안되고 두통이 심해서 노바**를 한 번에 2알을 써보라는 의사의 처방에도 전혀 차도가 없다고 하면서 찾아왔다. 소음인 체질의 이 후배는 그날도 속골혈에 침을 맞고 두통이 없어지고 머리가 가볍다고 해서 1시간이나 유침을 했었다. 160이 넘던 혈압도 침을 맞고 쟀을 때 140 이하로 떨어졌음은 물론이다. 한 번 침을 맞고 가면 혈압약을 먹지 않아도 약 1주일 정도는 혈압이 조절된다고 한다. 직장생활과 대학원을 병행하느라 바쁜데다가 거리가 멀어서 규칙적으로 치료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무척 아쉽다.

또 한 경우는 필자의 한의원 근처에서 노점을 하시던 분이다. 재작년 이맘 때쯤 80세가 넘은 나이의 키가 작고 깡마른 할머니가 치료를 받으러 오셨다. 증상을 물어보니 머리가 아프고 기운이 없다고 하기에 혈압을 재니까 190/120인데 혈압약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진찰을 해보니 체질은 소음인, 체형은 우하형이다. 왼쪽 천주혈에 침을 놓고 나서 두통을 물어보니 괜찮다고 한다. 혈압을 재보니 놀랍게도 120/80으로 떨어져 있었다. 그 후에도 1주일에 1번 정도씩 같은 증상으로 침을 맞았는데 그 때마다 혈압이 정상범위로 떨어졌다. 그러다 한 번은 기운이 너무 없다고 하면서 왔는데 혈압을 재보니 90/70으로 떨어져 있었다. 마찬가지로 천주혈에 침을 놓고 나서 다시 혈압을 쟀을 때는 120/80으로 돌아왔다. 노점상 단속 이후로 근처에서 다시 보지는 못했지만 노점을 하던 근처를 지날 때마다 항상 100원짜리 동전으로 계산을 하시던 할머니가 생각난다.

한 번 침 맞고 나서 10일째 혈압이 정상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주위 분의 추천으로 내원했다는 40대 중반의 여자 환자가 왔다. 주증상은 두통과 어지럼증이며 평소 혈압이 높았는데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해서 아직 혈압약은 먹지 않고 있다고 했다. 혈압을 재보니 150/110이었다. 침을 놓기 전에 일어난 시간을 물어보니 마침 태양경(太陽經)에 위기가 있는 시간이었다. “침을 맞으면 혈압까지 떨어질 겁니다. 지금 혈압은 이렇게 나오니 침 맞고 나서 다시 혈압을 재보고 비교해 봅시다” 하고 말해주고 나서 세심하게 문법(捫法), 절법(切法), 추법(推法), 탄법(彈法), 조법(抓法)의 보법 전(前) 5단계를 하고 나서 숨결을 잘 살피며 천천히 침을 놓았다. 침을 놓고 5분 후에 두통과 어지럼은 없어졌다고 한다. 침을 빼고 나서 혈압을 재보니 120/80으로 내려가 있었다. 열흘 후에 전화를 해보니 두통은 아직까지 없고 혈압도 안정적이라면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한의계가 어렵다는 말들을 많이들 한다. 그러나 국민의 침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침의 효과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강하다는 것은 경험해 보면 안다. 단 1회의 치료만 가지고도 디스크로 고생하던 환자가 일상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게도 하고, 1회의 침치료로 혈압이 정상상태를 유지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효과를 내기 위한 한의사의 노력에 비해 침의 수가가 터무니없이 적은 것도 현실이다.

우리는 환자가 왔을 때 침을 어디에, 어떻게 놓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서 시간을 잘 맞춰서 침을 놓아야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 〈위기행(衛氣行)〉편의 요지다. 필자도 환자의 위기 소재시간에 맞춰서 침을 놓기 시작하고 난 후에 치료율이 전보다 훨씬 나아졌음을 느낀다. 또한 침 효과의 질(質)은 행침(行針) 전에 행하는 준비동작의 유무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도 경험한다.

대표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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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cho 2009-11-30 10:38:02
참 기쁘네요..한의학 연구원 같은데서 백각침법의 고혈압 치료 효과 같은것
case controll 스터디 해보면 참 좋을것 같은데 그러면 떳떳하게 국민들과 양의사들에게
한의학이 고혈압을 치료할수 있다고 주장할수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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