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0)
상태바
이재성의 진료의 기술(40)
  • 승인 2009.11.26 2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재성

이재성

mjmedi@http://


진료의 기술(40)

희망으로 마무리 하십시오

“환자에게 하얀 거짓말이라도 하세요. 의사의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습니다. 환자가 겁 먹게 하지 마십시오. 적어도 환자 앞에서는 낙관주의자가 되세요.”

최근에는 어려운 질환을 다루는 한의사들이 많아졌습니다. 한의원이 그저 통증 컨트롤이나 하고, 혹은 보약이나 짓는 의학이 아니라, 치료의학임을 입증하는 멋진 일입니다. 이 때 환자의 낫고자 하는 의지는 실제로 병을 낫게 하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좌절하거나 우울해 하면 병은 악화됩니다. 자신의 신세에 대한 분노나 원망 역시 치유를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그렇다면 원장님께서 치유를 돕는 길이 꼭 한약이나 침구치료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아실 겁니다. 환자의 마음을 밝게 살리는 것이야 말로 치료에 가속도를 붙이는 가장 중요한 요소 아닐까요?

때로는 환자에게 경고나 훈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무거운 병명을 진단 받은 환자는 그 마음 속에 두려움과 걱정이 있습니다. 더 이상 경고는 불필요합니다. 이 때 진정 필요한 것은 희망과 격려입니다. 종교가 있는 사람에게는 자기가 믿는 신이 희망의 통로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러나 종교가 없는 사람에게는 의사가 희망입니다. 원장님에게서 희망을 느끼지 못하면 환자는 절망 속에서 헤맵니다. 환자에게 ‘뭐든지 고쳐주겠다’고 허풍을 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환자는 ‘나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 합니다.

“지금 당신의 상태는 매우 심하고 위험한 상태에요. 치료 열심히 받으셔야 돼요” 라고 마무리하지 마십시오. 대신, “지금 OOO님의 상태는 솔직히 매우 심한 상태에요. 그러나 제가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OOO님도 열심히 치료 받으시고, 이렇게 저렇게 하면 꼭 더 빨리 나을 수 있을 겁니다. 마음을 어떻게 먹는가가 굉장히 중요해요. 희망과 믿음을 가지고 우리 꼭 이겨냅시다.” 이런 식으로 해보십시오.

혹시 병원 스텝으로 계시면서 매일 회진을 도시는 선생님이 계십니까? 회진시간은 환자의 좋아진 면을 단 한 가지라도 발견해 그에게 희망을 주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 것이 안보이면 하얀 거짓말이라도 하세요. “오늘은 안색이 한결 좋아 보입니다” 라고 말할 수도 있고, 만약 안색이 안 좋으면, “아, 오늘은 표정이 밝아 보여요.” 만약 그렇지도 않다면, 그냥 “오, 오늘 느낌이 좋은데요?” 라고 말하시면 됩니다.

환자들에게 용기를 주십시오. “꼭 두 발로 걸어나가게 될 겁니다.” 이 한마디가 듣는 환자에게 엄청난 힘이 될 것입니다. “중풍이 뭐 감기인 줄 아세요? 운동을 열심히 해도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지는 않아요. 목발 짚고 화장실이라도 혼자 갈 수 있으면 다행이에요. 그러니까 운동 더 열심히 하시라구요.” 이렇게 말하면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습니까? 콱 죽어버리고 싶지 않을까요?

희망은 희망 하나만으로도 강력한 파워를 냅니다. 희망에 믿음이 더해지면, 믿는 그 의사의 손수건만 그 사람한테 얹어도 병이 낫는 겁니다. 의사의 말은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죽일 수도 있습니다. 환자에게 어두운 전망을 말하며 겁 먹게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상태가 심각하더라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내 환자에게 전해 주십시오. 적어도 환자 앞에서는 낙관주의자가 되십시오. 환자의 마음을 살리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lkmri.org)  

091126-칼럼-진료의기술-희망-용기-이재성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