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산한약재 육성정책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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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산한약재 육성정책 실효성 의문
  • 승인 2009.11.19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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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 기자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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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산한약재 육성정책 실효성 의문
한의사들 효과불신, 농가들은 생산 기피

국산 한약재 육성정책이 개원가는 물론 농가로부터도 외면 받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년 이상 농가 수입증대와 수출용 약용작물 육성을 위해 한약재 50여종 이상을 농가에 보급해 왔다. 1990년 후반 생산량이 부족했던 국내 한약재는 정부가 2005년부터 농림수산식품부와 각 지자체 농가지원금 등을 포함해 매해 60억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한 결과 1990년 전체 재배면적 9200ha(생산량 3만900t, 생산액 4320억원)에서 2007년 기준 전체 재배면적 13500ha(생산량 6만132t, 생산액 8219억원)까지 증가했다. 새로운 재배기술이 개발되고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크게 늘어 국산한약재생산량이 증가한 것이다.

헌데 정작 한의사들은 효능을 이유로 국산 한약재 사용을 기피하고 농민들 역시 농가수입을 이유로 중도에 생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결국 정책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국산 한약재 보급정책이 생산자 소비자 모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 채 국가예산만 낭비하는 꼴이다.

농가들 약초재배 기피하게 된 이유는
생산원가에 비해 농가소득 도움 안돼

농가에서 약초 재배를 기피하는 주된 이유는 생산원가에 비해 농가소득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점이다. 2005년 산청군은 약초 재배단지 조성에 4억4300여만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농가 149가구에서 장뇌삼을 비롯해 목본류 11종과 초본류 9종 등 77ha에 약초 재배단지를 조성한 바 있다.

의욕적으로 약초재배를 추진한 군의 의지와는 달리 얼마 후 170여 한약재 재배농가 중 작목반 2곳과 개인 1명 등 총 17농가가 지원금 수령을 포기하는 각서를 군에 제출했다. 약초 재배농가에 지원되는 지원금 단가가 묘목대와 종자대의 50%에 불과해 재배에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을 묘목과 종자 대금 같은 지원예산으로 충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다른 지역도 엇비슷하다. 제천에서 몇년 전까지 감초재배를 했던 신모씨(백운면 가정리)는 이제 감초재배를 포기한 상태다. 신 씨는 “농가소득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감초를 재배했으나 막상 토질과 기후 탓인지 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약재로 납품될 경우 상인들은 크기가 굵고 실한 감초를 요구하는데 실제로는 작고 가는 감초만 생산됐다”며 “성장을 좋게 하려고 퇴비를 많이 줘보기도 했지만 생각처럼 잘 안돼서 지금은 황기나 천궁으로 작목을 바꿨으나 별다른 재미를 못봤다”고 말했다.

국산한약재 기원과 기미 부족
기미론과 기능성, 관점차이 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내에 유통되는 430여 한약재 중 국내에서 생산되는 인삼, 당귀, 천궁, 백작약, 사삼, 백하수오, 지황, 고본, 작약, 오미자 등 100여종을 제외한 나머지 330여종은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입 의존률이 높은 감초와 백출 등은 자급률이 거의 1~3%로 분석될 정도다. 때문에 농촌진흥청에서 수입 의존도가 큰 한약재의 품종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는 일을 수행하고 있지만 국산 한약재가 한의원 임상현장에서 활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산 한약재가 재배형태이다 보니 산에서 자생하는 형태의 약재 기원에 맞지 않고 육종 과정 중 성질이 변형돼 기미론적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피국현 공덕한의원장은 “고도가 높은 곳에서 자라 기운이 충만한 약재를 한의사들은 선호하는데 국산한약재는 그 향과 기운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며 “임상적으로 국산 한약재의 효능이 확실하게 검증되기 전까지 국산 한약재가 설 자리는 넓지 않다”고 분석했다.

농진청은 한의계 주장에 손사래를 친다. 박춘근 농진청 약용식물과 박사는 “기미론 등을 중시하는 한의계 주장과 달리 국내산 약재의 약리성분은 뛰어나다. 감초만 보더라도 글리칠리진(glycyrrhizin) 성분이 중국이나 러시아 감초에 비해 월등한 것으로 조사됐고 크기나 형질도 훨씬 우수한 국산 한약재도 많다”고 역설했다. 결국 약재 기준을 놓고 농진청 측과 한의계가 평행선을 달리는 셈이다. 한의학 세계화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농진청은 이런 점을 인식한 듯 올해 2월 한의사 1명을 인삼약초가공팀 연구관으로 채용하는 등 전문성 강화에 나섰지만 아직 역부족으로 보인다는 게 한의계 중론이다.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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