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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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 승인 2009.11.1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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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권영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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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겨줄 것인가?

동제의학교 국립대학으로 재탄생
학자로서 열정, 허준 정신 되살려

지난 11월5일 우리 ‘한의전(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뜻 깊은 행사를 개최하였다. 대학원 설치 이후 1년 간의 임사교사 시절을 마감하고 올해 초에 완공된 양산캠퍼스 한의학관에서 국학으로서의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육을 위한 개원을 선포하였다. 또한 올해 UNESCO에 등재된 동의보감을 저술한 허준 선생의 동상을 제막하면서 학생들은 자랑스러운 허준의 후예가 될 것을 다짐하였다.

한의전의 개원은 대한제국 고종 황제의 ‘동제의학교(同濟醫學校)’가 강제로 폐교된 지 100년만에 국립대학의 전문대학원으로 새롭게 탄생한 역사적 의의가 있다. 고종의 퇴위로 ‘동제의학교’가 문을 닫게 되었을 당시, 김영훈 선생을 비롯한 한의학의 원로 선배들의 모임인 ‘팔가일지회(八家一志會)’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러한 역사가 오늘의 결실을 이루었듯이, 개원을 계기로 이제 새로운 역사를 위하여 후배들이나 자손들에게 무엇을 남겨줄 지를 생각해 보게 된다.

양방 의과대학에 강의를 가면 꼭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첫째, 허준 선생은 한의학을 전공하는 한의대 학생들이나 한의사들만의 선배 혹은 선조가 아니라 의료인 모두의 위대한 선배이자 선조이라는 점이다. 둘째, 전쟁의 와중에 무선 인터넷을 연결하여 언제든지 네이버에게 물어볼 수도 없던 시절에 피난길에서도 의학서적을 가지고 다니며 집필을 계속한 집념이 있다는 점. 셋째, 우리나라 사람이 저술한 의학서적이 판본을 거듭하며 해외에서 읽혀지는 소위 베스트셀러인 의학서적이 과연 몇 개나 있는지를 질문해 본다.

위대한 노벨의학상을 받을 수 있는 후학들이 언젠가 우리나라에서도 나오겠지만 아마 그 이전까지 허준 선생에 버금가는 존경을 받을 의학자는 없을 것 같다. 허준 선생은 우리에게 자랑스러움과 성실로 뭉쳐진 집념 그리고 위대한 저술을 남겨주셨다.

허준 선생을 생각하며, 이제 우리 한의사도 후배들이나 자식들에게 재산이나 명예를 남기려하지 말고, 이웃을 위해 성실하게 환자를 진료하셨다는 모습을 남겨주고, 그 후덕으로 자식들이나 후배들이 어디를 가도 그 분의 자녀, 그 분의 제자라고 인사를 받을 수 있게 존경을 남겨주며, 한의학이나 국민보건을 위한 ‘열정’을 남기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한의전 개원기념 심포지엄을 개최한 다음날 연이어 마련한 1학년 특강에서 칠순을 넘긴 Duke대학 원로 물리학 교수의 ‘학자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열정’이라는 말씀도 허준 선생의 정신에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정을 가진 한의사와 그 후배들이 넘쳐나 건강한 나라를 꿈꾸어 본다.

권영규/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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