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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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바다에서 살아남기(7)
  • 승인 2009.11.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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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우

이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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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 선택할 때 통증의 외침에 주목하라
통증 진단에 큰 도움… 통증 질환 經病 絡病 구별

絡病, 좌우통증 대칭으로 나타나
經病, 한쪽으로만 통증이 나타나 

통증은 왜 생기며 어떻게 해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는 통증을 호소하는 모든 환자와 치료를 담당한 의사의 염원이며 숙제다. 특히 환자의 입장에서 통증의 해소는 가장 시급한 문제로 인식된다. 통증이 심해지는 것이 병의 진행을 반증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엇보다 통증 자체가 견디기 힘들고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통증이 빨리 덜하게 해주어야 할 목표가 되기도 하지만 통증 자체가 진단에 크게 도움이 되기도 한다. 통증을 일으키는 병은 크게 경병(經病)과 락병(絡病)의 2가지로 구별할 수 있다.

예전 한의사 통신망(AKOM)의 동의학당에도 관련 글을 올린 적이 있지만 경병과 락병은 완전히 다른 병리기전에 의해 나타나게 되며 통증의 양상도 사뭇 달라서 락병(絡病)은 좌우의 통증이 대칭으로 나타나고 경병(經病)은 병이 진행되어 통증이 계속 있다고 해도 한쪽으로만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황제내경영추27 주비>에 경병과 락병의 구별에 대해서 자세히 나타나 있다. 중비(衆痺)는 풍한습(風寒濕)의 사기가 인체에 들어와서 통처가 좌우 대칭으로 이동하는 병이고 주비(周痺)는 사기가 혈맥을 타고 상하로만 이동할 뿐 좌우로는 옮겨 다니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한쪽 다리만 땅기고 아픈 디스크와 대부분 좌우 대칭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류마티스성 관절염이 락병의 중비와 경병인 주비의 대표적인 예라고 하겠다.

경병과 락병을 구별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병의 치료법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락병은 무자(繆刺)로 치료하고 경병은 경(經)에 침(針)을 놓아서 치료하라고 하는 것이 경전(經典)의 지침이다. 그러나 락병이 경병에 비해서 가볍거나 정도가 덜하거나 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의학에서 풍한습의 사기가 통증을 일으키는 병을 통칭해서 비병(痺病)이라고 하며 중비(衆痺)와 주비(周痺) 모두 통증의 괴로움 뿐만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험중한 상황까지 초래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병명 중에 디스크가 있다. 허리가 아프면서 한쪽 다리로 통증이 뻗치는 증상을 주로 호소하는 이 질환은 한의원에서 침으로 치료해서 특히 잘 낫는 병의 일종이다. 최근 반룡수진회의 세미나에서 소개한 디스크 임상례의 환자는 충청도에서 소개 받아 온 케이스다. 6월 어느 날 전화로 MRI 상 가벼운 벌징 디스크로 진단 받고 양방병원 입원치료 후 차도가 없어서 한방병원에 옮겨서 입원치료를 하는 중인데 통증이 여전해서 꼭 필자에게 침 치료를 받고 싶다는 연락이 와서 일요일에 약속을 정했다. 환자는 40대 중반의 여성으로 서울까지 2시간 동안 차를 타고 와서 침 치료를 받았다.

먼 길을 오느라 통증이 더 있다고 하면서 오른쪽 하지의 통증을 호소했지만 그래도 환자의 좌우를 잘 살펴보고 나서 우측 합곡에 약 10분 동안 문, 절, 추, 탄, 조법의 보법 전 단계를 실시하고 호흡에 맞춰서 침을 놓았다. 10분 후에 물어보니 하지통이 없어졌다고 한다. 10분 정도 더 유침을 하고 나서 발침하면서 보법의 마지막 단계인 폐문으로 마무리했다. 약 20일이 지나서 일부러 침을 한 번 더 맞기 위해 들른 환자에게 경과를 물어보니 침을 맞자마자 통증이 없어지고 활동에 크게 불편함이 없어서 다음날 월요일 퇴원 후 바로 출근해서 회사도 잘 다녔다고 한다.

經典 “락병 繆刺로, 경병 經에 침 놓아 치료” 지침
디스크도 1혈의 침치료로 즉각적 지속적 효과 보여

또 며칠 전에는 디스크로 진단 받고 8월부터 2달 동안 양방병원에 입원해서 물리치료, 견인 치료 등의 보존적인 치료를 받다가 통증이 덜한 상태로 퇴원했는데 다시 일을 시작하니 통증이 재발해서 여기서 치료 받았던 동료의 추천으로 왔다고 하는 40대의 남자환자가 있었다.

이 환자 역시 우 하지통을 호소했는데 일어난 시간에 100각 시계를 맞춰서 위기 소재가 태양경에 있을 때 우측 속골에 침을 놓았다. 다음 날 와서는 자기 전까지 편했는데 자고 나서 일을 하니까 다시 똑 같은 정도로 아프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은 일어난 시간을 기억 못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침을 우측의 통곡혈로 바꾸어 놓으면서 일어난 시간이 중요하니 내일은 꼭 기억을 하도록 신신당부를 하고 보냈다.

다음날 와서는 더 아프다고 짜증스럽게 말하면서도 일어난 시간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정확히 태양시에 맞춰서 문, 절, 추, 탄, 조법을 쓴 후에 혈자리를 확인하고 다시 통곡혈에 침을 놓았다. 4번째로 와서는 아직까지 일 해도 통증이 없다고 하면서 침을 맞고 간 이후로는 오지 않는다. 일주일 뒤 전화로 확인해 보니 생활에 크게 불편함이 없이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심하지 않은 디스크라도 생활에 불편함을 주지만, 치료하기에 따라서는 1혈의 침 치료만으로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 경병 락병의 구별, 환자의 상하좌우 체형에 따른 혈의 선택과 수기법이 치료의 관건이 되지만 환자의 위기 소재에 따른 치료시간의 선택은 필수적인 선행조건이 된다.

디스크의 대표적인 증상, 즉 한쪽 다리로 나타나는 통증은 서두에서 언급한 경병과 락병의 구별에 큰 도움을 준다. 의사가 좌, 우 어느 쪽의 혈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될 때는 환자의 증상, 통증의 외침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해준 의사에게 보내는 환자의 신뢰는 주위 환자의 소개로 이어져 병원 경영에 도움이 되며 의사의 보람이기도 하다.

대표 집필= 이정우/ 동의형상의학회 반룡수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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