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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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1)
  • 승인 2009.11.0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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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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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마 길들이기 한방차

한약재 관련 전통차 출현

동서양 막론 우리가 처음

한의사 허담이 쓰는 한방차 이야기(1)

한의사로서 10여 년 간을 약재의 산지를 찾아다니며 약재에 대한 애정이 깊이 들었다. 약재를 연구하며 한방을 생활 속에 응용할 방안을 찾다보니 거기에 한방차가 있었다.

에필로그
동양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자연을 받아들이고 자연의 소산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익숙하다. 문화가 시작될 무렵의 고대인들은 주변의 많은 초근목피들을 맛보고 달여 먹으며 생활 속으로 그것들을 불러들였다. 이것이 아마 건강을 희구하고 질병을 치료하려는 초기 약의 형태일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정리되고 기록되면서 본초학의 체계가 잡혔다. 한방차의 역사는 본초학의 역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 한약재나 약초를 차처럼 우려마시거나 달여서 음용하는 한방차는 내 건강을 위해 찾아먹는 귀한 음료이다. 차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한방차를 녹차의 대용차로 바라보기보다는 오히려 녹차 역시 자연의 소산물로 보아 한방차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본초서에 차엽도 많은 약재 중 하나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단지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
한의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젊은 사람들이 한방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한방을 어떻게 그들에게 설명할까. 잠시라도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들어가면 청량한 자연의 냄새가 우리를 반긴다. 들판에 핀 이름 모를 꽃도 저 나름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향기가 있으며 조금만 더 걸어올라 숲속으로 들어가면 숲이 주는 방향은 코 끝을 상쾌하게 자극하여 온몸에 싱그러움을 전한다. 우리가 자연에서 만나는 풀뿌리 나무껍데기 초근목피가 바로 한약재와 동질이 아니든가.
자연이 주는 냄새, 포근함, 다양한 질감, 천연색색의 조화로움을 연출하는 방법으로 한방을 얘기해 보자. 풀잎 열매 꽃 뿌리 나무껍질 등 한약재가 되는 소재를 차로 우려마시는 일은 그다지 간단치 않다. 약재의 물성을 알아내 향미가 바로 침출이 되도록 가공하는 일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그것이 재미이기도 하지만…. 서로 다른 소재를 섞어 분량을 조절하고 적절한 맛과 향 등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연출하는 일, 그리고 각각의 효능을 설명하는 일까지 한방차를 만들고 배우는 과정은 단순히 다도를 익히고 커피를 배우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마치 넓게 펼쳐진 자연을 한 잔의 찻잔에 담아내는 일과 같은….
이 모든 과정은 우리 한의학의 비조인 신농씨가 백초의 맛을 보아 본초를 정리해 나가는 일과 매우 닮았다. 사람들에게서 한방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 가고 있는 이 때 우리 한방을 이렇게 풀어내는 것도 한 방편이리라고 생각한다.

야생마 길들이기 한방차
한방차라고 할까, 천연물차라고 할까? 자연이 준 선물, 초근목피를 우려마시는 일은 예측하지 못한 생경하고 다양한 맛을 길들이고 튜닝하는 작업이다. 마치 자연에 뛰놀던 거친 야생마를 길들이는 것과 같이 원재료들은 쉽게 우리 입맛에 맞지 않는다. 오랜 세월 동안 기호로 마셔온 차와 커피 그리고 단맛에 길들여진 입맛에 거칠게 다가오는 생경한 천연의 맛이 맞을 리가 없다. 마치 노도와 같이 들판을 달리는 야생마처럼…. 그것들은 길들여지는 것을 거부한다.
덖기 전의 찻잎은 풀냄새와 떫은맛이 진동하고, 로스팅하기 전 커피 원두는 아무 맛이 없다. 하물며 차와 커피도 이러할진대 한약재는 어떠할까. 애정을 가지고 말갈기를 쓰다듬고 귀에다가 속삭이는 것처럼 이리저리 굴려보고 볶아보고 튀겨보고 우러나오는 맛을 찾아내 정리하고 다듬어 나가면 차와 커피와는 다른 독특한 영역이 나타난다. 이것이 한방차를 만들어 가면서 즐기는 일이다. 한약재와 관련한 이러한 다양한 처치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천연의 칼라 안토시아닌
2005년 젊은 사람들과 소통을 위한 코드로 자연이 지닌 아름다운 천연의 색을 한방차로 표현해 보았다. 붉은 색의 오미자, 노랑색의 귤피, 보라색의 자소엽이 그것이다. 얼굴이 붉은 사람은 오미자를 마시면 좋다. 스트레스를 자주 받아 생긴 화로 인해 달아오른 열기를 가라앉혀 준다. 선약이라고도 불리는 오미자는 이외에도 간기능 개선 고지혈증 예방 심혈관 기능 강화 등 작용이 있어 대표적인 장수식품이 된다. 항균작용이 강해 붉게 올라오는 여드름에도 효과가 있다.
얼굴이 노르스름한 사람은 귤피를 마시면 좋다. 귤은 알맹이보다 껍질에 중요한 성분이 많이 들어있다. 특히 비위를 도와 사지 말단의 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돕고 몸을 가볍게 만든다. 행기작용을 하는 귤피는 운동을 많이 못하는 요즘 사람들이 속이 더부룩할 때 마셔도 효과가 있다.
얼굴이 보랏빛인 사람(기미가 끼인 듯이 혈색이 어두워 보이는 사람)은 자소엽을 마시면 좋다. 붉은색과 검은색이 합쳐져 생성되는 보라색은 몸에 어혈이 있어 혈색이 탁한 것을 맑게 한다. 피부 점막에 좁살 같이 뭔가 생기거나 피부 트러블이 있는 사람들이 마시면 몸을 맑게 만들어 피부를 깨끗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또 육류나 생선류를 먹고 난 후 혹시나 있을 미생물의 증식을 억제하여 장의 트러블을 막아준다. 우울할 때 마시면 기분을 가볍게 한다.
하지만 시중에서 오미자, 귤피, 자소엽을 사서 뜨거운 물에 우려보라. 칼라와 향미를 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미자가 오미자 특유의 붉은색을 나타내고, 귤피가 귤 특유의 향긋한 내음을 발하고, 자소엽이 군청과 보라, 빨강의 색의 파노라마를 연출하기 위해선 그에 걸맞은 작업을 해야 한다.
다음 시간엔 그 이야기를 해보기로 하자.

한의사. (주)옴니허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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