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436)-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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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436)-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
  • 승인 2009.11.04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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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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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436)-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

바늘땀처럼 누벼진 隨症用藥의 강령

간명한 체제 찬사 받지만 용약 격하시켰다는 비판 공존
상습 질환 대표 방제 병증 별로 발췌 순열배치한 간이방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方藥合編>이 나오기까지 여러 차례에 걸친 수정․증보과정이 거듭되었다는 사실은 여러 곳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 책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이하 ‘醫方活套’)는 바로 조선 말 의료계 최대의 히트작이던 <방약합편>의 원작으로 고종 6년(1869) 혜암 황도연에 의해 저술되었다.

목판으로 간행되었으며, 본문을 3단으로 구획하여 맨 위층에는 上統이라 하여 補劑를 배치하고 가운데는 中統이라 하여 和解劑를 배열하고 마지막 아래층에는 下統이라 하여 攻邪劑를 열거하고 각각 순서에 따라 고유번호를 부여함으로써 활투침선의 요령에 따라 손쉽게 치료처방을 찾아들어갈 수 있도록 고안하였다. 지극히 간단하고 요령 있게 꾸며진 체제 덕분에 초심자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지만 심오한 의학의 이치를 가볍게 다루고 용약을 하찮은 일로 격하시켰다는 세인들의 비평을 받아야 했다.

그러면 여기서 <醫方活套>의 ‘活套針線’과 <방약합편>의 ‘활투침선’을 비교해 보기로 하자. 우선 혜암 선생이 생전에 저술한 <醫方活套>에는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針線’이라는 다소 긴 제목이 붙어있다. 이에 비해 나중에 저자의 아들인 황필수에 의해 다시 편집된 <방약합편>의 같은 대목에는 그냥 ‘活套針線’이라고만 제목이 붙어있고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약성목록, 약성강령은 모두 제1단에 갖추어져 있으므로 여기에는 다시 열거하지 않는다”고 적혀 있다.

여기서 ‘약성목록’이란 <醫方活套>에는 없던 소위 損益本草라 불리는 약성가의 목록을 말한다. <방약합편>에서는 ‘활투침선’과 별도로 맨 앞쪽에 上·中·下統으로 구분하여 나눠진 방제목록(‘활투목록’)을 먼저 실어놓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醫方活套>에는 없던 약성가 목록이 1단이 늘어난 가장 윗단에 자리 잡았고 그 아래에는 활투목록을 실어 4단으로 나누어진 구조를 갖게 되었다. 약성가에 이어 藥性綱領 역시 <醫方活套>에는 없던 내용으로 五色所主, 五味所主, 升降浮沈의 의미, 上下內外의 구별, 五味相剋, 五病所禁, 五臟五味補瀉 등 내용이 실려있다. 이어 隨症用藥例, 諸虛用藥例, 汗·吐·下劑, 七方, 十劑, 六陳良藥, 救急法, 救肌捷法의 내용이 차례로 수록되어 있다. 대개 저자의 대표작인 <醫宗損益>(1868년)에서 발췌하여 꾸민 내용들로 보인다.

活套針線에 관해서는 필자가 이미 75회 ‘簡易方書의 白眉’(<의방활투>)와 391회 ‘본초방제를 한 몸으로 바느질한 색인집’(<本草萬方針線>편)에서 그 의의를 극명하게 대비시켜 설명한 바가 있다. 다시 말해 淸의 蔡烈先이 <본초강목>의 번다함을 요령 있게 풀어낸 해석가라면 황도연의 이 책은 <동의보감>의 처방과 용약법의 정수를 가려 뽑아 한데 아우른 백미 편이라 할 수 있겠다. 또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우리는 <방약합편>에서 취해지는 용이함만을 폄하하기에 앞서 조선 후기 의학에서 <동의보감>을 재해석하고 분석한 정수가 황도연의 <의종손익>과 <의방활투>에 담겨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방약합편> ‘活套針線’ 아버지 저서 <醫方活套> 재편집
<동의보감> 재해석하고 분석한 정수를 고스란히 담아내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그냥 지나쳐서는 안될 점은 활투침선의 내용이 대폭 수정 보완되었다는 사실이다. 기실 오늘날 이 침선을 갖고 용약하거나 침선의 내용에 주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러나 증보된 <방약합편>의 활투침선에는 ‘隨症用藥, 比舊加詳’이라고 아주 큰 글씨로 쓴 문구가 서두에 각인되어 있다. 실제 두 책의 내용을 비교해 보면, 각 병증 항목 별로 많은 수의 통용방이 대폭 보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병증 분류 별 내용도 다소 가감되어 상당한 내용 수정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예컨대 맨 처음 등장하는 風門을 보아도 暴瘖증 항목에 腎瀝湯, 地黃飮子가 배열되어 있었으나 <방약합편>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滌痰湯, 十全大補湯, 凉膈散 등 치방이 추가되어 있다. 특히 通治조에는 기존에 木香保命丹 하나만 제시되어 있었으나 여기에 더하여 烏藥順氣散, 六味元, 八味元과 같이 병인증상이 다른 경우를 가정하여 몇 가지 대표방을 별도로 폭 넓게 제시해 놓은 것이다. 아예 새로 병증 항목이 추가된 경우도 있으니 破傷風의 경우이다. <의방활투>에는 없었던 항목으로 <방약합편>에서 풍문에 새로 추록된 경우이다.

본문의 첫머리에는 ‘惠庵心書古今三統醫方活套’라는 전서명이 기록되어 있는데, 이것이 <의방활투>의 정식 명칭인 것이다. 이에 비해 나중에 나온 <방약합편>의 본문 첫머리에는 ‘惠庵心書方藥合編’이라고 되어있고 그 아래 작은 글자로 ‘上一層藥性歌(新補), 下三層醫方活套(因舊)’라고 적혀 있어 기본적으로 <의방활투>와 <방약합편> 두 책 사이의 차이점을 극명하게 대비해 주고 있다.

바꿔 말해 <의방활투>가 상습 질환에 대한 대표 방제를 병증 별로 발췌해서 순열에 따라 배치한 간이방서라면 이에 비해 <방약합편>은 약물에 대한 기초지식과 약성가를 조합하고 기본적인 진단법과 용약법까지 망라하여 수록한 임상방약서로서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갖추었다고 평할 수 있다.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answer@kiom.re

091104-기획-고의서산책-의방활투-황도연-안상우.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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