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 지금 한의계에 필요한 건 추위와 배고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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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 지금 한의계에 필요한 건 추위와 배고픔
  • 승인 2009.10.29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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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성 기자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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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의계가 어렵다고 말을 하지만 과연 이 말이 사실일지 의문이 든다. 강남구한의사회는 지난 10월31일 가족동반 모임으로 한강 유람선을 타고 ‘가족의 밤’ 행사를 가졌다고 한다. 이날 단 하루만큼은 모든 근심 걱정을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심기일전하자는 취지였다.

꼭 그래야만 했을까? 필자가 한의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 다소 충격적이었던 말 중에 하나는 그 잘 나간다는 강남 한의원의 30%가 적자라는 소문이었다. 강남에 한의원을 운영하는 원장들이 직원 월급날만 다가오면 한숨만 나온다는 말을 직접 듣고 나서야 더 이상 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느덧 강남은 신규 개원 한의원이 가장 많은 곳이자 동시에 가장 높은 한의원 폐업률을 자랑(?)하고 있다. 유람선을 타고 서울 야경을 감상하면서 뷔페식 요리를 먹으며 여유로움을 즐기는 순간에도 한의계 일각에서는 어려워진 경영에 월급한의사라도 할까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더욱이 내년 2010년은 한의협 회장선거나 전문의제도 같은 한의계 향후 10년을 좌우할 중요한 일들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일부 한의사 중에는 이번 행사가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표심 모으기를 위한 포퓰리즘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까지 있는 상황이다. 최근 서울시한의사회가 양주CC에서 개최한 ‘친선골프대회’도 호사스러웠다고 하니 뭔가 연계가 있지 않나 오해를 살 만하다.

물론 오비이락이겠지만 지난 2~3년 동안 강남구한의사회가 이렇게 호사스러운 행사를 가져본 적이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시기가 시기인 만큼 한치의 오해도 사지 않도록 자중했어야 옳다. 차라리 가족과 함께 봉사활동을 펼치거나 사회 소외계층에게 성금을 전달했다면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전문가 집단인 한의사의 사회적 역할과 의무를 묵묵히 실천하는 부모의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가지게 될 더불어 살아가는 가치관과 공동체 의식을 함양시킨다고 상상하면 절로 흐뭇해진다. 한의계는 더 매서운 삭풍을 맛봐야 그때 비로소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것인가.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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