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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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원 선비가 거닐던 세계
  • 승인 2003.04.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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絅錦의 뜻 되새긴다

허균 著 / 다른세상 刊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는 곳을 통해 그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어떤 생활방식으로 사는지 살피는 것이 좀더 빠르지 않을까?

더구나 그 사람이 옛날의 선조들이라면 그들이 생활하고 아꼈던 곳을 보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정원은 단순한 감상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희구와 정신세계를 상징적 수법으로 구현한 또 다른 성격의 생활공간이다.

인생과 이상세계, 우주의 섭리가 그 안에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정원의 경물의 배치상태나 수목의 식재, 정원 조성의 내력 등 역사적인 것 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

정원의 경물, 수목 등의 구성요소는 조성 당시 사람들의 사유를 통해서 형성된 사상과 관념의 매개체로 존재한다고 본다.

따라서 우리가 옛 정원의 진면목을 바로 알고 이해의 폭을 넓히도록 해 주는데 우선 정원의 구성요소를 잘 살피고, 그 의미와 그와 관련된 배후사상을 소상하게 밝혀준다.

더불어 이 책의 반은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계절에 찍은 듯 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있듯이 정갈하게 쓰여진 글과 같이 작가적인 시각으로 조형적인 의미를 이해하기 쉽도록 찍은 수많은 사진은 때론 설명이 불필요할 정도이다.

연못가의 조그만 흙으로 만든 언덕이나 나무 아래 놓여진 돌 하나도 그냥 있는게 아니란 걸 알고 나니 옛 선비들의 노력하고 이루려는 바에 대해 많은 공감이 간다.

또 서양이나 중국, 일본과 비교해서는 자연과 합일하려는 철학적인 의지를 알 수 있었다.

궁궐이나 다른 정원의 연못에 연꽃이 있는 이유는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 연의 뻘 속에서 살아도 더럽혀지지 않는 군자적인 성품을 흠모하여 심었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같이 복잡하고 어려운 시기에 자연에 은일하는 삶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는가마는 그렇다고 도피가 자연에 합일되는 의미는 아니다.

옛 선비들의 당호로 많이 쓰였다는 ‘絅錦’의 뜻을 새겨본다.

‘속에는 비단옷을 입고 그 위에 홑옷을 걸친다’는 의미로 자연스러운 우리의 옛 정원의 멋과 아름다움, 마땅히 내면을 충실히 하되 외적인 화려함과 명예를 탐하지 않는 선비의 마음을 배운다.

자연을 그대로 정원으로 삼은 정자라도 한번 올라볼 일이다.

박 근 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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