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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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5)
  • 승인 2009.10.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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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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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설명방식 마련해라

환자의 문제를 정리하는 법

환자가 원장님의 진료를 받고 집에 돌아가면, 주변 사람들은 꼭 환자에게 다음과 같이 묻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한의사가 뭐래? 왜 그렇대?" 이때 환자의 대답이, "글쎄, 어디가 어떻게 안 좋다고 원장이 한참 얘기해 주기는 했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만약 이렇다면 문제입니다. 원장님은 진료시간 내내 기껏 열심히 환자를 파악하시고는 정작 환자에게는 마지막 정리를 제대로 못해 주신 것입니다. 환자가 아니라 원장님 혼자 설명하고 이해를 한 셈이죠.

물론 환자의 이해력이 아주 낮은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가 자신의 말로 주변 사람에게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간략하게라도 정리해줄 수 없다면, 그 환자는 자신의 문제점에 대해 여전히 정리가 안 된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환자 입장에서는 자칫 허무한 진료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원장님께서 빨리 낫게만 해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지만, 시간을 요하는 치료일 경우 환자 자신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환자가 원장님을 끝까지 따라옵니다. 반드시 환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그리고 환자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는 말로 설명해 주십시오.

진료의 마지막 부분쯤에, 원장님께서 환자의 문제점에 관하여 정리해 주셔야 하는 내용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병명 혹은 변증명, 둘째는 원인, 그리고 셋째는 현재 상태입니다. 그 이후에는 앞으로 치료계획과 전망에 대해서 다뤄야 합니다. 이 부분은 다음에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환자들은 병명에 꽤 집착합니다. 특히 원인도, 병명도 안 나온다고 하소연하는 환자가 한의원을 찾았을 때, 그에게 병명을 말해주는 것은, 그 원인과 해결책도 찾았다는 뜻으로 통합니다. ‘의사가 나의 문제점을 알아냈다’는 느낌, 환자가 이 느낌을 가지면 신뢰와 희망이 생겨납니다. 꼭 양방 병명이 아니어도 됩니다. 적절한 한방 병명 혹은 변증 명을 골라서 ‘무슨 병’ 이라고 얘기해 주면 환자는 안도감을 갖습니다.

변증 100점 기준 또는 등급 나눠 이해시켜도 좋다
유치하더라도 환자마음 잡고 강한 기억잔상 남아야
‘의사가 문제점 알아냈다’는 느낌 희망 신뢰로 연결

그리고 환자들이 병명만큼이나 궁금해 하는 것은 자신의 상태가 어느 정도 심각한가에 관한 것입니다. 만약 병원을 찾은 환자라면, "입원을 해야 할 정도인가요?"라고 묻습니다. 외래로 찾아온 환자라면, "직장을 쉬는 게 나을까요?"를 묻습니다. 또한 "치료를 꼭 받아야만 하는 상태인가요?" "약을 꼭 지어 먹어야 하는 상황인가요?" "많이 안 좋은가요?" 등을 묻습니다. 환자의 마음은 약해져 있으며, 마음 속에 이런 종류의 궁금증이 항상 있다는 것을 염두하십시오. 그러므로 환자가 묻기 전에 미리 말씀해 주십시오.

상태를 설명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겁니다. 양방은 검사수치나 영상 소견을 가지고 설명하므로 설명이 쉽습니다. 그러나 한의학은 그렇지 않은 면이 있으므로, 원장님 나름의 설명 방식을 마련해 두십시오. 쉽게는 100점을 기준으로 몇 점 정도 되는 지로 이해시킬 수도 있고, 또는 3등급 4등급의 그레이드를 나누어 설명해도 좋을 것입니다.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더라도 환자의 마음에 와닿고, 기억에 남도록 설명하셔야 합니다. 이때 환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지도 잘 살피십시오.

환자에게 원인을 설명하는 법에 대해서는 다음 호에 이어서 다루겠습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lkmri.org) 소장

091021-칼럼-설명방식-변증-진료기술-이재성.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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