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료 강화(6)- 한방공공의료, 그 현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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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강화(6)- 한방공공의료, 그 현장을 가다
  • 승인 2009.10.2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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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식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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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무관심 한방공공의료 발전 막는 ‘적’
전문인력 사업진행 프로그램 등 예산 제도적 뒷받침 부재도 걸림돌

한방공공의료, 그 현장을 가다

한방공공보건사업 초보단계이지만 지역주민들 지지는 절대적
다양한 공공의료사업 통해 한의약 역할 확장할 전기 마련돼

현재 대한민국에는 무려 1000여 명의 한의사가 전국 각지의 공공의료 현장에 투입되어 있다. 동서로는 울릉도에서 백령도까지, 남북으로는 마라도에서 철원군까지, 철원군에서 마라도까지. 현장감과 농담을 조금 보태자면 맑은 날 중국이 보인다는 곳부터 북한에서 넘어온 말라리아모기가 득실댄다는 곳까지 한의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군 복무를 대체하고 있는 공중보건한의사라는 점은 썩 고무적이라고 할 수 없다. 글쓴이도 그들 중 한 명이며 절대 공중보건한의사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없다. 실제로 전편(⑤한방공공의료 발전과정 - 이태종)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이들은 상당한 열정과 희생을 바탕으로 현존하는 대부분의 한방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한 선구자와 같은 역할을 해왔고 현재도 최전선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문제점은 이들이 한의계의 무관심 속에 고립되어 있으며, 이들이 한방공공의료체계의 알파요 오메가라는 사실이다. 일단 그 현장 속으로 떠나보자.

보건소 진료업무 외 한방육아교실 등 한방공공보건사업 시행
강화군 허브보건소 방문진료 독거노인 장애인들 반응 뜨거워
협력 가능 한의원들 태부족 아토피 없는 양평의 꿈 이뤄질까

한방공공보건사업은 인구의 고령화 및 만성·난치성 질환의 증가 등으로 한방의료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대한 배경 속에서 보건소를 중심으로 한방진료 서비스 및 한의약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지역주민의 건강 증진을 도모하기 위하여 시작되었다.

만성·퇴행성 질환의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농어촌 지역 및 중소 도시 지역주민의 한방의료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보건소 등 공공보건기관에서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한방진료와 병행한 한의약 공공보건 서비스 제공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지역주민들의 한방의료 서비스에 대한 인식 제고 및 잠재적인 한방 욕구 충족을 위한 다각적인 한의약 건강 증진사업 추진의 중요성도 주목 받기 시작했다. 또한 보건소 기능이 건강 증진 및 예방보건사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추세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방공공보건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2002년 공중보건한의사 배치가 본격화된 이후 그 수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2009년 현재 전국 206개의 보건소와 588개의 보건지소에 1040명의 공중보건한의사들이 배치되어 있다. 보건소 중 55개는 한방건강증진사업을 전문적으로 실시하는 허브보건소로 지정되어 있다.

대부분의 보건지소에서는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한방외래진료를 주 업무로 1차의료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보건소에서는 진료업무 외에도 다양한 한방공공보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보건소에서 시행되고 있는 한방공공보건사업은 5개의 주요 사업이 중심을 이룬다. 한방중풍예방교실, 한방기공체조교실, 사상체질건강교실, 한방육아교실 그리고 방문진료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각 지역 특색에 맞춰 한방관절염교실, 한방비만클리닉, 한방성장교실, 한방월경통교실, 한방요통교실, 한방골다공증예방교실 등이 시행되고 있다.

2005년 1차 시범사업 때 허브보건소로 지정된 강화군 보건소의 경우 한방공공보건사업이 뿌리를 잘 내리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3년째 근무 중인 이상재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현재 강화군 보건소에는 3명의 공중보건한의사가 근무 중이며 각각 외래진료, 방문진료, 보건사업을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5대 기본 사업 중 방문보건사업, 한방중풍예방교실, 한방금연교실은 연중 내내 시행하고 있으며 기공체조, 육아, 비만교실은 1년에 2회 정도 실시한다. 요통교실, 사상체질교실, 성장클리닉, 월경통교실, 골다공증예방교실, 갱년기 교실 등을 상황에 따라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평가에 따라 조금씩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은 한방비만교실인데 BMI(체질량지수) 25 이상인 주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프로그램은 2개월 간 진행되며 강의와 식이요법 지도, 이침치료와 운동요법을 병행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비만으로 인한 여러 생활습관성 질환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비만프로그램의 경우 보건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동국대학교 일산한방병원과 지역 한의사회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한의사가 프로그램에 직접 참여하고 생활에 밀착된 양생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에 주민들의 호응은 굉장히 좋다고 한다. 특히 가정방문은 의료기관을 이용하기 힘든 저소득에 거동이 불편하신 독거 어르신이나 장애인들을 선정하여 탕제 처방과 침구치료를 병행하고 있어 가장 반응이 좋은 사업으로 꼽히고 있다.

어려움에 대해서도 물어보았다. 역시 예산 부족으로 인하여 필요한 프로그램을 모두 시행하지 못한다는 점이 우선 거론되었다. 공보의도 매년 바뀌는데다 한방공공보건사업 보조인력의 경우 대부분이 2년짜리 계약직 공무원들이라 업무의 연속성에도 문제가 생기는 모양이다. 또한 사업 프로그램이 매뉴얼화 되어있지 못하고 그때그때 담당하는 공보의의 개인적인 역량에 의존해야 한다는 점도 지적되었다.

2007년 허브보건소로 지정된 양평군 보건소의 경우 지역 특색에 맞는 사업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아토피 예방에 대한 지자체의 요구에 따라 한방아토피예방교실이 진행 중이다.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매주 보건소 직원들과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아토피 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교육을 통해 보건사업에 나설 인프라 구축하고 주민들에게 한의약에 대한 홍보를 한 후에 본격적인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외부의 지원은 아쉬운 실정이다. 사업 프로그램은 보건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고 강사 초빙도 개인적인 인맥에 의존하고 있다. 사업 진행 초기에 관련 학회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였으나 도움을 주고받지는 못하였다. 지역사회 내에 협력할 수 있는 한방 의료기관이 부족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처음 실시하는 아토피예방 사업이 얼마나 양평의 꿈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방공공보건사업 초보단계이지만 지역주민들 지지는 절대적
다양한 공공의료사업 통해 한의약 역할 확장할 전기 마련돼

아직 초보적인 단계에 불과한 한방공공보건사업이지만 주민들의 호응은 매우 좋은 편이다. 2009년 8월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한의과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설문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한다.

전체 응답자 중 한방공공보건사업을 체험한 적 있는 응답자가 88.2%였으며 그 중 80.9%가 본인의 건강증진 및 생활에 대한 질문에 ‘매우 만족’ 혹은 ‘만족’을 선택하였다. 또한 92.5%의 응답자가 지역사회의 건강 증진을 위하여 향후 더욱 다양한 한방공공보건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들이 한방공공사업의 활성화를 바라는 구체적인 이유로는 높은 질병 예방효과, 일상생활 속 스스로 건강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지도, 높은 건강 증진효과, 노령사회 속에서 만성질환에 대한 효율적 대처 등을 꼽았다. 하지만 높은 만족도 속에서도 프로그램의 ‘다양성’(34.6%)과 ‘지속성’(30.5%)의 부재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하였다.

공중보건한의사가 전면적으로 배치됨에 따라 전국에 한의사가 없는 면이 없을 정도로 한방의료는 널리 퍼져나갔다. 한의약의 우수성에 대한 인식을 넓히고 잠재된 수요를 이끌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밀착해서 한의학의 장점인 예방과 1차진료로서 역할을 극대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다양한 보건사업을 통하여 대한민국의 의료체계 속에서 한의약이 차지하는 역할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도 마련되고 있다. 이는 로컬과 공공의료체계가 서로 상생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척박한 토양 속에서도 ‘한방공공의료’라는 틀 속에서 이루어내고 있는 작은 성과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행체계에는 분명한 한계점들이 존재한다. 장기간 사업을 담당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부재, 체계적인 사업 진행을 위한 프로그램과 학술적 지원의 부재, 이 모두를 아우르는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의 부재, 그리고 철저한 한의계의 무관심이 그것이다. 기저의 문제에 대한 해결 없이 한방공공의료의 지속적인 발전은 불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계속 논하기로 한다.

김원식/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한의과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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