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계 이력추적제에 ‘강 건너 불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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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이력추적제에 ‘강 건너 불구경’
  • 승인 2009.09.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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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계 이력추적제에 ‘강 건너 불구경’
신규 개원의 등 상대적으로 무관심

한약재이력추적제 내년 시행을 앞두고 한의계 준비상태가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소비자에게 안전한 한약을 공급하고 한약재 유통질서확립을 위해 구기자, 당귀 등 수급조절용 한약재 14개 품목을 우선적으로 이력추적대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이러한 점에도 불구, 이력추적제에 대한 한의계의 관심과 인식은 아직 찬․반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이를 전략적으로 운영하려는 방안은 부재한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일선 한의사들은 정부의 이력추적제 도입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다. 불량한약재 문제가 터질 때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이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아니라 한의원이기 때문이다.

약재 처방을 중심으로 하고 있는 한 한의원에서는 “한약재 문제가 터질 때마다 그 원인이 유통단계에서 발생한 문제인지 아니면 생산현장에서부터 생긴 문제인지 그것도 아니면 한의원에서 관리가 잘못된 문제인지 그 책임소재를 밝히기가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한약재 안전성 문제는 시간과 예산이 얼마나 걸리든 신뢰회복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한의계 장기과제와도 같다. 이력추적제 도입과정에서 발생하는 약재가격 상승 등 몇몇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부수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와는 달리 제도가 가지고 있는 실효성과 현실적 측면에서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한의사들도 있다. 아직 식품과 의약품에 대한 이원화된 관리체계가 개선이 되지 않았고 수입한약재에 의존하고 있는 한의원 현실과 괴리감이 있어 이력추적제가 예산과 행정력만을 낭비한다는 의견이다.

K모 원장의 경우 “이력추적제가 식품과 원료의약품에 대한 기준을 확실하게 구분하지 않는 한 단순히 한약에 대한 원산지가 국내산인지 아니면 수입산인지를 확인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며 “차라리 현재 정부가 BTL(임대형 민간투자사업) 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는 우수한약재유통지원시설 등에 한의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한약재)생산은 물론 유통에서 소비까지 원스톱토털서비스로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인 수익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개원한 지 얼마 안 된 초보 한의사나 네트워크 한의원들 대부분은 이력추적제에 관한 관심이 아예 덜한 편이다. 이들 대다수가 원외탕전을 이용하고 있다 보니 한약재 품질은 해당업체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약재가격 상승부담도 한의사와 환자가 부담하는 부분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마련도 절실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이력추적제가 본격 도입되면 당분간은 약재소비자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 스스로가 약재가격에 대한 부담을 고품질 한약재를 구입하는데 따른 기회비용으로 인식해야하는데 사실 경기여건 상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유통업체 자체적으로 원가절감을 계획해야겠지만 홍보비나 유통마진, 인건비 등에서 조금씩 줄일 수 있을 뿐 별 뾰족한 수는 없다. 이력추적제가 시행되면 정부지원 없이는 힘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가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우수한 약재를 쓰려면 한의사들부터 먼저 비용을 각오하고서라도 믿을 수 있는 약재만을 사용하는 원칙과 인식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안전하고 우수한 고품질 한약재를 국민에게 제공한다는 이력추적제 취지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의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이를 한의약 발전계기로 삼으려는 전략적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약에 대한 신뢰회복만으로는 한약소비를 활성화시키기 어렵다. 소비활성화를 위해 한의계 스스로도 생산자, 도매업, 제조업 등 한의약 관련 단체와 유기적인 협조를 통해 한의약 인프라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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