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디오피아 의료봉사 참가기(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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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디오피아 의료봉사 참가기(上)
  • 승인 2003.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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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피아에 떨친 한방의술
참전용사와 가족에 報恩의 선물

대한한방해외의료봉사단이 지난 8월 13일 아프리카 이디오피아로 의료봉사를 떠나게 되었다. 해외의료봉사라는 근사한 꿈을 안고 처음으로 봉사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에이즈가 만연하고 황열병과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곳이 아닌가. 아프리카는 초행길이라 설레기도 했지만 걱정도 되었다. 다행히 인터넷에 보니 아디스아바바에는 말라리아는 없다고 한다. 해발 2500m의 고원지대라 걱정을 말래나. 대신 날씨가 차니 긴팔 옷을 준비하란다.

김포공항 근처의 에어포트 호텔에서 사전 오리엔테이션이 있었다. 아는 얼굴들이 많았다. 임일규 봉사단 이사장님을 비롯해 대학 동기인 왕소영 봉사단 인천지부장, 진선두 서울지부장도 있었다. 김부환·김성규·유태식·강락원·주광호 원장님과 부산에서 올라온 박민종 원장도 보이고. 마라토너 황영조씨 얼굴도 보인다. 그리고 우석대의 이광규교수님과 약침학회 손목원, 언론인 몇분도 동행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10시간만에 두바이 공항에 도착, 이디오피아 항공으로 옮겨타고 리야드로 향하게 되었다. 리야드에서 다시 3시간 반의 비행 끝에 아디스아바바에 도착했다.

이디오피아는 아프리카 국가중에서도 고유문자를 보유하고 있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가이다. 한국전 참전국가로 우리에게 친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1950년 당시만 하더라도 아프리카 국가중 부유한 나라였다고 한다. 그때 참전한 군인들은 왕실 근위병으로 기골도 장대하고 얼굴도 상당히 잘 생긴 사람들로 구성되었음을 아직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들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찬밥신세가 된 참전용사들은 코리언 빌리지라는 수도 아디스아바바 외곽지역 한 모퉁이에 모여 산다.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처지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남북한과 동시 수교국가인 이디오피아는 이제는 세계 273개국중 밑에서 3번째로 빈곤한 국가로 전락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6.25 참전의 대가로 챙긴 이디오피아 항공은 아직도 아프리카 곳곳을 누비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ET(이디오피아) 항공은 이미 수명을 다한 비행기를 가지고 있지만 국력으로 봐서는 항공회사를 운영한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우리 대사관의 직원의 말을 빌면 “아프리카 민족의 게으름과 아랍민족의 약삭빠름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민족”이란다.

그리고 6.25 참전국 중 유일하게 포로가 없었던 나라로도 유명하다. 6천명이 넘는 참전 군인 중에 전사자 122명과 부상자 536명이 있는데 포로는 한명도 없었단다. 그렇게 아주 용맹하게 싸운 군대였다니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그 참전용사 중에 아직 생존자가 2천여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제 우리에게 그 은혜를 갚아야 하는 책임이 주어진 것 같다. 비록 6.25때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필자이지만 벌써 40을 바라보는 나이니 그 참전 용사들의 길고 어두운 인생은 어떠했을까 짐작이 간다.

봉사단이 진료를 한 블랙라이언 병원 앞에는 김일성 주체사상탑이 아직도 건재하다. 이디오피아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 북한에서 지어준 탑이란다. 그런데 우리는 1968년 춘천에 세워진 참전기념탑이 있을 뿐 이디오피아에 그 어떤 조형물이나 소규모 기념관조차 없다고 한다. 이디오피아 수도 한복판에 세워진 북한의 기념탑이 바라다 보이는 병원에서 남한의 젊은 한의사들이 6.25 참전 용사들이 모여사는 코리아 빌리지 사람들을 진료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중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지리적인 여건상 이 나라에 많이 발생하는 질환이 하나 있다. 갑상선 질환이다. 이디오피아는 바다를 끼고 있지 않아 해산물이 풍족하지 못하고 이 때문에 요오드 성분을 섭취할 기회가 적다는 현지 의사의 설명이다.

대사관 직원들이 공항까지 나와주어서 무척 고마웠다. 안치연 영사를 비롯한 여러분들이 의료봉사를 마치고 이디오피아를 떠날 때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우리를 보살펴 주었다.

아직까지 관광으로 다녀간 한국인은 한사람도 없었다고 한다. 교민도 극소수다. 경남기업의 파견 근무자, 교회의 파견 목사님, KOICA의 봉사단원들, 그리고 이디오피아의 유일한 한국인 식당 서울 레인보우 레스토랑. 이게 한인회 구성원의 전부다.

입국절차를 마친 후 바로 블랙라이언 병원으로 직행했다. 이 병원은 우리나라의 국립의료원과 같은 곳이며, 의과대학도 같이 있었다. 아마 서울대병원과 국립의료원의 혼합형태라고나 할까. 규모 면에서는 서울대병원 못지 않았다.

그런데 우릴 환영하는 것은 병원 측만이 아니다. 벌써 몇 일째 정문 앞에서 우리팀의 진료티켓을 받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지금부터 저러니 내일은 얼마나 심할까.

<계속>
강대인(서울 강대인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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