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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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2)
  • 승인 2009.09.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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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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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32)

‘독수리 타법’에서 벗어나라

종이차트보다 전자차트 사용이 훨씬 유용
환자와의 소통 도구로는 노트북이 효과적

듣는 기술(3)
지난 호에 이어서 성공적인 진료를 위한 듣는 기술에 대해 다루겠습니다. 테이블을 마주하고 환자를 정면에 앉히는 것보다는 환자를 자신의 왼편에 앉히는 것이 더욱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는 것은 양편 모두에게 자신도 모르게 경계감과 대결구도의 분위를 만들어 냅니다.

그러나 환자를 옆쪽으로 앉히면 서로에게 협조적인 무드가 형성이 됩니다. 그리고 거듭 말씀 드리지만 회전의자에 뒤집어지듯 앉아서 환자를 향해 고개만 돌리는 것은 절대 금물입니다. 반드시 환자를 향해 몸을 살짝 기울이십시오. 그것이 경청하는 태도입니다.

환자가 자신의 병력에 대해서 날짜까지 말해가면서 열심히 얘기하는데 원장님은 멀뚱멀뚱 그저 듣고만 있으면 환자에게는 의구심이 생겨납니다. 원장이 내 얘기를 다 기억할 수 있을까, 원장이 내 얘기를 과연 제대로 듣고 있는 거야?

그러므로 환자의 얘기를 들을 때는 적당히 적으셔야 합니다. 자세하게 차팅하면 추후에 환자를 회상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바로 환자 앞에서, 환자에게 성심을 다하는 원장님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종이차트를 쓰는 원장님들은 환자의 말을 받아 적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일단 종이차트에 끄적여 놓은 내용이 부적절할 경우, 수정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환자와 대화 중에 차팅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의무기록 답게 공식적인 모양으로 적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전자차트를 사용하시기를 적극 권해 드립니다. 일단 키워드만 메모해 두면 나중에 다시 정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환자는 진료 중에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해서 말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내용이 진단과 처방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내용이라 할지라도, 나중에 환자를 다시 만났을 때 아는 체 해주면 환자의 마음을 얻는 데에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이런 내용을 종이차트에 적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진료 외적인 환자의 주변 정보를 적을 공간이 있는 전자차트를 사용하는 것이 유용합니다.

전자차트 차팅 시에 범할 수 있는 오류는, 환자는 원장님의 눈을 쳐다보며 열심히 말하고 있는데 원장님은 타이핑을 위해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환자가 앉은 방향과 모니터의 방향이 서로 반대편이라면 원장님은 환자의 반대편을 보며 대화를 하게 됩니다. 어느새 환자는 원장님이 전자차트에 과연 뭐라고 적고 있는가 궁금해 하면서 모니터를 기웃거리게 되지요. 이런 상황이 되면 커뮤니케이션의 질이 확 떨어지게 됩니다.

모니터의 방향과 환자의 방향을 일치시키는 데에는 노트북이 효과적입니다. 환자에게 모니터를 보여줘야 할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지 환자 쪽으로 노트북을 돌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노트북을 사용하더라도 ‘독수리 타법’은 답이 안 나옵니다. 환자의 얼굴은 보지 못한 채 키보드만 내려다 보면서 타이핑을 하면 대화가 단절됩니다. 그러므로 타자연습을 열심히 하십시오. 숫자까지, 영문까지 안 보고 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환자의 얼굴을 보면서 손으로는 타이핑을 할 수 있는 능력, 이것도 진료하는 실력입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장(lkmri.org)

090928-기획-칼럼-진료의기술-이재성.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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