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수첩] 홍삼 그 헷갈리는 정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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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수첩] 홍삼 그 헷갈리는 정체성
  • 승인 2009.09.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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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홍삼 관련 기사가 눈에 띄게 늘었다.

홍삼이 면역력을 강화해 신종플루를 예방하는데 좋다는 보도에서 추석을 앞두고 홍삼이 선물 선호도 2위라는 소식까지….

마치 누가 더 많이 홍삼 관련 기사를 쏟아낼 수 있는지 내기라도 벌이는 듯하다. 홍삼 판매업계에 즐거운 비명이 나돌 만하다.

반면 한의계는 훈풍은커녕 삭풍에 시달리고 있다.

1996년 전매제가 폐지된 뒤 홍삼의 가공과 판매는 자유로워졌다.

홍삼을 이용한 건강기능제품이 매해 수십 개씩 쏟아지고, 인삼 재배지역 치고 홍삼을 생산하지 않는 지역이 없을 정도다.

이제 홍삼의 정체성이 한약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변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초약학’ ‘신농본초경’ 등 고의서에 따르면 홍삼은 원기를 크게 보하고, 폐를 튼튼하게 하며, 비장(脾臟)을 좋게 한다.

‘본초강목’도 오장육부의 기능을 도와주는 상약(무독해서 장기복용해도 탈이 없는 약)으로 설명해, 오늘날 홍삼 판매자들이 단골문구로 인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럼 홍삼이 한의사 곁을 떠난 이유는 무엇일까.

한약에 대한 불신과 복용에 대한 편의성이 원인이라면 근인은 한의사 자체에 있다.

홍삼에 대한 한의사들의 지식은 일반인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오죽하면 제약회사 관계자가 원장에게 홍삼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야 했을까.

이런 해프닝은 일부 원장에 해당되는 얘기이겠지만 웃고 넘어갈 일만은 분명 아니다.

학계도 책임이 크다. 홍삼 제품과 한의원에서 처방하는 홍삼의 차이를 규명한 연구논문을 찾아 보기 어렵다.

홍삼 복용이 늘어난 이후 네이버 지식iN 상담코너에 가면 홍삼을 복용하고 어지럽거나 코피를 쏟았다는 사례를 자주 접할 수 있다. 체질과 병증에 상관 없이 복용한 홍삼 부작용 탓이다.

한의사들은 이제라도 홍삼을 눈여겨 보며 복약지도에 나서야 한다. 환자의 생활습관에서 마음 다스리는 법까지 지도했던 정통 한의학의 강점을 적극 활용할 때 비로소 건기식에 빼앗긴 홍삼을 다시 찾아올 수 있지 않을까.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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