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정보] 온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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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정보] 온병학
  • 승인 2003.04.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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熱性 전염병 치료의 要諦

경원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임진석

1. 여는 말

6, 7년 전 일이다. 수년 동안 취향이 비슷하여 같이 모여서 공부하던 한 친구가 말했다. 얼마 전에 꼬마 감기 환자가 왔는데, 發熱이 주 증상이었다. 東醫壽世保元에서 제시한 처방을 열심히 응용하던 때다. 꼬마한테 葛根解肌湯을 쓸까 아니면 麻黃發表湯을 쓸까 엄청 고민하다가 우선 麻黃發表湯을 한 첩 지어 주었다. 저녁 무렵 전화가 왔다. 약을 먹였는데도 어린이가 고열로 몹시 고생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친구는 어머니를 다시 한의원으로 불러서 葛根解肌湯으로 다시 처방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아무런 소식이 없어서 그냥 잘 넘어갔구나 하면서 잊어버렸다.

최근 그 어머니가 다른 일로 왔기에 그 때 일을 물어보았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원장님께서 새로 지어주신 약을 먹였는데도 고열이 계속되어 한 밤중에 병원으로 가서 주사를 맞고 겨우 열이 떨어졌다고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유사한 곤경에 처한 적이 있을 것이다. 한의학은 음양을 조절하는 것이라고, 그래서 陽이 넘치면 陰을 보태든지 陽을 瀉하든지 하고 반대면 그 반대로 한다는 원리는 한의과대학에 입학하고 지금까지 지겹도록 들어왔다. 陰陽平衡이 곧 치료의 핵심이라고.

그런데 실제 상황은 어떠한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외감 질환에 있어서 한약으로 속효를 발휘하게 하는 한의사가 있다면 우리들은 분명 그를 존경할 것이다. 존경뿐만 아니라 그 방법론을 학습하고 싶어한다.

필자는 溫病學에서 가능성을 엿보았기에 간략하게 소개한다.

2. 본론

서양의학을 위주로 학습한 이들이 한의학에 대하여 몹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일 때 만약 그들이 조금이라도 한의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면 무조건 폄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아쉬워 한다. 독자들도 溫病學에 대해 생소하다고 해서 무조건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기 전에 溫病學의 학문적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현대 중국에서 출간한 『袖珍方劑』라는 處方集을 보면 전체 처방에서 거의 30% 이상이 溫病學에서 나온 처방이다. 중국인들이 단지 자기들 선조가 만들었다거나 한국에서는 溫病學 처방을 별로 쓰지 않기 때문에 한국과 차별화를 두기 위하여 그렇게 중시하지 않았을 것이다.

간략하게 溫病學의 특징을 살펴본다.

溫病學은 주로 外感 熱症을 치료하는 학문 체계로서 특징은 네 가지로 관찰한다.

⑴ 病因學說

첫째, 독특한 病因學說이다. 핵심은 溫邪가 病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溫邪는 寒邪와 성질이 확연히 달라서 인체에 침입하는 경로나 먼저 침입하는 臟腑가 다르다. 또 인체에서 일으키는 증상도 다르다. 예를 들어 寒邪는 먼저 인체의 陽氣를 손상하지만, 溫邪는 인체에 들어가서 津液을 소모하는 점이 다르다. 이러한 원인으로 나타나는 증상도 고열이 위주며 진액 소모가 심하고 전변이 빠르다.

溫病學에서는 溫邪를 구체적으로 風溫, 春溫, 暑溫, 濕溫, 伏暑, 秋燥, 溫毒으로 나누어 변증하여 치료한다.

⑵변증원칙

둘째, 辨證原則이 독특하며 이것이 온병학의 핵심이다. 변증 원칙은 두 가지다. 하나는 衛氣營血辨證이고 다른 하나는 三焦辨證이다.

한의과대학에 입학하면 한의학개론 시간에 衛氣營血辨證과 三焦辨證을 소개하지만, 이러한 변증이 나온 유래나 구체적인 증상과 치법 그리고 처방을 소개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질병이 심해지는 단계거나 上, 中, 下焦로 장부를 나누어 변증하는 것이겠지 하고 생각하고 만다. 그리고 六經辨證이나 臟腑辨證 그리고 體質辨證을 학습한 후 한 두 방법에서 모든 치법을 찾으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러나 필자 견해로는 한의학은 그렇게 고착적인 방법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믿는다.

장티푸스를 치료할 때 少陰人들한테는 附子와 肉桂가 들어가야 치료된다고 주장하는 한의사가 있었다. 그러나 그래서 정말 장티푸스를 잘 치료했는지는 듣지 못했다. 요즈음처럼 날씨가 무더울 때 少陰人들이 무더위를 이기기 위하여 집집마다 난방을 틀고 산다는 말을 필자는 듣지 못했다.

寒邪가 轉變하는 과정을 치료하려면 당연히 六經辨證이 필요할 것이며, 臟腑의 이상을 판단하는 데에는 臟腑辨證이 필요하고, 체질적인 결점을 보완하려면 體質醫學이 필요함은 당연하다.

당연한 논리로 外感性 熱病을 치료할 때에는 당연히 溫病學에서 중시한 衛氣營血辨證과 三焦辨證이 필요할 것이다. 이것은 어느 한 시대에 한 두 사람이 완성한 학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전염성 질환을 치료하면서 많은 학자에 의하여 귀결된 변증방법이기 때문이다.

溫病學에서 이러한 변증을 활용하는 까닭은 당연히 치료를 잘 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변증방법을 통하여 溫病의 類型을 정리하고 병리 변화를 알아내며, 질병의 깊이를 통하여 輕重을 알아내고, 溫病이 발병하는 규칙성과 轉變하는 형식을 알고, 치료원칙을 정하고 적합한 약물을 선택하려는 것이다. 衛分證은 땀을 내고, 氣分證은 氣를 식히고, 營分證은 熱을 뽑아내서 氣分證으로 돌리고, 血分證은 피를 식히고 흩는다. 또 上焦病에는 가벼운 약물을 쓰고, 中焦病에서는 평형을 맞추고, 下焦病에는 질이 무거운 약물을 쓴다.

⑶진단 특징

셋째, 온병학에는 診斷에 특징이 있다. 傷寒論에 이미 熱證에 대해 많은 진단 방법이 나와 있는데, 주로 脈診을 중시하고 腹診도 있다. 온병학설은 傷寒論의 진단 특징을 토대로 발전하였다. 이 중 하나가 舌診이다. 舌診은 구체적으로 舌苔, 舌質, 舌의 형태를 관찰하는데, 舌診을 근거로 병의 성질, 深淺, 진액의 존재 여부를 알아낸다. 설태는 색깔, 모양, 두께, 건조하고 습한 상태를 관찰하며, 舌質은 색상 변화를 위주한다.

예를 들어 白苔는 衛分證으로서 사기가 침입한 부위가 얕지만 두꺼워지면 氣分證이며, 끈끈하면 濕濁이 많고, 건조하면 津液 소모가 심하다. 黃苔는 熱症을 대표하며 舌質도 짙은 홍색이다. 설질이 더 짙해져서 紅絳色이면 진액 소모가 심하여 혈액이 농축된 상황을 의미하며 心營에 熱毒이 치성함을 나타낸다. 이러한 진단은 곧 치료와 직결된다.

또 치아 상태, 피부에 나타나는 斑疹, 두드러기, 물집 등을 변증에 도입하여 특색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진단법은 溫病의 변증논치에 중요할 뿐 아니라, 雜病에 대해서도 충분한 의의가 있다. 이러한 진단법을 중시했다는 말은 이러한 증상에 대한 치법도 풍부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斑은 陽明의 胃熱이 血分으로 들어가서 생기는 것이며, 疹은 手太陰肺經의 邪熱이 營分으로 들어가서 생기는 것이다.

傳染病에서 흔히 나타나는 물집인 白 에 대한 변증도 자세하다. 백배는 온병 중에서도 습열병임을 나타내며, 薏苡竹葉散을 쓴다. 薏苡竹葉散은 薏苡仁, 竹葉, 滑石, 白荳 , 連翹, 茯笭, 通草로 구성되어 있는데, 필자는 溫病學이 나오기 이전에 水疱를 치료하는 전문적인 처방이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⑷치료 특징

넷째, 치료에 특징이 있다. 특히 초기에 쓰는 치법은 明代 이전 치료 원칙을 타파하였다. 明代 이전에는 外感 熱症을 주로 傷寒論을 근거로 변증하였다. 그래서 熱病 초기에 대부분 辛溫解表劑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溫病學은 여기서 탈피하였으며, 이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우선 치료 원칙에 辛凉淸解하는 방법을 도입하였다.

風熱이 衛分에 침입하였을 때 응용하는 대표 처방인 銀翹散을 보면 連翹, 金銀花, 桔梗, 薄荷, 竹葉, 甘草, 荊芥穗, 豆 , 牛蒡子, 蘆根으로서 桂枝湯이나 麻黃湯처럼 發表하는 작용과 달리 식히면서 宣通하는 것이 목적이다. 필자의 친구들이 시험삼아 감기 환자한테 투여하였는데, 약을 이틀분씩 지어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하루면 대개 낫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風熱이 肺로 들어온 증후에 응용하는 桑菊飮도 杏仁, 連翹, 薄荷, 桑葉, 菊花, 桔梗, 甘草, 葦根

중국에서는 기존 傷寒論의 원칙대로 辛溫解表하여 생기는 많은 誤治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치료약에서 營分을 식히는[淸營] 방법도 있다. 기존 傷寒論에서는 신체에 열이 오르면 陽明腑實證으로 보아 瀉下하는 방법을 쓰지만, 이와 달리 溫病學에서는 淸裏하는 방법을 쓴다. 그리고 溫病學에서는 熱症으로 나타나는 神昏 증상을 心包나 營分에 열이 침범하였다고 간주하여 淸營하거나 淸心하는 방법을 많이 활용한다.

또 滋陰하는 방법도 새롭게 창출하였다. 그래서 陰液을 보호하는 방법을 강조한다. 온병학자들은 滋陰하고 救陰하는 처방을 많이 썼다. 물론 일부 처방은 기존 傷寒論 처방을 가감한 것이다. 예를 들어, 傷寒論 陽明熱結에 응용하는 承氣湯을 溫病學에서는 津液 소모를 염두하여 玄蔘, 生地黃, 麥門冬을 대량 가하여 처방한다. 즉 사하해도 대변이 나오지 않는 증상을 진액이 부족하여 마치 물이 없어서 배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으로 간주한 것이다. 진액 소모가 더 심하면 陰液을 자양하는 海蔘을 가하고 當歸, 薑汁, 人蔘, 甘草를 가한 新加黃龍湯을 처방한다.


3. 맺는말

한국에 明淸代 의학의 精華인 온병학이 수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하여 최삼섭 선생은 정치적 배경을 이유로 들었다. 즉 葉桂, 吳菊通, 王士雄 등이 溫病學을 완성한 시기는 淸代 초기로서 당시 조선 광해군은 明과 청나라에 중립 정책을 취하였으나 仁祖가 즉위한 뒤 외교정책 실패로 두 번에 걸친 胡亂을 겪고 조선은 淸과 군신관계를 맺고 明과 단교하였으며, 왕자를 인질로 보내고 조공을 약속하는 등 굴욕적인 항복으로 淸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 문화적인 면은 물론 의학 분야에서도 수입이 중단되었고, 현재까지 온병학에 대한 연구가 미흡하여 대학 교육에서도 외면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급성열병은 洋方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까지 남기고 있다고 하였다.

溫病學에서 다용하는 약물은 石膏, 生地黃, 滑石, 犀角, 黃連, 黃芩, 知母, 檳 , 梔子, 豆 , 大黃, 玄蔘, 金銀花, 桑白皮, 竹葉, 牧丹皮, 連翹, 桔梗, 芍藥, 龜板, 麥門冬, 阿膠 등이다. 이들이 처방 속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활용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溫病學의 처방 구성과 효능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최삼섭 선생은 온병학으로 유행성감모, 유행성출혈열, 병독성폐염, 장결핵, 이질, 장티프스, 콜레라, 전염성간염, 패혈증, 유행성뇌척수막염 등 열성전염병을 치료하는 데에 부족함이 없다고까지 말하였다. 필자 견해로는 이러한 전염성 질환뿐만 아니라 현대 성인병 치료에 있어서 방법을 찾는 데에 충분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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