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보감 국제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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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보감 국제학술대회]
  • 승인 2009.09.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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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가능성과 가치 잇따라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단장 안상우)이 지난 3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동의보감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동의보감 관련 국내외 전문가들은 국제학술대회에서 동의보감과 한의학의 새로운 가능성과 가치를 의학적 문화사적 산업적 관점에서 고찰했다. 발제 내용 가운데 의미 있는 주장들을 요약 정리한다.


“동의보감 정기신 이론 심신일원론 탄력받을 것”
심신의학(Mind-Body Medicine)의 선구로서의 ‘동의보감’- 황 경 식 서울대 철학과 교수

우리는 흔히 동의보감의 역사적 의의로 ▲전통의학 통합 ▲실용의학 대중화 ▲향약 집대성 등을 열거한다. 이들 항목은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서 손색이 없다는 점을 웅변한다. 더구나 동의보감은 한문의서에 그치지 않고 대중의 언어인 한글언해를 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용의학, 대중의학으로서 성격을 뚜렷이 보여준다.

동의보감은 오늘날 동서 통합의학의 전일적 심신의학(Holistic Mind-Body Medicine) 가치에 충족한다고 본다. 기존의 심신일원론이나 심신상호작용론이 심신의학을 단지 직관적, 비체계적 수준에서 연구하고 바라봤다면 허준은 한의학적 발상을 당시 도가철학이나 유가사상과 접목해 심신을 통합적으로 접근해 보다 온전한 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동의보감은 유불선 3교를 통합한 철학적 기반 위에 정기신(精氣神) 삼위일체에 뿌리를 두고 내장기의 생리적 기능과 직접적인 병증을 일괄해 내경 편에서 다뤘다. 동의보감 서문에서도 의술의 기본은 정신수양과 섭생에 있고 보약과 치료는 2차적인 의의를 갖는다고 전하고 있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현재 심신의학이 생체피드백, 심상법, 최면요법, 명상, 요가 등 광범위한 치유방식들을 활용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동의보감이 가지는 심신의학으로서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최근의 의료경향은 심신을 통합적으로 접근한 예방과 치료로 바뀌고 있다. 결국 우리는 앞으로 의료에 있어 심신이원론적 발상을 청산하고 심신상호작용론 내지 심신일원론적 관점에서 우리의 건강개념을 재정립해야 할 것이다. 건강개념은 이제 삶의 질을 넘어 심신 통합적인 관점에서 훌륭한 삶에 대한 철학적 성찰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의 체질론적 변증이론이 오늘날 심신의학적 경향과 일맥상통하는 것을 깨달았다. 향후 동의보감의 의미를 한의학이나 역사적 틀에 국한시키지 말고 현대의료 추세에 발맞춰 철학 등 다양한 학문분야가 뛰어들어 동의보감의 가치를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동의보감 활용고민 있어야 가치 살릴 수 있어”
동의보감의 보존과 활용 - 봉 성 기 국립중앙도서관 고전운영실장

<동의보감>은 거질(巨帙)의 의서로 이용에 불편을 가져와 주요 사항만 요약하거나 혹은 온병, 두청과 소아과, 부인과 등 전문분야만을 수록한 의서로 주로 활용됐다. 여기에는 민초들의 의서 소유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기후 변화로 역병이 자주 발생되는 환경적 조건에 의해 종합의서보다는 전문의서를 더욱 필요로 했던 시대적 상황도 놓여있다.
조선시대에는 동의보감 간행에 많은 비용이 들어 동의보감을 요약 발췌한 다음 개인 경험방들을 추가한 의서들이 많았다. 동의보감의 다양한 발전과 활용을 위해선 이처럼 현대적 고민이 필요하다.

동의보감 국역본은 지난 1962년 국제신보출판사에서 처음 나왔다. 이때 출판된 동의보감은 국한문 혼용으로 동의보감과 질병에 대한 쉬운 설명이 특징이다. 이후 남산당에서 1971년 동의보감 완영중간본을 저본으로 축소해 발행하고 4년 뒤 아카데미출판사에서 영인했다.
국역본 발간은 동의보감과 허준을 소재로 한 만화, 아동도서, 전기 등 다양한 형태의 출판물 간행을 도왔고 음식 관련 서적, 처방도서, 침구, 약초 등 한의학적 내용을 다룬 책자의 밑거름이 됐다.

이은성 씨가 지은 <소설 동의보감>이 스테디셀러로 많은 독자에게 민족의학의 우수성을 일깨우고 깊은 감명을 주고 있는 사실과 드라마 <허준>이 사극 역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104종의 학위논문 중 현재까지 동의보감에 대한 연구로 22명의 박사가 탄생했고 앞으로 동의보감 관련 연구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양의학이 합리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과학적 의학이라고 한다면 한방의학은 경험과 실리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의학이라 할 수 있다. 한의학이 진일보하기 위해선 과거 전통경험을 계승하고 현대의 기술적 부문을 흡수 공존해 나가야 한다. 한의학의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요구가 서로 부응해 문화·산업·의학 등과 접목 발전시키는데 동의보감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범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동의보감 한류열풍의 새로운 주역으로 부상”
<소설 동의보감>의 일본어 번역과 보급 - 나카자와 도시코(中澤俊子) 고려박물관 운영위원

동의보감이 한국에 소개된 배경에는 미국의 대극동사를 전공하고 조선현대사에 조예가 깊었던 도요시마 테츠(豊島哲, 전직 上智大學 교수) 선생의 공헌을 빼놓을 수 없다.
당시 테츠 선생은 생전에 “동의보감은 한일 진정한 화해와 우호를 촉진하고 두 민족의 역사인식을 공유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이를 위해 특히 일본의 젊은이들이 동의보감을 읽어야만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의 의지에 힘입은 듯 지난 2003년 5월 일본 KNTV에서 드라마 ‘허준’ 방영을 앞두고 출판사 결서방과 극적으로 <소설 동의보감> 출판계약을 성사시켰다.
동의보감이 일본에 첫발을 들여놓은 시기는 저 멀리 에도시대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동의보감과 한의학이 일본의 의학, 약학의 발전에 가져온 역할은 측정할 수 없을 정도다. 아쉬운 점은 일본 내 일부 전공 사학자들을 빼면 일본인들에게는 이러한 사실이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

실제로 에도시대 제8대 쇼군인 도쿠가와 요시무네(德川吉宗)가 동의보감을 즐겨 읽고 조선의 의료제도를 모범으로 삼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만 보더라도 이러한 일본 내 현실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현재까지 허준과 동의보감 그리고 한의학에 대한 일본 내 인식이나 지명도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본인에게 친숙한 침, 구, 약초 등 동양의학의 정수 그리고 당시 허준 선생이 14년간 조선의 풍토에 맞는 의학을 독자적으로 발전시키고 확립시키려 고군분투한 끝에 약재의 성분과 효능을 기록한 ‘약초문화’는 일본의 젊은이들이 동의보감을 통해 느껴야 할 깊은 감동이자 조선이 낳은 인류 공유의 재산이다.

현재 일본 현지에서는 소설 동의보감 애독자를 비롯해 허준 선생의 의철학과 동의보감의 우수성을 배우자는 사람들이 소수이지만 적극 활동하고 있다. 어느덧 10년이 넘도록 많은 회원이 ‘지금 왜 허준인가?’ ‘의성, 허준을 말한다’는 주제로 일본 각지에서 강연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내년 2010년은 동의보감이 편찬(1610년)된 지 400년이 되는 해다. 지난 2003년 지인들과 함께 결서방을 창립했던 시점에서부터 동의보감이 편찬된 지 400년이 되는 2010년에 기념심포지엄을 일본에서 개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2010년 11월14일을 ‘허준 작 동의보감 완성 400년 기념 국제포럼’의 날로 정하고 현재 준비 중이다.
동의보감이 과거 일본의학을 발전시키는 자양분 역할을 했다면 이제 동의보감과 허준은 한류문화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본 현지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 위해선 한일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는 물론 민간 차원의 협력과 학문적 공조가 필요할 것이다.

“동의보감 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 높여야”
동의보감의 브랜드 가치와 전략상품화 - 권 오 민 한국한의학연구원 선임연구원

브랜드는 소비자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분하는데 사용되는 가치의 상징과도 같다.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무한경쟁시대에 제품 경쟁력과 차별화를 결정하는 것은 이 브랜드를 얼마나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우리가 맥주를 고를 때도 ‘기네스’ ‘코로나’ 같은 특정 브랜드를 선호하고 세계 MP3 시장 대부분을 IPOT이 선점한 것만 보더라도 세계시장 속 브랜드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동의보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동의보감의 브랜드 잠재력을 평가해 보고 이에 대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의 브랜드 전략을 살펴보면 초기에는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는 프로모션 활동이 주를 이룬다. 이후 기업은 제품에 대한 인지도가 소비자에게 확실하게 자리 잡으면 선호도를 높일 수 있는 다음 단계를 연구한다.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등재는 이런 측면에서 일단 세계적 브랜화를 위한 첫걸음에 성공했다. 마침내 우리도 삼성의 ‘애니콜’처럼 국가 이미지를 대표할 수 있는 한의학 브랜드를 최초로 만든 것이다.

이제 가장 중요한 단계로 동의보감이란 브랜드를 어떻게 활용하고 상품화할 것인지를 고민할 차례다. 우선 동양 의학시장 규모를 352억불로 계산했을 때 절반 이상은 이미 중의학이 선점했고 나머지는 이미 일본의 전통의학시장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한의학의 시장 점유율은 4.8%(48억불)에 불과하다. 때문에 세계의료시장을 선점한 중의학과 일본 전통의학과의 차별화를 시도해 틈새시장을 노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의학의 다양한 치료분야 중 ▲피부·성형 등 미용분야 ▲아토피 치료 ▲자궁 내 어혈 제거를 통한 난임치료 등은 기존 동양의학에서 특화되지 못한 부분이고 외국인들에게 선호도가 매우 높은 진료영역이다. 더구나 추나요법으로 동종업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자생한방병원 등은 이미 해외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동의보감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 각국 언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선행돼야 한다. 동의보감의 치료법과 현대 한의학 치료기술을 접목한 의료서비스로 차별화 전략으로 경쟁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이와 함께 동의보감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동의보감 상징(symbol)이나 로고 개발에도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차별화 전략을 통해 인지도가 확보되면 양질의 서비스와 연계사업으로 선호도를 높이는 작업이 수행돼야 한다. 월등한 치료기술은 물론 어려운 상병명이나 의료전문용어를 쉽게 설명해줄 한방의료 전문 통역사나 의료사고 분쟁 발생 시 이를 조정해줄 전문가 등 한방서비스 관련 전문인력의 양성도 필요한 과제다.

정리 =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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