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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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5)
  • 승인 2009.09.04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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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리

박유리

kiki2877@naver.com


서구는 지금 보완대체의학 연구인력 양성에 주력
정부 대학이 연구환경 조성 위해 과감히 경제적 지원 나서
보완대체의학 연구발전을 위한 전략

연재를 통해 그동안 해외에서 진행 중인 보완대체의학 임상연구의 동향을 소개해 왔다. 이 글은 연재 마지막 글로, 보완대체의학 연구의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자 보완대체의학 연구의 발전전략 중 하나로 연구인력 양성에 심혈을 기울이는 서구의 흐름을 집중 조명해 보고자 한다. 서구의 연구전략들이 국내에 바로 적용되기 어렵겠지만 보완대체의학 연구의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해 두면 향후 국내 한의학 연구 발전을 위한 전략을 수립할 때 참고할 가치가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와 미국, 캐나다 등에서 보완대체의학 연구에 관심을 지닌 학자들은 새로운 보완대체의학 연구방향 설정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Vinjar Fønnebø 등은 보완대체의학이 서양의학과는 학문적으로 다른 특징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실제 환자들의 이용행태나 보완대체의학을 규제하는 법규가 서양의학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여 새로운 연구전략을 제안하고 있다. 그들이 제안하는 연구전략을 도식화한 도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림 1>
이처럼 보완대체의학의 기존 연구방식을 비판하는 학자들은 그들이 제안하는 새로운 연구전략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연구방법론의 개발과 함께 이를 연구할 연구자 양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보완대체의학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전공자들의 연구참여 확대와 연구인력 양성이 첫번째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일례로 Claudia M. Witt와 Klaus Linde에 따르면 독일에서는 보완대체의학 시술자들의 연구방법론 교육을 위해 보완대체의학 임상 연구방법론에 대한 교육과정을 여름특강 형식으로 개설했다. 비록 국가가 연구자 양성을 위해 지원하는 공식 프로그램은 없을지라도 영국과 캐나다의 대학에서도 보건학, 사회학, 약학 등을 연구 중인 연구자들 중심으로 보완대체의학 연구자 양성이 시도되고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1999년 미국 국립 보완대체의학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NCCAM)가 설립된 이후 연구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계속 강조됐으며 최근 들어 그런 경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NCCAM은 그동안 적극 지원해 왔던 보완대체의학 임상연구들이 보완대체의학 시술의 효과성을 입증하는데 거듭 실패하면서 적잖은 비판에 직면하자 보완대체의학 연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잘 훈련된 연구인력 양성에 남다른 노력을 쏟고 있다. NCCAM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개년 연구전략(Expanding Horizons of Health Care: Strategic Plan 2005-2009)에서 연구자의 수와 질, 다양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박사과정부터 박사 후 연구과정, 교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단계의 연구자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교육기관 및 연구기관에서의 연구자 양성과정을 적극 지원한다고 천명하고 나선 점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실제로 NCCAM이 연구인력 양성에 투자한 비용을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살펴보면 그림 2와 같다. 2005년~2006년에 다소 감소세를 보인 건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의 전체 예산이 감소하는 바람에 NCCAM 예산이 2005년 123만 달러에서 2006년 120만 달러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Partap 등 연구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6년 동안의 평균 지원비는 9만 달러였다.
NCCAM의 연구인력 양성 전략은 대략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우선 보완대체의학 전공자들 가운데서 연구자를 양성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돋보인다. 연구경력이 적은 연구자들이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경제적 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점도 눈에 띈다. 보완대체의학 전공자들만 지원이 가능한 The Osher Foundation/NCCAM 프로그램 및 박사 후 연구과정 연구자들이 대학에서 자리 잡을 때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그 예이다. 그밖에 임상에서 진료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환자 중심의 임상연구, 보완대체의학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종사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의 지원 등 다양한 연구분야를 지원하고 있어 NCCAM이 보완대체의학 연구를 위한 다양한 인력 양성을 위해 적극 지원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인력 양성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바로 행동에 돌입한 미국 등 서구의 움직임을 살펴보았다. 비록 국내 상황이 지금까지 논의된 서양의 국가들과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지만 연구인력 양성이 중요하다는 문제의식은 국내 역시 그대로 적용된다. 한의학 연구가 발전하기 위해선 미국의 NCCAM의 전략처럼 보완대체의학 연구자를 양성할 수 있는 대학과 같은 교육기관 및 연구기관을 적극 지원하고 나아가 연구자들도 직접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돼 수준 높은 한의학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 빨리 조성돼야 한다. 특히 졸업 후 임상에 나온 뒤에는 이러한 연구자 양성이 쉽지 않은 현실을 고려해 볼 때, 연구인력의 수적 증가와 질적 향상을 위해서는 대학에서 이와 같은 보완대체의학 연구방법을 적극 연구하고 한의대생들이 교육과정에 한의학 연구의 중요성 및 기본적인 연구방법론을 배울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 도입이 시급하다.

세계의 보완대체의학 연구동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는 지금 서양의학의 연구방법론을 보완대체의학 연구에 적용하고 임상결과를 평가하려던 시도에 한계를 느끼고 보완대체의학의 특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연구주제와 연구방법론을 끊임없이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의학 특징이 잘 보존되고 한의학이 공식적인 의료체계 내로 도입된 우리나라는 분명 많은 강점을 지녔다. 이런 장점을 살려, 한의학 연구를 위해 국가는 전폭적 지원에 나서고 대학 등 연구기관은 연구인력 양성에 남다른 열정을 쏟을 때 대한민국이 한의학 연구의 메카로 자리 잡는 날은 멀지 않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는 표현은 결코 빈말이 아니다. <시리즈 끝>

박 유 리
원광대 한의대 박사과정
MPH, Johns Hopkins School of Public Health
E-mail : kiki28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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