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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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4)
  • 승인 2009.08.2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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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리

박유리

kiki2877@naver.com


한의학 치료, 과연 비용대비 효율적인가?
세계는 지금 한의학 경제성 평가에 주목

의료비용에 대한 사회적 부담이 급증하면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치료법을 찾고자 하는 노력이 세계 각국에서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의료분야에서 경제성 원리가 강조되면서 미국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이 서양의학에 비해 비용 대비 효용성이 높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보완대체의학을 임상연구할 때 경제성 평가를 병행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때문에 이 글은 경제성 평가의 개념과 종류, 보완대체의학 경제성 평가 연구사례들을 통해 서구에서 주목 받고 있는 보완대체의학 임상연구의 최근 동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임상증상은 물론 환자
정서적 호전까지 포함
하는 게 경제성 평가

경제성 평가란, 하나의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다양한 치료법의 치료결과에 대해 각 치료에 소요된 비용들을 비교해 평가하는 방법을 말하며, 여기에서 말하는 치료결과는 임상증상의 호전(clinical outcomes)과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등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호전(humanistic outcomes)을 포함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성 평가의 방법에는 치료결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연구방법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연구방법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표 참조>

첫째, 비용편익 분석(Cost-benefit Analysis, CBA)은 치료결과 회복하게 될 건강상태를 화폐가치로 환원하여 치료를 통해 얻게 될 이익과 치료에 소요된 비용을 비교 분석하는 연구방법이다. 이때, 건강상태에 대한 화폐가치는 환자(소비자) 입장에서 환자가 치료결과 회복하게 될 건강상태를 얻기 위해 현재의 경제상황에서 얼마 만큼의 돈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가를 조사해 평가한다.

둘째, 비용효과 분석(Cost-effectiveness Analysis, CEA)은 치료결과를 임상증상의 호전도로 평가해 각 치료 결과 증상이 호전된 정도와 얼마 만큼의 비용이 소요되는가를 비교하는 것이다.

셋째, 비용효용 분석(Cost-utility Analysis, CUA)은 전반적인 건강상태를 평가하는 EQ-5D나 SF-6D와 같은 검사도구를 활용해 삶의 질이 보장된 기대여명(Quality Adjusted Life Years, QALYs)으로 치료결과를 평가함으로써 각 치료결과 얻어진 QA LYs와 비용을 비교하는 방법이다.

이 중 최근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비용효용 분석법을 통한 경제성 평가에 대해서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자.
비용효용 분석에서는 만약 한 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 효용은 좋은데, 비용은 더 낮은 경우에는 그 치료법이 상대적으로 훨씬 탁월한 치료이기 때문에 더 이상 분석을 진행하지 않는다.
한편, 한 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 효용과 비용이 모두 높은 경우 비용효용 비율을 계산해 그 치료가 비용 대비 효용이 좋은 치료인지에 대한 경제성을 평가한다.

이 두 가지 경우를 실제 연구사례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예는 네덜란드에서 경추 통증을 2주 이상 앓은 환자 183명을 1차 의료기관에서 모집해 교정치료, 물리치료(운동요법), 일반적인 치료(교육, 약물치료)의 3가지 치료군으로 무작위로 배정한 실용적인 임상연구(Practical Clinical Trial, PCT)이다.
이 연구에서 평가된 치료결과 중 삶의 질 변화(효용)와 총 비용을 도식화하면, 다음 <그림1>과 같다. 이 연구에서는 교정치료가 다른 치료에 비해 효과가 좋은데 비용이 적게 들어 비용대비 효용이 높은 치료법으로 평가됐다.

한편, 영국에서 만성요통을 앓는 241명의 환자를 침치료군과 일반치료군으로 무작위 배정한 실용적인 임상연구에서는 침치료군이 일반치료군에 비해 효용과 비용이 모두 높았기 때문에 비용효용 비율을 계산해 침치료가 일반치료에 비해 비용 대비 효율적인 치료인지 평가했다. <그림2 참조>

그 결과, 일반치료 대비 침치료가 1QALY를 올리는데 £4,241 소요돼, 이는 영국의 NICE가 제시한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고 평가하는 기준치인 £30,000 per QALY보다 낮은 수치이기 때문에 이 연구에서는 침치료가 만성요통 치료 시 비용 대비 효과적인 치료법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러한 보완대체의학 경제성 평가는 보완대체의학이 의료보험체계로 편입하는 정책 결정의 근거를 제공하거나 환자와 의사들이 효율적인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국가들에서는 보완대체의학이 공식적인 의료체계로 편입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전자를 목표로 경제성 평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경제성 평가는 연구관점에
따라 판이한 결과 도출

한편, Herman PM 등에 따르면 보완대체의학이 공식적인 보험체계로 편입함으로써 치료 자율성의 상실을 우려하는 시술자들은 경제성 평가에 비우호적이다. 하지만 시술자들의 선호도와 상관없이 최근 경제성 평가가 많이 시도되고 있음을 직시하고, 시술자들이 경제성 평가 연구에 적극 참여해 그것이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한의학이 이미 국가보험체계로 편입돼 한의학의 경제성 평가에 대한 동기부여가 다소 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동기에 의해서든 국내에서도 한의학 분야에 대한 경제성 평가가 시작된다면 누가 어떤 관점에서 연구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도출될 수도 있다. 앞으로 이를 대비해 한의사들이 이런 연구 동향에 대해 적극 관심을 갖고, 그것이 미칠 영향을 준비하고 참여해 나가야 할 것이다. <격주 연재>

박유리
원광대 한의대 박사과정
MPH, Johns Hopkins School of Public Health

E-mail : kiki28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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