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동의보감 특집제작’ 표만석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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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인터뷰] ‘동의보감 특집제작’ 표만석 PD
  • 승인 2009.08.21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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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된 자료없이 한의학 방송 어려워”

‘동의보감 특집방송 1·2부작’을 만든 표만석(49) PD를 지난 18일 서울 KBS 신관에서 만났다. 특집방송을 내보낸 뒤 가족과 휴가를 즐기고 왔다는 그의 검게 그을린 얼굴에는 25권짜리 동양의 명서를 집중 조명했다는 뿌듯함이 은근히 배어났다.
동의보감 프로그램 제작 후기와 에피소드, 앞으로 한의계가 한의학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 지를 표 PD에게 들어봤다.

“한의학은 한국인에게 마음의 고향이나 어머니의 품을 연상시키는 친숙한 존재입니다. 지금도 몸이 아프면 자연스럽게 한의원을 찾는 분이 많습니다. 한의학에 대한 이런 친숙한 이미지와 동의보감의 연결고리를 조명해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표 PD는 ‘생로병사의 비밀’의 제작을 맡으면서 인간의 육체는 고루 영향을 미치고 균형을 이룬다는 한의학 고유 이론, 즉 정체관념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동의보감 특집 제작은 평소 한의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한편 나온 지 400여 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동의보감이 유효한 배경을 임상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다.

■ 부족한 제작시간 최소 6개월은 필요

동의보감 제작은 처음부터 난항을 겪었다. 유네스코 등재 여부가 아직 불투명한데 동의보감 특집방송을 편성한다는 것은 일종의 모험이자 도박이고 무엇보다 동의보감 내용 속 처방과 치료기술이 현대의학 측면에서 검증됐느냐는 문제 등이 풀어야 할 주요 난제였다. 하지만 이번 방송이 국민에게 자부심을 안겨주고 동의보감의 진면목을 재조명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방송국 고위 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다.

어렵사리 얻은 방송허가지만 넘어야 할 산들이 많았다. 다큐멘터리 한 편을 만들려면 최소 3개월이 필요한데 남은 시간은 불과 2개월. 6월에 기획을 마치고 실질적인 제작과 취재에 들어간 시간도 한 달 정도에 불과했다. 제일 먼저 프로그램의 애니메이션 팀이 도저히 무리라는 반응을 보였다. 어떻게든 그들을 설득해 철야가 시작됐고 취재팀은 한의사, 한의학연구원, 한의대교수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하고 아이템이 결정되면 그곳이 어디든 달려갔다.
특히 어렵게 찾아간 중국의 해외 취재현장에서 만난 어느 전문가는 예상과는 달리 동의보감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도 내놓았다. 동의보감보다 더 오래되고 훌륭한 중국의 의서가 충분히 많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한 달을 정신없이 달려왔고 지난 7월30일과 8월6일 동의보감 특집방송이 무사히 방송될 수 있었다. 방송이 전파를 탄 이후 한의계 뿐만 아니라 KBS 방송 홈페이지에 남긴 누리꾼들의 반응도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표 PD는 “짧은 제작시간에도 불구하고 동의보감의 내용을 충실하게 다뤘다는 방송국 내의 평가에 만족감이 크다”며 “무엇보다 민족의학인 한의학의 가치와 우수성을 국민에게 재인식시킬 수 있었던 기회였다는 점에서 방송인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하지만 담당프로듀서로서 그는 완성도에 여전히 아쉬움을 토로한다.
“방송에 쓰인 애니메이션이 엉성한 점이 많고 허준 선생의 의사상이나 생명 존중의 정신이 제대로 조명되지 않아 완성도 측면에서 여전히 미련이 남습니다.”
그는 이번 방송을 또 하나의 기회이자 거울로 삼고자 한다. 표 PD는 전국 11개 한의과대학과 연구기관이 배출해낸 한의학 관련 연구자들과 그들이 규명해낸 한의학의 신기술 등에 관심이 높다. 이를 소재로 동양의학의 정신이 담긴 한의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개인적인 소망이다.

■ 무엇보다 시청자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한의계는 그럼 표 PD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표 PD의 답변은 단순 명료하다.
“무엇보다 먼저 시청자가 공감하고 신뢰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와 데이터, 현대의학으로도 설명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합니다. 이것은 사실만을 다루는 언론의 고유한 특성 때문이죠.”
동의보감 특집을 준비하면서도 그는 한의학의 객관화 작업이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한의계는 한의학을 과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SCI 등재 논문 발표와 진단기기 개발 등에 힘써 주길 희망했다.
표 PD는 이어 “한의학의 과학성만 어느 정도 증명된다면 타 방송사 PD들도 한의학 관련 프로그램을 서로 경쟁적으로 만들지 않겠습니까. 한의학은 그럴 만큼 충분히 매력이 넘칩니다”라고 역설했다.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내가 본 동의보감은?
- KBS 교양국 표만석 PD

중국엔 동의보감 간자 해석본 나와

동의보감은 당시 동양의학서를 짜깁기한 편찬서에 불과하다고 막연히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전 동의보감 25권을 읽은 뒤 이 책은 단순한 편집서가 아니라 한 의학자의 임상연구와 검증이 빚어낸 결정체란 사실을 깨달았다.

다시 정독했을 때는 허준 선생의 혼이 담긴 의학적 정수와 성찰은 물론 행간과 행간 사이에 담긴 위민정신이 느껴졌다. 가난한 백성들을 위해 조선에 서식하는 대체약재를 적어 놓은 23가지 단방(單方) 편을 보거나 한글로 적어 놓은 주석을 발견할 때마다 허준 선생의 위민사상에 무릎을 치곤 했다. 비록 휴머니즘을 직접 언급한 대목은 없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 인간애가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올랐다.

다만 이처럼 훌륭한 책을 일반인들이 읽는 데는 한계가 있다. 원문이 한자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참 부끄러운 일이지만 중국은 우리와 달리 동의보감을 중국어와 지금의 현대어로 재정리해서 이용하고 있다. 우리도 하루 빨리 동의보감의 한글 해석본을 내야 한다. 한의계는 지금 무엇을 하는지 모르겠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동의보감 25권 정독에 재도전할 생각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제대로 알고 싶어지는 책이다.

구술 정리 =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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