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혼 사마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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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혼 사마천
  • 승인 2003.04.04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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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사마천의 생애

천퉁성 著 / 이끌리오 刊

새 학기 시작되어 모임 몇 번 한 것뿐인데, 어느덧 4월이 시작되었습니다. 갈수록 기억력이 떨어지는지라 지난 3월에 참석했던 자리가 벌써부터 가물가물하고, 오직 제 고향 지역 출신 신입생 환영회만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술자리가 오랫동안 계속된 것은 전혀 아니었고, 잠깐 얼굴 내 비치며 저녁 한 끼 해결한 뒤 다른 날보다 훨씬 일찍 귀가했지만, 한문 특기생으로 입학하였다는 한 새내기에 대한 부러움․시샘 등이 무척 컸나 봅니다.

거짓말 좀 보태면 요즘 들어오는 신입생들이야 거의 아들 뻘인지라 무슨 경쟁심이 생긴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지만, 四書를 몽땅 암기하고 있다는 그 신참 한의학도(이름은 물론 얼굴도 벌써 까먹었습니다)는 얼마나 한의학을 공부하기에 유리할까 하는 생각이 한없는 부러움과 함께 밀려들었거든요.

사실 한의학에 도움이 되는 주변 학문이 四書로 대표되는 한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언뜻 떠올려 봐도 동양 철학, 중국역사, 서양의학, 심리학, 환경생태학, 식물분류학, 천문학 등등 엄청 많거든요. 그렇지만 서양 학문 일변도의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저와 같은 부류의 한의사들은 역시 한문, 동양철학, 중국사 등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지 않을까요? 더 공부할 필요가 전혀 없어 보이는 뛰어난 선배님 한 분까지도 한의학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어서 한문을 배우러 다닌다고 할 정도이니…….

서론이 한참 길었습니다. 아무튼 이번에 소개 드릴 책은 중국의 역사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여겨지는 ‘역사의 혼 사마천’이라는 소설입니다.

‘사마천의 史記’라는 어구는 주입식 암기 교육 탓에 너무도 친숙했기에, 한문 실력이 부족해 읽을 엄두는 도통 내지 못하면서도 다 알고있는 듯 착각한 사람은 비단 저 한사람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아울러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史記가 지니고 있는 가치에 눈을 뜨고 난 뒤 사마천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가지게 된 사람 또한 저 혼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작자 미상, 연대 미상의 고 전 저작 시기를 파악할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사료로 인정받는 역사서가 바로 史記라는 사실(가장 대표적인 예는 難經의 저술 시기와 작자를 戰國時代의 秦越人 扁鵲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그 근거는 다름 아닌 史記의 扁鵲倉公列傳 덕택이지요)을 절대 가벼이 보아 넘길 수는 없지 않겠어요?

3천년 역사를 치우침 없는 시각으로 기술하여 正史의 원형으로 평가받는 史記! 그 불후의 명작 史記를 완성하기 까지 지은이 司馬遷의 실로 파란만장한 생애! 원제 ‘史魂 司馬遷傳’이라는 소설은 이 두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지만, 저자 천퉁성(陳桐生) 교수는 史記 전문가답게 엄밀한 사료 분석과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당시의 정치 문화적 상황을 입체적으로 재현하여 픽션-논픽션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생생하게, 또 재미있게 묘사해 놓았습니다.

나라면 근 3천년에 이르는 역사를 어떻게 기록했을까 하는 마음으로 史記를 읽는다면, 12本紀․30世家․70列傳․8書․10表의 형식이 더 큰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안 세 영(경희대 한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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