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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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3)
  • 승인 2009.07.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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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리

박유리

kiki2877@naver.com


임상연구의 새로운 방법론 ‘의료서비스연구’
한의학 특징 반영 용이 … 적절한 활용 기대

최근 보완대체의학의 임상연구를 하고 있는 많은 학자들 사이에서 의료서비스연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그들은 무작위배정 대조 연구의 한계를 느끼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의료서비스연구가 그 대안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한의학의 특징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임상연구방법론에 대한 논의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외국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러한 임상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향후 임상연구방향 설정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에 이 글에서는 의료서비스연구란 무엇이며, 보완대체의학 임상연구에 의료서비스연구방법론이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단, 이 글에서는 의료서비스연구가 보완대체의학 임상의 효과를 평가하는데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살펴보기 위해 논의의 범위를 의료 서비스 결과에 대한 연구로 한정시키고자 한다.

의료서비스연구(Health Services Research)는 1960년대에 처음으로 개발되기 시작하여 지금도 계속 발전하고 있는 신생학문으로 의료 서비스의 구조, 과정, 결과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는 학문이다. 의료서비스연구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정의는 미국 국립의학연구소(Institute of Medicine)에서 내린 것으로, 의료서비스연구는 의료서비스 이용의 구조, 과정, 결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및 조직, 의료서비스의 접근도, 의료서비스의 이용, 이와 관련된 비용, 의료의 질, 궁극적으로는 의료서비스가 건강과 삶의 질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는 다학제간 연구라고 하겠다. 의료서비스연구의 연구 대상을 도식화하면, 위 그림과 같다. <그림 1 참조>

먼저, 의료서비스연구에서 의료서비스 결과를 평가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방법론 세가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실용적인 임상연구(Pragmatic Clinical Trial)로 이 연구는 환자를 무작위로 치료군과 대조군으로 배정한다는 점에서는 무작위배정 대조 연구와 같지만, 일반적으로 일차의료기관에서 실시되고 있고, 치료 프로토콜을 정하지 않고 실제 임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치료를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하며, 다양한 환자층을 모집하여 현실에 가장 근접한 임상연구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결과 평가 역시 객관적인 증상 개선 외에도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 삶의 질 변화 등을 포괄하고 있어 보완대체의학의 치료목표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둘째, 관찰적 연구(Observational study)방법으로 실제 임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치료를 반복 관찰하여 그 결과를 평가하는 연구방법이다. 관찰적 연구는 일반적으로 의료기관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그 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를 장기간 관찰하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 연구는 표본선택의 편중(selection bias)과 결과에 영향을 끼치는 다른 간섭인자들(confounding factors)의 영향이 크다는 한계가 있어 논란의 여지는 많지만, 보완대체의학은 서양의학과는 달리 치료결과에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관찰적 연구의 활용가치가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셋째, 질적 연구(Qualitative research)방법으로 위의 두 연구방법론은 연구결과를 수치로 표현하는 반면에, 질적 연구는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적으로 표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환자와 의사가 건강과 질병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환자가 치료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가, 의사와 환자간에 어떤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가 등에 대해서 환자와 시술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분석하고, 이러한 요소들이 치료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에 대해 평가하는 것이다.
보완대체의학의 많은 부분이 수치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러한 질적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학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서비스 연구의 개념과 연구방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번에는 실제 관찰적 연구방법론을 이용한 의료서비스연구의 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Carey TS 등은 급성요통에 가장 효과적인 치료를 평가하기 위해 가정의학과 의사, 카이로프랙터, 정형외과의사, HMO(Health Maintenance Organization)에 속한 의사들, 총 208명을 무작위로 선택하여 각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의료서비스를 24주 동안 관찰한 후 요통치료 결과와 비용을 비교하였다.

의료서비스의 결과는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과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 각 의료기관에 방문한 횟수와 처방의 빈도 등 의료서비스 이용율, 환자가 느끼는 만족도, 치료에 대한 이해도, 치료비용으로 평가되었다.
이 가운데 증상호전도와 치료 만족도에 대한 평가부분만 살펴보면,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과 직장으로 복귀하는 데 걸린 시간은 각 치료군별로 큰 차이가 없었다.

위의 그래프<그림 2 참조>는 각 치료군에서 환자들이 처음 방문한 시점으로부터 원래 상태로 회복되는 데 걸린 시간을 비교한 결과를 보여준다. 치료군별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그래프가 거의 구분되지 않고 있다.
한편, 의료의 만족도에 있어서는 카이로프랙터 그룹이 다른 그룹에 비해서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림 3 참조>

이처럼 보완대체의학의 의료서비스연구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미국 국립 보완대체의학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 NCCAM)에서는 2005년에 발표한 <의료의 지평을 넓히며- 2005 ~2009년의 연구전략>에서 보완대체의학 연구 전략 중 하나로 의료서비스연구 활성화를 제시하였다. 특히 그 세부항목으로 임상연구시 의료서비스연구방법론의 도입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을 비롯한 서구에서 이뤄지고 있는 보완대체의학의 임상연구방법 개발은 향후 한의학의 연구 방향 설정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앞으로 한의학 임상연구에서 의료서비스연구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국의 상황이 서구의 상황과 다르고, 한의학이 갖는 독특한 특징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점을 받아들여 한의학의 특징을 잘 반영할 수 있는 연구방법론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향후, 한의학 임상연구를 할 때 무작위배정 대조 연구의 일변도에서 벗어나 의료서비스연구의 장점을 적절하게 활용한 임상연구의 활성화를 기대해본다. <격주연재>

박유리
원광대 한의대 박사과정
MPH, Johns Hopkins School of Public Health

E-mail : kiki28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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