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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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7)
  • 승인 2009.07.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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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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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우뚱하지 마십시오

지난 호(717호)에, 진찰을 하는 중요한 목적은 단지 문제를 진단하는 데만 있지 않고, 환자를 설득하기 위한 도구로 삼기 위함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다면 진찰 혹은 검사를 하되, 어떻게 하면 그것을 통해 환자에게서 더 큰 신뢰감을 줄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환자들이 한의원에 와서 제일 먼저 기대하는 진찰법은 뭐니뭐니 해도 맥진입니다. 맥을 잘 짚는가, 못 짚는가를 가지고 원장의 내공을 짐작하는 환자들이 아직 많습니다. 그러므로 진료의 과정에서 결코 맥진을 생략해서는 안 됩니다. 간혹 맥진에 대한 스스로의 확신이 부족해서 맥진을 하지 않는 원장님들이 있습니다. 그러면 환자들은 꼭 접수실 쪽으로 가서는, “원장님이 나 맥도 안 짚었는데 제대로 진찰하신 거 맞느냐”고 찜찜해 합니다. 그럴 경우 다시 환자를 모셔서 맥 짚으려면 무척 궁색해질 것입니다.

진맥을 하실 때는 신중하게 하셔야 합니다. 맥 짚으면서 “우리 한의원 어떻게 알고 오셨죠? 와, 옷이 참 예쁘네요.” 이런 식의 잡담을 해서는 아니 되겠지요. 맥진을 할 때는 집중을 위해서 눈을 살짝 감는 것도 좋습니다. 혹시나 맥상을 잘 모르겠다 싶어도 결코 ‘갸우뚱’하는 동작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것은 환자의 마음에 불안감을 심습니다. 그리고 원장님에 대한 인상 역시 ‘갸우뚱’으로 찍힐 수 있습니다.

설령 원장님 마음에 잘 모르겠다 또는 의아하다는 느낌이 들더라도 환자 앞에서는 무조건 끄덕끄덕하는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아무리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상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내지 마십시오. 그렇게 하는 이유는 환자를 속이고자 함이 아니요, 환자에게 안심과 신뢰감을 심어주고자 함입니다.

진찰할 때는 원장님이 직접 몸을 사용하여 환자의 몸과 접촉이 일어나는 진찰법을 충분히 활용하십시오. 기계로 검사하고, 그 결과지를 보여주는 것에서는 환자가 원장님의 성의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나 몸과 몸이 맞닿는 진찰을 하면 환자들은 거기서 큰 성의를 느낍니다. 성의 있는 모든 액션을 보여주며 환자의 몸과 증상에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환자의 입에서 “제대로 진찰도 안하고 약만 먹으라고 한다”는 불평이 나온다면 원장님이 환자에게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맥진은 물론 설진, 복진, 청진, 장기형상진단 등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진찰법을 구사하십시오.

요통환자나 슬통환자를 보실 때에, 그저 걸어 들어오는 환자의 모습만 보아도 어디가 어떻게 고장 났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러할지라도 환자의 호소를 차분히 다 들어주고, 이학적 검사까지 능숙하게 진행하십시오. 진찰을 위해 다양한 부위의 압통점을 눌러가며 환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해가는 원장님의 모습을 보여주십시오. 환자가 원장님의 성의를 느끼면 자연스럽게 원장님을 따릅니다.

다만 너무 지루하게 진찰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맥진한다고 이분, 삼분씩 맥 잡고 있으면 환자가 답답해서 미칩니다. 말은 하지 않고 이런저런 진찰만 계속하고 있어도 따분해집니다. 진찰할 때는 항상 끄덕이면서 확신에 찬 모습을 보여주며 따듯하게 소통하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연구소 소장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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