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칼럼] 개원의가 본 임상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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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칼럼] 개원의가 본 임상연구
  • 승인 2009.07.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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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에서 진료시 필요한 근거자료를 찾기 위해서 도서관을 찾을 때가 많다. 한약은 간에 나쁜가? 언어장애에 침치료는 효과적인가? 한약은 인지기능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발표된 임상연구는 특정 질환에 특정 약물의 효능을 보는 신약개발에 사용되는 통제된 임상연구가 대부분이다.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특성을 살린 임상연구는 미흡한 편이고, 연구결과를 임상에서 활용하기에도 쉽지 않다.

흔히 체계적 문헌고찰(Systematic review)와 더불어 강력한 임상근거로 여기는 무작위 이중맹검 임상역학실험(double-blind randomized therapeutic trial)연구는 1960년 임상의사들이 허가된 모든 신약에 의문을 품으면서 시작되었다. 혹시 독성이 있는지, 임상적으로 효과가 있는지 알 수 없는 위험한 신약후보물질을 검증하는 것이다. 동물실험과 독성연구를 하고, 임상 1상, 2상, 3상을 통해 실험군과 대조군의 안전성과 효능을 검토한다. 연구비도 많이 들고, 위험성도 많아서 연구윤리도 중요하다.

물론 목적은 제약회사의 신약허가를 통한 의약품 시판에 있다. 한약처방이나 한약제가 이런 연구방식으로 특정 질환에 특정 처방의 효과가 입증된 연구도 필요하다. 하지만, 임상에서는 같은 병명이라도 체질이나 변증, 환자 상태에 따라서 각기 다르게 처방되므로 논문만 믿고 활용하기에는 무언가 찝찝하다. 심지어는 한약을 주요성분으로 한 임상시험을 하고 보니, 의약품으로 둔갑해서 한의사가 처방할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도 있다.

한의사가 진료실에서 한의학적 진단과 변증을 하고, 한방치료의 임상적 효과를 추적조사 하는 방법은 없을까? 1916년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한 외과전문의는 자신이 수술한 환자들을 장기간 추적 관찰하여 임상 결과를 연구하였다. 이것이 임상성과연구의 시초이다.
진료현장에서 실제로 활용되는 의료기술이 과연 효과적이었는지를 보는 연구방식이다.

실용적 임상연구(pragmatic clinical trial ; PCT), 임상성과연구(Outcomes study)는 실제 임상진료내용을 사후에 추적하는 준 실험 관찰연구(Quasi-experimental observational study)이다. 진료 전에 미리 디자인 된 전향적 설계(Prospective designs)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진료후의 결과를 체계적으로 추적조사(systematic follow up)한다.

시술자, 환자, 치료기관의 각종 정보, 과거력, 가족력, 검사 자료, 치료기술(수술, 약물, 한약제, 침치료 등)의 정보를 수집한다. 진료 후에는 사용된 치료기술 종류, 부작용, 효과성, 삶의 질, 건강지표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회귀분석 등을 통해서 여러 인자들간의 상호관계를 분석하여 생존율이나 치료 효과의 비교우위 등을 통계처리 한다.

수 년 전에 한약이 과연 간에 나쁜지를 전향적 임상연구방식으로 설계하여 진행한 적이 있다. 대학과 여러 곳의 한방의료기관이 참여하여 동일한 연구프로토콜을 사용하였다. 실제 한의사의 진단과 변증에 따라서 다양한 한약처방의 부작용을 살폈다. 질환, 과거력, 가족력, 간기능 검사자료, 한약-양약 중복투여, 건강기능식품 복용여부, 투여 기간, 건강상태, 소화상태 등의 자료를 추적조사하여 검토하였다. 연구진은 한약 먹기 전과 후의 간기능은 신뢰수준이내에서 차이가 없었다는 결론을 SCI(E)급 논문에 투고하였다.

한약과 침치료는 미지의 신약후보군이 아니라 한방의료기관에서 실제 활용되는 치료기술이다. 대학이나 연구소에서 한방병·의원에서 처방되는 한방임상증례부터 모으면 어떨까?
외국 코크란 센터 같은 한의학임상정보센타를 구축하여 임상자료를 모으고, 임상연구 설계, 진행, 분석을 총괄하면 좋겠다. 수많은 개개 한의사의 치료경험이 모인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쌓인다면, 미래의 한의계를 먹여 살릴 최고의 신성장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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