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연구 10년의 평가와 향후 10년의 전망(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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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연구 10년의 평가와 향후 10년의 전망(6-1)
  • 승인 2009.07.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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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I

僞學경계 … 합당한 시스템 마련이 현명
삶의 질과 인류의 미래 위해 재조명돼야 할 한의학


■ 대학에서 바라보는 한의약R&D ■

◆ 연구자로서의 哀歡

요즈음 나는 국제논문 365편의 비환, 낯바닥만 있고 눈과 눈썹이 없는 ‘맹라(盲癩)’를 출간하는 고해의식을 치렀다.
외부논문 등을 제외하고 1편에 1천만원씩만 계산해도 삼십억원이 투입됐다.
빌어먹을 미국 시약에, 미국 판권 학술지에, 사자 토끼몰이 모른 못난이 바보 천치였다. 달밤에 체조했다. 얕은 물가에서 첨벙대며 벙시레 해낙낙했다. 내 삶의 이유였던 연구, 허무함 가득하다.

어느 학자는 “속 좁은 학문적 배타주의일까? 우리의 역사, 남보다 뛰어난 기록이 엄연히 있는데도 그건 놔둔 채 남의 학문을 무비판적으로 따라하는 것은 문제다.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요, 배알조차 없다고 핀잔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더욱 속이 상하는 건 정작 관심을 가져야 할 이들의 철저한 이기주의와 무관심이다”라고 일갈했다.
이어령 교수는 “남대문이 불타니 남대문이 보인다”고 했다. 한의학이 사라져야 한의학이 보일까? 후회 막심하다.
서양의학은 나의 도움 없이도 엄청 진보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논문발표에 급급한 철학 없는 영혼이 됐다. 나는 눈먼 문둥이다.

연구는 자유라는 생각, 자유로울수록 창의적일 수 있다는 생각, 호기심과 욕심 때문에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는 생각은 틀리지 아니할 것이다. 거기에 실험실을 꾸려 보지 않은 사람은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연구환경과 불편한 진실(an inconvenient truth)들이 있다고 변명할 수 있다.
허나 약국 개업시절, 양방의약품의 고식적 효과와 심각한 부작용으로 고민하고 있을 때 구세주처럼 나타난 한방의약품의 경이로움에 매혹돼 작심한 초심을 까마득히 잊어버렸단 말인가? 하고 싶은 연구를 마음대로 하면서 월급 척척 받으니 주책없이 날뛰었다.

◆ 연구는 마음가짐이 중요해

한의학 정신을 바탕으로 한 매력적인 연구성과물이 쏟아질 때만이 한의학의 가치가 우뚝 서게 되고 한의학의 산업 경쟁력을 크게 드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한의학의 한의학에 의한 한의학을 위한 연구에 집중하자.
양방의사와 함께한 가미형개연교탕 연구결과가 보도되고 나서 한방병원이 환자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연구자로서 객관성이 있는 한의학적 연구결과물을 근거로 한 명쾌한 재해석을 내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의학 어느 분야든, 연구결과는 세계인과 함께할 수 있을 때 그 가치가 배가될 것이기에, 그리고 한의학적 결과물을 게재하고 싶은 저널이 꼭 필요하기에, 정체성이 강하고 깊이 있는 영문학술지(Tang research)도 새로 만들겠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Pretty is as pretty does).

장님 코끼리 만지는 정도의 하찮은 관찰 결과를 얻을 수밖에 없더라도, 스케치도 아닌 초벌 그림에 만족하는 자세로, 한의학적 동물모델 개발에도 매진하겠다.
우리 조상의 완벽한 과학기술 결정체로 원형의 손상 없이 1000년 이상을 유지해 온 석굴암을, 1913년 일제 때 신소재로 각광받던 시멘트로 콘크리트 돔을 설치해 망가뜨려 놓듯 해서는 안 된다.

◆ 결과지향형연구 한의학발전에 해악

뿌리깊은 고뇌 없이 수행하는 결과 지향형 연구는 한의학 발전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한방처방, 특히 원방의 우수성 등을 다각도로 깊이 있게 연구하겠다. 고부가가치가 예상되는 생약제제나 천연물신약개발 연구는 필요하다면 비한의학자가 잘 할 수 있고, 무엇보다 한의학을 망가지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약의 성분연구는 다분히 서양 의약학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으로, 서양식 국제학술지에 참 쉽게 게재할 수 있고, 현실적으로 한의약의 표준화에 기여할 수 있고 보편적 진단에 의한 치료 등에 응용할 수 있다.
허나 내가 알기로 임상한의사는 결코 특정 몇몇 성분을 고려해 투약하지 않는다. 참고사항에 불과할 따름이다.
전통방식이 아닌 알코올 같은 용매 추출물이나 분획물은 독성시험 등을 거쳐 양방제제로 개발되는 것이 순리다.

◆ 한의학자로서 느끼는 책임감

한방제제로부터 양방제제화는 가랑잎으로 눈 가리기다. 편리성 등을 위한 한약의 제형 변화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제형화에 필요한 부형제, 방부제, 착향료, 감미료, 안정화제 등을 최소화해야 한다. 처방에 따라 정성을 다해 그때그때 직접 다려먹는 탕약이 유효성, 안전성, 안정성 면에서 최고인 것은 자명하다.

우수의약품제조를 위한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처럼 우수탕약제조기준(good tang practice, GTP) 등 합당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문외한이지만 큰 범주에서 사상체질 등으로 분류한 것일 뿐 환자별 체질이 모두 다르기에 한의사의 섬세한 처방에 의한 개별 투약이 핵심인 것이다.
경험과 감성과 지성의 한의학, 삶의 질을 위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재조명해야 한다.
난 한의사는 아니지만 한의학자라고 할 수 있다. 책임감 느끼지 않으면 아니 된다. 위선적 학문(僞學),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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