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동료평가를 통한 학회의 건전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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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동료평가를 통한 학회의 건전한 발전
  • 승인 2009.06.26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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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학사에서 송대의 인쇄술 발달은 의학서적의 출판에도 영향을 미쳐 의서발간도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졌는데, 그 영향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금원시대에 새로운 학파의 사승관계가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서적을 통한 정보교류는 의학기술이나 학문의 발달에 매우 중요한 조건이 된다. 한약분쟁 당시 문자수준의 하이텔통신망을 매개로 전국의 한의사가 정보를 공유하였는데, 최근에는 인터넷 웹기반은 새로운 정보문화를 만들고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대한한의학회에서 한의학의 학술네트워크의 중심을 선언하면서 창간한 웹진(WEBZINE)이 학문발전의 전기를 마련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학회운영과 관련하여 웹진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안타까움을 느낀 사태와 관련하여 발전적 충언을 드려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의사협회와 한의학회의 예산공방이 마치 국회의 여야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협회는 학회에 대하여 예산지원을 해야 할 책임이 없다고 판단하여 학회 스스로 자립하라는 입장인 것 같고, 학회는 학문발전에 투자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당위로 당장 임상만 생각하지 말고 협회에서 예산을 지원하라는 입장으로 보인다.

협회장과 학회장이 내부적으로 협의해야 할 사안을 가지고 소위 ‘논 내놓으라’ 식의 실속 없는 푸념으로 비칠 내용의 성명서 발표가 과연 바람직한지 생각해볼 문제다. 사안의 본질은 한의학회지가 협회지원에 의해 모든 한의사들에게 배부하는 역사가 가장 오래된 유일한 학회지인데 한의사들이 학회지를 통해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데 원인이 있다고 보인다. 소위 협회비 내고 받아보는 학회지가 정보의 전달매개체가 아니라 책장만 복잡하게 만드는 인쇄물로 전락한다면 학회 지원예산이 아깝게 느껴졌을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 보면,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의학회(분과학회 포함)에서는 국가에서 인정하는 학술진흥재단 등재지를 발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원한의사들은 한의학회에 등록도 되지 않은 연구회나 학회를 만들어 패밀리들끼리 학술활동을 벌이고 그들만의 정보매체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각종 개원가의 학회는 한의학회와 별개로 ‘학진등재지’가 될 필요성도 느끼지 않은 채 참여회원들끼리 강의록 수준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활발한 학술활동이 한의계 주변 무자격자(?)들의 활동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광고와 홍보에 주력하면서 동료들의 평가도 없는 일인독주의 회장이 펴낸 교재를 기존 대학의 교재나 학회의 학회지보다 더 가치 있게 평가한 나머지 한의학의 효율적인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보는 냉정한 동료의 평가를 거쳐야 하고, 논문처럼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누구나 재현가능하고 핵심적이면서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이어야 정보로서의 가치가 있다. 새롭고 알차면서도 개원한의사들이 임상에 참고할 수 있는 논문을 모아 학회지를 발간한다면 과연 지금처럼 협회에서 학회지원을 거부하거나, 학회지는 휴지처럼 내팽겨지고 수백쪽짜리 자료집으로 밤낮없이 공부하며 답답해하겠는가 생각해 본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대학시절 시험에 대비하여 복사집에 있었던 족보처럼 짧은 시간에 핵심만 간추린 논문이 넘치는 웹진을 기다려 본다. 그래서 협회와 학회도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회복하고, 모든 한의사들이 비판과 평가를 거쳐 질 높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한의학의 치료기술과 기초학문이 발전하고 위기극복의 지혜를 공유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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