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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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한의학 임상연구 동향(1)
  • 승인 2009.06.26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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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리

박유리

kiki2877@naver.com


■ 연재순서 ■
1. 임상연구의 축적이 보건정책을 바꾼다 - 영국에서 요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사례
2. Health Service Research 소개 - 소개할 연구(예 : 환자들이 왜 보완대체의학을 선택하는가 요인분석, 치료만족도를 결정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분석, Quasi-experimental design(RCT보다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다)
3. Economic Evaluation 소개 - 치료의 경제성 평가의 의의 & 정책으로 이어지는 길
4. Research Fund의 분배 - 미국 & 영국 케이스 중심으로


해외의료시장이 급변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와 분석이 부족한 실정이다. ㈜민족의학신문은 창간 20주년을 맞아 해외의료시장의 동향과 국제보건의학의 현주소를 소개함으로써 한의학의 세계화와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자 한다.
이번호부터 연재되는 ‘해외 한이학 임상연구 동향’에서는 존스홉킨스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기고자의 경험을 통해 해외의료의 최신정보를 독자들에게 보다 심층적이고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임상연구의 축적이 보건정책을 바꾼다
영국, 만성비특이성 요통에 침술효과 공식인정

지난 5월 영국 국립의료원(NHS) 산하 국립보건임상연구원(NICE)은 침구치료, 운동요법, 수기치료가 만성 비특이성 요통 치료에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임상지침을 발표한 바 있다.
NICE에서 이번에 만성요통 진료지침서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는 만성요통이 영국 국민의 1/3 정도가 매년 앓는다고 보고될 정도로 흔한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효과적인 치료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무엇보다 요통치료뿐만 아니라 사회적 생산성 상실 등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인식이 증가함에 따라 비용 대비 효과적인 치료법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에 그간의 연구결과, 효과가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남용되고 있었던 X-ray, 레이저치료, 초음파치료, 치료물질의 주입 등을 사용하지 말 것을 권고하면서 새로운 치료법을 제안하게 된 것이다.
필자는 영국에서 침구치료를 이처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그동안 쌓여온 임상연구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NICE에서 발표한 임상지침서를 살펴보면, 만성요통의 침구 치료 시 12주에 걸쳐 최대 10회의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또한, 지침서에서는 10회라는 치료횟수가 임상연구에 근거하여 결정되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Macpherson 등의 임상연구에 따르면, 요통 치료에 평균 8.6회 정도의 시술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 지침서에는 개인차를 고려하여 평균 10회로 결정하였다고 제시되고 있다.

NHS의 지원을 받아 이뤄진 만성 요통 치료에 대한 임상연구 중 대표적인 예로 Thomas KJ 등의 ‘만성 비특이성 요통 치료의 일반적인 치료와 침구치료의 무작위배정 임상연구’를 들 수 있다. <그래프 I·II 참조>

이 연구에는 4주에서 52주 동안 요통을 앓은 환자 중에 일반의(General Practitioner)로부터 만성 비특이성 요통으로 진단받은 241명이 참여했고, 이들이 무작위로 배정돼 160명은 6명의 침구사에게 10회에 걸쳐 침치료(Acupuncture Care)를, 81명은 일반적인 양방진료(Usual Care)를 받았다. 그리고 치료를 시작한 이후 12개월, 24개월이 되던 시점에 SF-36 통증평가 도구를 이용하여 그 결과를 2회 평가한 결과, 12개월 시점에는 침구치료를 받은 그룹이 일반치료군보다 약간의 호전을 보였던 반면, 24개월이 되는 시점에서는 침구치료군이 일반치료를 받은 사람들에 비해 큰 차이를 보이며 호전되었다고 보고되었다.

또한, 이 연구는 임상연구와 더불어 경제성 평가가 병행되어 실시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경제성 평가 연구는 비용 대비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로 새로운 치료법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데 활용되면서 최근 많은 의사, 보건전문가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치료과정 중에 소요된 직접적인 치료비용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사회적 비용을 모두 비용에 포함시켰고, 효과는 삶의 질이 보정된 기대여명(QALY ; Quality Adjusted Life Years)으로 평가됐다.

그 결과, 일반치료 대비 침구치료에 의해 1QALY를 얻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4,241로, 영국정부의 기준치인 £20,000/QALY보다 적은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파악되어 침구치료가 비용대비 효율적인 치료임이 증명되었다.
이러한 임상연구 결과들의 축적은 NICE가 최초로 침구치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된 근거가 되었다.

최근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s ; EBM)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서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계에서도 임상연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고 있다.
이번에 영국에서 침구치료의 효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만성요통 치료 지침서를 발표한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임상연구의 축적은 한의학 치료법의 유효성을 증명할 뿐만 아니라 보건정책을 제시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다.

한의학 관련 보건정책을 제시하고 변화하고자 한다면, 이제는 정책에 대한 이론적 논의를 뛰어넘어 실제 한의학이 유효하다는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현실적인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한의학의 임상연구 수준은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한의학의 임상연구에 대한 많은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격주연재>

박유리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박사과정
MPH, Johns Hopkins School of Public Health

E-mail : kiki28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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