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부러운 의협의 공약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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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부러운 의협의 공약선거
  • 승인 2003.03.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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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4일 의협의 회장선거는 여러 모로 한의계에 시사하는 바가 많다.

우선 6명의 후보가 선거에 출마했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2파전이었지만 나머지 4명의 후보도 지지층을 갖고 있어 전체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했다.

공약선거였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각 분야에서 전문적 기량을 다져온 주자들이 저마다 의약분업문제의 해결과 의협발전을 내세우며 한표를 호소한 것이다. 후보마다 10개 이상의 공약을 제시했다고 가정하면 공약 속에는 양의계의 현안이 거의 다 망라됐을 것이고, 그 중에서도 공통적인 공약들은 양의계의 아젠다(의제) 설정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공약들은 선관위가 주관하는 후보자합동설명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공동주관하는 설명회, 대한개원의협의회와 대한의학회, 신문 청년의사가 각각 주관한 합동설명회에서 공론화되고 보다 구체화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당선된 회장은 임기가 시작되면 강력한 힘이 실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수 회원 앞에서 공약을 제시한 이상 그 실천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지지의 근거인 공약의 이행 여부에 따라 차기 선거에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으므로 회장과 회원 사이에는 지지와 견제관계가 성립한다.

의협은 지난 2000년 의약분업 파동을 겪으면서 개혁됐다. 회장직선제도 그 중의 하나다. 이 직선제는 시행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문제점도 없지 않겠지만 현재로서는 분출하는 회원들의 힘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인지도 모른다.

이에 비해 한의협의 회장선거는 입후보도 하지 않고 따라서 공약도 없다. 한의계 내부의 민의가 회장의 공약에 담기지 않는다면 당선된 회장은 실행목표가 없을 터이고, 회원과 대의원도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근거가 없게 된다. 결국 답답하더라도 참는 수밖에 없다.

지나친 경쟁은 발전을 저해하지만 적절한 경쟁은 발전의 지름길이다. 한의계도 각종 선거가 입후보제 선거, 공약선거가 될 수 있도록 적절한 경쟁풍토 조성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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