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연구 10년의 평가와 향후 10년의 전망(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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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연구 10년의 평가와 향후 10년의 전망(5)
  • 승인 2009.06.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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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I

다학제 네트워크형성으로 연구외연 넓어져
연구가능성 판단, 연구연속성 이끄는 지혜 필요
연구자들의 자기실현과 개혁 가능한 시점
임상활용도 높이는 연구성과물로 평가지표 조정을


■ 연구현장에서 바라본 한의약 R&D ■

◆ 연구준비 과정

한의학의 과학화, 표준화, 세계화를 늘 마음에 두고 연구현장에서 역할 수행을 해내야 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지난 10년 동안의 한의약 R&D를 되돌아보면, 매우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음에 감사드려야 한다는 것과 많은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일들이 여전히 무궁무진함에 놀란다.
한의학의 발전이 인류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믿음과 그 일에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15년 전 연구원에 입사했을 때 한의학을 연구하게 된다는 사실은 넓고 넓은 세상의 많고 많은 일들 중에 무엇을 선택해서 할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시작됐다.

1995년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되기 전 1994년 10월부터 12월까지 3개월은 연구계획을 맘껏 세워보는 시간이었다. 연구제목을 정하고, 연구목적과 내용·범위·연구방법, 얻고자 하는 연구결과물, 그리고 기대효과와 활용방안을 예측하고, 곧 그 연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었는데, 그러한 브레인스토밍과 계획이 바로 연구현장으로 연결되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연구는 엄격히 말하면 연구비가 있어야 한다.
막상 연구기간이 시작되니 이미 선배 연구자들이 결정해 놓은 연구과제가 있었다. 당해 연도 연구과제는 이미 지난해 초에 계획서가 올라가고 연구기획은 다시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연구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준비를 하더라도 연구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 연구과제 선정

연구과제 선정은 연구비를 집행하는 주체와 그 연구비를 받아서 연구하고자 하는 연구자간에 Top-down 방식 또는 Bottom-up 방식이며, 연구분야와 구체적인 연구내용 범위가 결정되고 나면 공모형태나 지정형태로 절차를 밟아서 선정된다.
연구분야와 연구내용 범위를 결정함에 있어서는 전문가 자문회의가 항상 있게 된다. 그때 참여하는 전문가들이 연구과제 의사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연구현장에 있는 연구자는 이러한 전문가 그룹에 들어가서 초기 의사결정 단계에 본인이나 소속 학계나 기관이 추구하는 바가 견지될 수 있도록 역량을 발휘하는 역할을 할 때 자부심을 가지고 그들은 많은 책임을 갖게 된다.
이미 연구기획단계의 의사결정이 전제되고 나서 구체적인 연구범위와 내용을 세밀하게 논의하는 전문가 그룹에 들어갈 경우에도 연구자들은 본인 의사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되며, 연구과제들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얻게 됨으로써 관련연구의 중심에 서서 그 일을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우선적으로 갖게 되기도 한다.

본격적인 한의학 연구가 진행된 지 15년 정도 되었다고 본다면, 연구기획에 참여한 많은 한의학 관련 연구자들의 생각과 뜻이 반영되어 지금까지 한의학 R&D가 흘러왔다고 볼 수 있다.
그러한 세월동안 국가의 요구를 수용하는 과정 중 또는 한의학 연구 인프라의 한계로 인해 한의학 발전에 필요한 연구영역을 도출해내지 못했거나 충분히 성숙되지 못한 가운데 연구가 중단되거나 더 확장되지 못하는 어려움도 겪었을 것이다. 또한 하나의 연구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이뤄져야 하는지도 그 예를 찾아 볼 수 있다.

◆ 한의진단 표준화 연구

한국한의학연구원은 학계의 숙원사업으로 선정된 한의진단명과 진단요건의 표준화 연구를 1995년~1997년 3년간 수행했다.
한의계에 연구비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던 시기에 표준화의 중요성이 인식되었고, 1980년부터 유입된 중의학의 중의변증 서적들과 동의보감 중심의 한의 진단, 동의수세보원 중심의 체질병증진단이 혼재된 상황에서 중의학과 한의학의 차별성에 대한 고민을 했고, 연구자들은 한의계 진료현장의 모습을 담아내는 한의진단 표준화 연구에 돌입한 것이다.

초기연구는 문헌자료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그 내용이 임상현장의 진단과 연동되어 가장 최적의 진단표준을 찾아내는 것을 희망하였으나, 그 임상적용 연구가 현실화된 것은 세월이 흘러 2005년이 되어서야 다시 학계와 손을 잡고 중풍에 대한 한의변증진단 표준을 만드는 작업을 시작하면서 구체화되었으니, 10년의 세월을 가지고 연구가 싹을 틔우고 무성한 가지를 만들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래에 와서는 임상적용연구가 활성화돼 질병치료 한약제제 효능평가 임상연구 수행 시 해당 질환의 변증표준을 만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도입하고 있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연구의 흐름이 지속적으로 연결되어 가면 더 바랄나위가 없겠지만, 꼭 필요한 연구라면 잠시 중단이 되었다가도 다시 활성화가 될 수 있으므로 실용적이고 임상에서 요구되어지는 연구들에 대한 의지를 굳게 가지고 때를 기다려야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또한 연구자들은 선배 연구자들의 연구 성과들이 가시적인 열매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그 가능성을 잘 판단해 연속적으로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더 큰 힘을 모으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 사상체질객관화 연구

사상체질객관화에 관한 연구는 1996년부터 시작되었는데, 체질을 설명해내는 유전자분석·혈액학적 분석·성격유형 분석·체형기상에 대한 정보 분석 등 체질이론을 현대 과학의 연구방법론과 접목해서 가설을 세우고 초보적이고 노동력 집약적인 연구들이 쉼 없이 전개되어 오는 가운데 그 결과들이 확연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었지만 꾸준히 강조돼 온 사상체질의학의 가치와 연구필요성이 2006년부터는 응축된 힘으로 이제마프로젝트라는 큰 배를 띄워 세계무대 항해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초기에는 작은 시작을 한 연구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미미하게 보여졌을지 모르지만, 후학이 그 연구를 본격적으로 궤도에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귀한 거름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연구현장에 있는 연구자들은 학문의 발전 역사에 매번 그때그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이 꾸준하게 맥을 이어가며 결정적인 매듭으로 한의학 R&D에 큰 자리를 매김하는 것은 임상현장에서 필요로 한 연구였기에 가능하다.

연구현장에 있는 연구자는 연구의 결과가 활용되는 곳에서 충분히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늘 그들의 발걸음에 이정표를 제시하며, 전문가위원회에서 연구기획과 의사결정을 내리는 자리에 있든, 직접 연구를 계획하고 원래의 목표대로 이끌어가는 연구책임자 입장에 있든, 세워진 계획에 따라 묵묵히 충실하게 연구를 수행하는 실행자의 입장에 있든, 그 생각과 뜻이 충분히 소통되어 같은 방향을 견지하며 목표를 함께 이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정된 연구예산에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분야에 힘을 모아 답을 찾아낼 수 있고 산재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재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예산이라는 난관을 꾸준히 돌파해낼 수 있는 저력이 생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연구현장에서 한의학 R&D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로서 그동안 요구받아 왔던 것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연구자로서 요구받는 연구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효능을 입증하고 그 기전을 규명하는 것이 첫 번째 임무이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지표들을 확보하는 것이 두 번째 임무이며, 결과물을 의약품·의료기기·의료서비스로 산업화하는 것이 세 번째 임무이고, 이 모든 것에 기본적으로 견지해야 하는 것은 한의학 브랜드의 세계화를 위해 차별화된 내용과 증거자료를 끊임없이 찾아내어 국제무대에 발표하는 것과 성장추세에 있는 전통의학 세계시장에 당당히 진출하기 위해 국제표준화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었다.

국가 한의학 R&D를 수행하면서 수많은 평가를 통해 구체적으로 요구받는 것은 SCI 논문과 기술이전 성과다. 연구자로서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면 SCI 논문과 기술이전 성과가 순차적으로 수반돼야 하는데, 연구를 열심히 하는 것과 연구성과를 정량화된 틀에 맞춰서 정리해내는 것 사이에는 차이가 있어서 많은 숙련과정이 필요하고 연구자 인력풀과 연구비의 집중투자가 필요했기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국가에서 실시하는 평가에 한의학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평가 지표들을 스스로 개발하여 제안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진 지금에 와서는 한의학의 발전과 한방의료기술의 실질적인 임상 활용도 증대를 가져오는 연구 성과물로 평가지표들을 조정하기 위한 자주적인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한의학 연구자들이 수동적인 입장에서 적극적인 자기실현과 개혁을 할 수 있는 단계에 올라서고 있는 것이다.

◆ 다학제 연구협력의 필요성

연구결과는 임상현장에 적용하고 활용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우 많은 다학제 연구협력이 필요하다. 연구현장에서는 한의학 연구를 위해서 과학적 도구들을 늘 언제나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쓸 수 있어야 하므로 네트워크를 통한 탄탄한 한의학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과대학의 기초연구 노하우 축적과 임상연구 활성화에 따른 꾸준한 연구인력 배출이 밑거름이 되어주고, 국책 연구기관이 중심자 역할로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학제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이를 통해 연구의 외연이 넓어지고 연구가 심화될 수 있으며, 함께 하는 대형 사업들을 통해 한의학연구의 급진적인 성장과 연구 성과물 창출이 보건의료기술 향상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열심히 달리고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모습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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