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상한과 상풍 빠름과 느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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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상한과 상풍 빠름과 느림1
  • 승인 2009.06.19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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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한론을 처음 접할 때 傷寒 傷風부터 이해가 안 되니 그 뒤 계지든 마황이든 궐음이든 망양이든 무슨 말이 나오던 이해가 갈 턱이 없었다.
학교 때 매번 들었던 건 傷風과 中風에 中風은 뇌졸중을 의미하지 않는다 같은 거였다. 그래 뇌졸중이 아닌 줄 알겠으나. 풍이란 뭔가? 그런 의문은 3년 넘게 이어졌고, 나는 어느 초여름 밤 한강변에서 밤새 바람을 맞아 보기로 했다. 추워서 걸리는 감기와 바람맞아서 걸린 감기를 체험해보리라는 소박한 생각에서다.
다음날도 되기 전에 나는 덜덜 떨며 목덜미부터 불편해지는 걸 느꼈다.

나는 춥다. 기온은 20도 근처이나, 나는 춥고 얇은 옷을 입은 탓에 피부엔 닭살이 돋았다. 바람으로 이렇게 추워졌는데 결국 춥다면 상한과 상풍이 뭐가 다른가? 원전처럼 바람을 맞았는데도 자한하지도 않고 나는 무한 오한이었다. 그리고 내가 느끼는 건 추위뿐이었고, 바람이든 냉기든 결과적으로 나는 추웠다.
그 후 나는 상풍에 대한 생각을 접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한 이해 없이. 어린이 감기엔 삼소음, 어른감기 발열 오한엔 구미강활탕을 썼다. 그리고 아주 우연한 기회에 다시 상풍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 당시 나는 고양이와 같이 사는 집에 환기시킨다는 명목으로 창문을 열어두고는 추워서 온돌매트에서 생활하기를 서너 달 번복하고 있었는데, 몸이 쑤시면서 점점 매트온도도 올리게 되었고, 그만큼 답답해서 창문도 열어 놓게 되었다.
지속적인 근육 결림과 소화불량, 기운 없음, 나른함이 지속되었고, 내 스스로 부항을 하고 침을 놓아도 개선이 없었다.

이러한 나의 만성 담 결림과 소화 장애는 ‘세상의 모든 의사’인 어머니에 의해 메커니즘이 밝혀지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네가 여름인데도 더운 데서 잠을 자니 밤새 땀을 흘리며 자게 된다. 그런데 창문은 열어놓고 자니 아침에 일어나면 네 몸에 수분이 날아가 네 몸에 한기가 들게 된다. 그러니 한기가 들어가 네가 아침마다 코를 킁킁거리고 몸이 쑤시는 거다”라고 말씀하셨고, 앞으로는 덥게 자지 말고 대신 창문을 닫고 자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 하나하나는 상한론 조문을 번역한 듯 내 귀에 쏙쏙 들어왔고, 나는 유레카를 외쳤다. 그렇다. 갑자기 추운 곳에 가면 우리 몸의 센서는 내외의 급격한 온도차에 대응하기위한 방편을 세운다.
모공을 닫고 내부에 발열준비를 갖추게 된다. 그러나 땀이 있는 상태에서 기화되면 서서히 체온을 뺏긴다. 시나브로 체온을 뺏기기 때문에 몸은 모공을 닫는 등의 대비를 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빼앗긴 체온은 점점 더 깊숙한 곳까지 도달하게 된다. 상한은 무한이고 상풍은 자한이다.

나는 실제 이러한 생각으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갑자기 춥게 한 쥐와 서서히 춥게 한 쥐의 체온변화를 보는 것이다.
나는 한 마리의 쥐는 마취 없는 채로 0°C에 넣어 10분후에 꺼냈고(상한모델), 또 한 마리는 마취하지 않은 채로 젖은 헝겊 옷을 입혀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곳 앞에 놓아두었다(상풍모델). 그리고 다른 한 마리는 마취한 채로 젖은 헝겊 옷을 입혀 역시 같은 에어컨 바람 앞에 케이지를 두었다(상풍수면모델).
그리고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리체르카레! 끝없이 상승하는 푸가가 우리 안에 있었구나!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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