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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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4)
  • 승인 2009.06.1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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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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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유형을 파악하라①

진료를 할 때 우리는 변증이라는 것을 합니다. 그런데 성공적인 진료가 되려면 변증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마주 앉아있는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타입이 어떠한가에 관심을 기울이고 그에 맞게 환자를 만족시키는 것이 변증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진료를 하는데도 각자 스타일이 있습니다. 별로 묻지 않고 딱딱 알아맞추기, 즉 선언 스타일로 진료할 수도 있고, 별의별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물어보는, 분석 스타일로 진료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환자들마다 감동하는 포인트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아줌마와 아저씨가 다르고, 시골에 사는 분과 도시의 지식인이 다릅니다. 전라도 아저씨와 경상도 아저씨가 다릅니다. 커뮤니케이션 타입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자기만의 진료 스타일을 천편일률적으로 구사하다가는 다양한 환자 타입 중 결국 자신과 잘 통하는 25%의 환자만 남게 될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커뮤니케이션 타입에 따라 멀티플레이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임상을 오랫동안 한 결과로 생기는 내공입니다. 주의를 기울이면, 단 일이년 임상을 해도 10년 묵은 내공보다 더욱 강한 내공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환자의 유형은 다양한 기준과 방법으로 나눌 수 있겠습니다만. 저는 대략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구분해봅니다.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잘 따르는가를 기준으로, 의심형·분석형·온순형으로 나눕니다. 말은 별로 안하고, “알아서 잘 치료해주세요. 원장님께 맡기겠습니다” 하는 온순한 환자가 있는가하면, 똑같이 말은 별로 안하지만 그 속셈이, “당신이 한번 알아 맞춰봐” 하는 의심형의 환자도 있죠. 또 의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가 갈 때까지 계속해서 묻고 마음의 확신을 얻고 싶어 하는 분석형의 환자도 있습니다.

환자가 논리적인가 감성적인가도 구분해봅니다. 환자가 감성형의 사람인 거 같으면 꼭 낫게 해드리겠다고 하면서 손 한 번 꽉 잡아드리면 잘 통합니다. 그러나 논리형의 사람에게 앞 뒤 설명도 없이 무조건 낫게 해드리겠다면서 손 꼭 잡으면 아주 웃기는 원장님 됩니다.
환자가 자기표현을 많이 하는 외향형인가 아니면 반대로 내성적인가도 생각해봅니다. 말이 별로 없는 사람에게 이것저것 자꾸 꼬치꼬치 캐물으면 환자는 기분이 상할 수도 있습니다. 환자는 질문에 답하기보다는 원장님의 설명을 더 듣고 싶어 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말이 많은 사람은 듣기보다는 말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수 있습니다. 원장님이 우선 자신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기를 원하는 거죠. 환자는 혼자서 이삼십 분 자신의 얘기만을 쏟아 부었고, 원장님은 몇 마디 말도 안했건만, 밖에 나가서는, “아, 그 원장님 참 훌륭하다”고 칭찬하고 다닐 수도 있습니다.

성공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원장님의 스타일보다는 환자의 스타일을 중시하십시오. 원장님이 생각하기에 꼭 말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환자가 무엇을 듣고 싶어 하는지에 주의를 기울이십시오. 환자가 원인을 알고 싶어 하는지, 병명을 알고 싶어 하는지, 아니면 치료법을 알고 싶어 하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설명의 비중을 정해보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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