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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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3)
  • 승인 2009.06.12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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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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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마디를 여는 법

환자를 처음 맞이하는 그 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릅니다. 초진 환자와 만나는 20분, 30분은 한 편의 드라마입니다.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처음 시작할 때입니다. 초진 시간에 환자를 처음 맞이할 때, 환자의 얼굴도 제대로 안보고, 챠트나 끄적이다가 인사 한 번 따듯하게 건네지 않고, 불쑥 “어디가 아프세요?”로 시작하면, 그 드라마는 바로 다른 채널로 돌아갑니다.

첫 만남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드라마의 줄거리가 바뀔 수 있습니다. 30분 이상 열심히 설명을 해줬건만, 막판에 약값 얘기할 때 환자가 확 돌변하는 반전드라마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단 10분을 만났더라도 환자가 원장님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표하며 3개월치 약값을 한꺼번에 결제하는 감동적인 드라마로 끝날 수도 있는 겁니다.

저는 환자를 만나기 전에 ‘취상’을 했습니다. 안성기 씨나 손창민 씨를 떠올렸죠. 그분들의 환한 표정과 미소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제 얼굴에 미소가 띄어집니다. 그리고는 환자와 나눌 첫마디를 미리 생각해둡니다. 환자분이 앉기도 전에, “어떻게 오셨어요, 어디가 제일 불편하세요”로 시작하지 마십시오. 급하게 시작하지 마세요. 환자분이 편안히 앉아서 숨 돌릴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림에 여백이 중요하듯이 대화에도 여백이 필요합니다. 그 여백은 미소로 채우세요. 첫 30초가 느낌을 확 다르게 만듭니다.

우선 아이스 브레이킹을 해야 합니다. 땔감으로는 미리 파악한 사전정보를 이용할 수도 있고, 날씨, 옷, 외모, 대기시간 등의 일반적인 사항을 소재로 쓸 수 있습니다.
저는 전라도 광주에서 환자가 오면 거의 매번 사용하는 멘트가 있습니다. 하도 자주 해서 그냥 외웠습니다. “안녕하세요? 어이구, 광주에서 오셨어요. 멀리서 오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저희 처가가 광주에요. 광주분들은 한 다리 건너면 서로 다 아는 사이더라구요. 저희 가족처럼 생각하고 특별하게 잘 봐드리겠습니다.”

부산에서 오시면, “어이구 부산에서 오셨어요. 아, 멀리서 오시느라고 억수로 고생이 많으셨네요. 제가 그동안 쭉 환자분들 만나다 보니까요, 멀리서 오신 분들은 치료가 훨씬 더 잘 되더라구요. 아마 그만큼 간절한 마음이 있으셔서 그런 거 같아요. 멀리서 오신 보람이 있으시도록 제가 잘 치료해드리겠습니다.”
오래 기다리셨다면,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한 분 한 분 사연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렇게 되었습니다. 대신 OOO님도 제가 세밀하게 잘 봐드리겠습니다.”

누구 소개로 오셨으면, “안녕하세요. 잘 오셨습니다. 김아무개님 소개로 오셨지요? 김 아무개님이 저한테 치료받고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래서 그분 소개로 참 많이 오셨어요. 김 아무개님은 저한테 무척 특별한 분이셔서요, 오늘 OOO님도 더 특별하게 잘 진찰해드리겠습니다.”
서먹한 첫 만남을 아이스 브레이킹하되, 정말 잘 찾아왔다는 느낌이 들도록, 긍정적인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멘트를 준비해보십시오. 즉흥적인 애드립은 그때그때 하는 것이고, 미리 준비된 멘트도 있어야 합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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