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칼럼] 한·양방협진으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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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현 칼럼] 한·양방협진으로 가는 길
  • 승인 2009.06.05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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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초 정부는 의료서비스산업 선진화방안을 발표하였다. 국민들의 의료수요와 해외환자 유치를 위해 병원급에서 한·양방 협진제도화 방안도 포함되었다. 한·양방 협진은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상호 협력적 진료를 통해서 의사, 한의사가 함께 진단과 검사를 하며 가장 적합한 치료방법을 결정하는 진료체계이다. 1990년부터 본격화되어 초기에는 한방병원과 양방의원의 협진이 주였다. 의료법개정으로 2010년부터 병원급부터 의사, 한의사의 상호고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협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적대적인 의료이원화 현실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 한의원을 따로 다녀야 하는 환자들에게 협진은 편리한 제도이다. 한방병원과 협진 하는 의사들에 대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협진을 통해서 한의사에 대한 친근감, 한방진료에 대한 신뢰감, 협진의 필요성, 한방의술의 치료효과에 긍정적인 시각이 많았다고 한다. 1995년부터 2002년 사이 양방병원에서 양·한방 협진으로 전환한 6개 병원들의 경영성과연구에서 외래, 입원 진료숫자가 늘었고, 진료수익도 37% 가량 늘었다고 한다.

반면, 앞으로 병원급 협진이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의사-한의사의 학문적 이해 부족, 학술적 교류의 미비, 교육기관간 교류 부재, 협진이 진단부문에 치중하는 점 때문에 협진에 우려 섞인 지적도 많다.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 있어도 그 안에서 일하는 것은 사람이다. 협진의 주체인 의사, 한의사의 신뢰회복이 협진의 기본 전제가 될 것이다. 의학과 한의학은 학문적 토대, 용어, 진단 및 치료기술이 다르다. 두 의학의 상호 공동연구도 활성화되어야 한다.

협진에는 다양한 형태가 있다. 입원 및 외래의 협진, 주된 진료와 보조진료의 형태, 검진센터에서의 협진, 수술 이후 협진, 재활치료에서의 협진, 양진한치(洋診韓治), 한진양치(韓診洋治), 병행진단-병행치료 모델 등등. 다양한 모델에 따라 협진의 안전성과 효과성이 검증되어야 한다.
양약과 한약의 같이 먹으면 과연 괜찮은가? 협진에 따른 보험급여방식, 의료수가체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학이나 학회를 중심으로 한·양방 협진에 임상적 실태조사, 한·양방 치료기술에 대한 임상결과연구(Outcomes study)도 필요하다.

감기, 고혈압, 당뇨, 위염, 골관절염, 암 등 주요 10대 다빈도 질환부터 협진진료지침이 나오면 좋겠다. 보건당국은 협진의 실제적이며 다양한 상황을 대비하여 충분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협진의 목적과 역할도 분명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의료민영화와 영리법인 허용 논쟁이 뜨겁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상품이기보다는 국민보건을 위한 공공재성격이 더 강하다. 그래서, 협진에도 해외환자 유치나 의료서비스산업 못지않게 국민보건에의 기여가 더 중요하다. 지역단위 보건향상을 위한 의료전달체계에서 1차 의료기관은 지역주민의 기본적인 의료수요를 충족시키고, 2차 의료기관은 지역단위 입원서비스와 중증질환에 치중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한방은 일차의료에 장점이 있으므로, 1차의료기관과 공공의료기관에서 먼저 한·양방 통합의료전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연구도 있다. 의원급에서 의사, 한의사 협력진료로 일반적인 외래환자들의 질병예방, 치료,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병원급에서 입원환자 위주, 난치병 치료, 학술적 연구에 보다 치중하는 협진의 역할분담도 검토할 만하다.
현대물리학자인 닐스 보아는 “모든 반대되는 것은 상호보완적이다”라고 하였다. 병원급 협진 제도화는 의학발전과 국민건강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협진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풀어야 할 숙제도 아직 많다. 협진에는 하드웨어 못지않게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한의계도 병원급 협진을 보다 체계적이고 주도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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