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연구 10년의 평가와 향후 10년의 전망(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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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연구 10년의 평가와 향후 10년의 전망(4)
  • 승인 2009.06.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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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학신문 창간 20주년 특별기획I

우수한의인재 방치는 국가적 손실
현대의학의 한계로 재조명되는 한의학의 잠재력
한의약 연구개발에 한의계 미래 있다
한의약정책과 R&D 섭렵한 폭넓은 전문가 양성을


■ 연구관리기관에서 바라본 한의약 연구개발 ■

◆ 낮은 한의약 연구비

우리나라의 국가 연구비는 연간 12조원에 이르고 있어, GDP 대비 국가 연구비 지출 비율로만 보면 OECD 국가 중에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보건의료분야의 연구비는 다른 선진국에 비하여 아직은 그리 높다고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특히, 보건복지가족부의 연구비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서 관리하는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과 식약청, 국립암센터, 질병관리본부 등에서 지출되는 것을 합해 연간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국가의 신성장동력으로 녹색개발을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녹색성장의 양대 축을 이루는 보건의료분야의 연구개발비 규모로만 본다면 그러한 의지를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이중 한의약(한의약육성법에 따르면 한의학, 한방의료기술 및 한약, 생약과 한약제제 등을 포함해 한방관련 연구를 총칭하여 한의약연구개발 사업이라 정의하고 있다.) 관련 연구는 지식경제부, 교육과학부, 농림부 등에서 지출되는 것을 합해도 연간 20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한의약 연구의 성과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접할 때면, 우선 국가 연구비를 관리하는 일반적인 경험에서 볼 때 이렇게 적은 연구비를 지출하면서 성과가 있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통상적으로 연구비 1억원을 지출하면 SCI급 논문 1개가 나온다. 그러나, 한의약 관련 연구의 경우 연구비 자체가 적은 것도 문제이지만, 해당 분야에 독자적인 SCI급 학술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지표를 근거로 성과를 측정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우선 그에 대한 객관적 기준이 정해진 바가 없는 것도 문제다.

◆ 他분야와 단순비교 불가

혹자는 산업화 및 실용화의 미비와 저조를 이야기한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다른 연구분야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연간 수천억원에서 수십조 원에 해당되는 엄청난 연구비가 수십 년 동안 지속적으로 투입됐기 때문에 그 성과가 축적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고, 관련 분야나 연관 분야의 기술개발이나 산업화가 이미 일정정도 진척돼 있을 경우 후속 연구를 하는 이들의 적은 노력만 있어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한의약의 경우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 기간이 길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도 그리 길지 않다. 연관 분야나 병원, 제약 등을 통한 산업화 수준도 미약하기에 다른 분야와 동등한 기준으로 한의약 연구개발을 단순 비교하는 것이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의약이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수천 년 동안 우리 민족이 사용해 오면서 그 효능이 사람을 통해 검증됐고, 허준을 비롯한 뛰어난 한의학자들에 의해 그 성과가 정리되고 발전돼 왔다.

또한, 일제 민족강점시기에 자행된 민족의학 말살정책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살아남아 별도의 독자적인 학문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의약에 대한 전통이 없는 서양을 제외하고도, 전통의약이 그 나라의 공식적인 의료분야로 법률로서 인정되고, 국민들이 널리 이용하고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동양의 경우도, 이웃나라 일본은 한의사제도 자체가 명치유신 이래로 서양의학에 밀려 사라져버리지 않았는가? 또한, 첨단 과학으로 무장한 현대의학이 한계에 도달하게 되고,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면서 비침습적인 의술과 종합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학문으로서 한의약의 우수성과 가능성이 새로이 조명되고 있다.

그러나, 잠재적 가능성만으로 그 분야가 저절로 발전하지는 않는다. 연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연구인프라와 지원체계, 그리고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국가의 지원이 연계될 때 그 효율성은 극대화될 수 있다. 특히, 국가의 연구개발비 배분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보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성과가 나올 수 있는 곳에 투자해주는 것도 중요하며, 당장은 성과가 없어도 꼭 해당 분야의 기초적인 연구가 선행돼야 하는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 “개원한의사 연구참여 길 터야”

한의약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선 많은 우수 인력들이 진료에만 매몰되지 않고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국의 한의과대학이 11개나 있지만, 연구를 위한 전문인력은 그 숫자나 질에 있어 아직도 다른 분야와는 비교할 수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다른 학문분야를 이미 전공한 이후 우수 인재들이 다시 한의과대학을 졸업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우수한 인재들이 엄청나게 많이 한의과대학에 들어왔고, 이미 상당수는 졸업을 했다. 이들을 진료에만 묶어두는 것은 본인들도 답답하겠지만,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학문의 특성상 대다수의 한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곳이 개원가인 한의원들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국가연구에 참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개원 한의사들의 다양한 아이디어와 임상경험들이 발휘될 수 있는 연구지원체계를 만들어 줘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연구비의 주관연구자 기준에 한의약 관련 연구의 경우는 일정한 예외조항을 둬 국가기관의 연구자나 대학의 교수가 아닌 개원한의사들도 참여가 가능하도록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법이 개정되기 전까지는 한시적인 방법으로 한의사협회나 한의과대학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에 연구능력이 검증된 이들을 연구자로 위촉하고 이들이 합법적으로 국가연구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또한, 연구비 신청에서 타 분야와 비교해 불리하지 않도록 연구실적을 계량화해 주는 작업도 필요하다. 한의계의 학술활동을 지원하고 체계화하는 것에 더해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한의약 관련 세계적인 SCI 학술지를 육성해 이 분야의 연구자들이 자신의 업적을 발표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특허에 대한 규정도 정리해 한의학 관련 특허의 경우 국민의 공익을 위해 실시권은 제한하지 않더라도, 산업화될 경우 수익을 배분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도 강구돼야 할 것이다.

◆ 학문특성 맞는 연구방법론 개발시급

한의학은 실험실에서 발전된 학문이 아니고, 환자를 옆에 두고 직접 진료를 하는, 임상을 통해 발전한 학문이다. 무조건 서양의 과학이 가지는 연구방법론을 따르라고 강요해서도 안 되지만, 자신의 독자적인 학문적 특성에 맞는 연구방법론을 발전시키고 타 학문 분야와 소통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임상연구에서 나온 다양한 연구방법론과 인구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통계학적 연구방법론이나 사회과학적 연구방법론 등 다양한 방법들이 이미 많이 개발돼 있다. 이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활용해 한의약의 효과가 학문적인 방법으로 검증돼야 하고, 누가 시술을 하더라도 재현 가능성이 있어야 하며, 개발된 기술이 널리 공개되고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신만의 세계에 안주하는 학문이 성공적으로 발전한 경우는 거의 볼 수 없다는 것이 인류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국가연구비라는 입장에서 한의약 연구를 바라본다면, 학문적으로 필요한 분야보다는 국민들에게 보편적으로 도움이 되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투입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한약재의 중금속 오염 문제나 간독성으로 인한 문제 등은 한의약 자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저하시키고, 한의약에 대한 선택이나 학의학 자체의 이용률을 떨어뜨리는 등 국민불신이 심각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문제가 되는 분야에 대한 우선적인 투자를 통해 국민들의 의혹을 일소해 주기 위해서 문제되는 약재에 대한 엄격한 분석과 더불어 유사한 처방들에 대한 대대적인 임상 모니터링을 전국적으로 진행하는 등의 체계적인 노력과 검증과정이 뒤따라야 한다. 국가 연구비의 지원과 평가체계를 통해 이렇게 검증된 결과는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해 다시 한 번 검토되고 그 성과는 국민들에게 발표해야 한다.

◆ 한의계 생존 한방보험확대에 달렸다

한의약의 건강보험급여율은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수의 국민들에게는 한의약은 비싼 보약으로만 인식되고 있고, 정작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들은 개원을 하지 못할 정도로 환자가 적다.
한의계의 소득 불평등은 2:8 수준을 넘어 1:9에 육박하는 위험한 지경이다. 다수의 한의사들이 정상적인 개원 활동을 할 수 없다면, 우리나라의 한의학은 점점 쇠퇴해 갈 것이다. 건강보험을 도입한 이후 10년도 되지 않아, 의료이용량이 동 기간 동안 100배나 증가한 역사적 경험을 우리나라 국민들은 가지고 있다. 한의학의 치료기술과 개발된 한약재들이 건강보험급여로 인정받는다면 한의계에도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본인 부담금 10조원을 포함하여 연간 35조원에 이르는 건강보험급여액수는 앞으로 10년 내로 100조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건강보험급여 확대의 길로 접어들어야 한의계도 살아남고 국민들도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특히, 고령화가 심화되고 만성병이 증가하면서 갈수록 한의약의 필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한의약의 효과를 국가적으로 검증받는 가장 쉬운 방법은 국가 연구비를 통해 체계적인 연구로 그 유용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할지라도, 국가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과 한의계 내부에서만 알고 있는 것은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秘方으로 자신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개적인 연구 성과로 그것을 입증하고, 학회 등에서의 방법을 통해 널리 보급해 국민다수가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vision을 전수받거나 개발한 한의사도 명예를 얻고, 한의계도 살며, 국민들도 혜택을 보는 길이다.

◆ 공보의 활용 케이스리포트 내게 하자

우리나라에는 공중보건한의사라는 제도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 970여 명의 한의사들이 군 복무를 대신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시기다. 예를 들어 이들에게 자신이 보는 특정 질환의 환자들에 대해 정해진 등록 기준에 따라 case report를 내게 하자.(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임상병리 검사의 정도 관리 등 질 관리를 위해 진단검사의학과(임상병리과) 전문의들에게 임상병리검사와 질환에 대한 일정 숫자의 case report를 매달 내게 하고, 이에 근거해 급여를 추가로 지불하고 있다.)

한 사람이 한 달에 100건만 보고해도 1년이면 1000건이 넘고, 전국적으로는 100만 건의 case가 data로 쌓이게 된다. 국가가 인정하는 면허를 가진 전문인력이 만들어 내는 case report는 그 자체로서 어떠한 대학 교수들의 실험보다도 높은 신뢰성을 가지게 되며 국제적인 학술지에 실릴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이러한 과정으로 해당 치료기술이나 한약재의 효과가 검증된다면 신기술 인정이나 건강보험 급여화가 매우 용이해질 것이다. 또한, 전국 170여개의 국공립병원들에서 한방진료과나 한방병원이 설립되게 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한의계 내에서 한의약의 연구개발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때가 왔다.
한-EU FTA의 체결이 완성단계에 도달함에 따라 ▲연이어 급속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중 FTA에 대한 대응의 문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한의약의 바람직한 산업화를 지원하고 그 혜택을 공유하는 문제 ▲일방에 의한 흡수 통합으로서의 의료일원화가 아니라 바람직한 상호 발전의 방안으로 한·양방 협진이 되도록 하는 문제 등 R&D를 통해 문제가 해결되고, 실행 방안이 구체화될 수 있는 분야들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다양한 한의계 외곽의 인력들도 동참할 수 있도록 옆자리를 내어주고, 협력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것을 체계적으로 기획하고, 평가하며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점검해주는 핵심 인력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별 한의약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한의약 정책과 한의약 R&D정책을 잘 아는 폭 넓은 전문가들이 많이 양성돼야 하며, 평생을 지치지 않고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한의약 연구개발에 한의계의 발전과 한의약의 찬란한 미래가 달려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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