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우수학생 선발보다 더 중요한 교육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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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우수학생 선발보다 더 중요한 교육경쟁력
  • 승인 2009.05.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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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의전원이 이중지원을 허용하면서 우수학생들의 수도권 쏠림현상으로 연쇄적 이동이 있었다.
이 와중에 의학교육입문검사(MEET) 성적을 가지고 의전원을 지원하였던 학생들 중에 한의전 진학을 결정한 학생이 일부 있었나 보다. 최근 의협신문(4월10일자)에 따르면 ‘애초부터 의료계에서 한의전 설립에 반대했었는데, 결국 MEET시험도 갖다 쓰고 학생도 빼가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자기보다 못난 후배를 기대하는 선배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분통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고 학생 선발문제까지 걸고넘어지고 애초 설립에 반대하였다는 과거를 되씹는 기사를 보면서 우리를 되돌아본다.

어느 조직이나 훌륭한 인재를 양성하려는 욕심은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철저히 준비를 하였던 아니었던 지금처럼 전국의 모든 한의학 교육기관에 수재들이 지원하는 지금 우리 한의계는 의학계에서 분통을 터트릴 만큼 복이 지나친지도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 막연한 욕심보다 지금을 차근차근 준비하였는지 반성하게 된다.
선언적으로 ‘국립대 한의대 설치’라는 주장은 있었지만 왜 국립대에 설치해야 하는지 어떠한 학생을 어떠한 기준으로 선발하고 어떻게 교육시켜야 할지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는 미흡하였던 것 같다. 갑자기 국립대에 한의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서 미국식 의학교육시스템처럼 대학졸업생을 선발하는 시스템에 대한 사전연구나 준비는 전무하였다.

그래서 지난해 9월 부산대 한의전에 부임하자마자 ‘한의학교육입문검사(KEET ; Korean medicine Education Eligibility Test)’에 대한 기초연구를 담당하였다.
이전의 연구보고는 시간적, 재정적 한계로 초보적 검토만 이루어졌을 뿐 심도 있는 조사연구가 진행되지 않아 다시 기초연구를 진행하였다.
한의대 학생 1500여명, 교수 45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 결과 다소 차이는 있지만 전문대학원 제도도입에 대한 인지도는 높은 반면, 의학교육입문검사(MEET)의 평가영역, 문항 수, 배점에 대한 인지도는 낮았으며 특히 양의학과 치의학 입문검사가 하위문항에 거의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대부분 모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한의학교육입문검사협의회 구성의 전제가 되는 기존 한의과대학의 한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전환은 대부분 검토한 적도 없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리고 입학생들의 1학기 전공과목 성적과 입문검사(MEET)성적, 그리고 학부전공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과출신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입문검사의 상관성이 높게 나타났고, 학부전공이 문과이던 이과이던 양방전공과목 학업성취도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문과출신의 경우 이과출신보다 한방과목의 학업성취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1학년 1학기 성적에 한정됐으므로 임상과목까지 모두 이수하고 난 이후에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반성과 조사를 진행하면서, 양의학계도 이제는 우리나라 의료를 책임지게 될 미래의 의료인력을 양성함에 있어서 한의학계와 역할분담을 함께 논의하는 교육의 동반자가 되기를 기대했다. 그리고 한의계도 무조건 양방과는 다른 혹은 한의학의 특성을 반영한 방식이라는 막연한 지적보다 우수한 인력들에게 어떠한 미래를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우수학생 선발보다 중요한 것은 입학한 학생들이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학생중심의 강의, 이론과 실습이 계통을 가진 강의, 임상실습이 위주가 되는 강의다. 이는 고등학교 졸업생을 선발하는 한의대도 마찬가지다. 우수학생을 선발하기 위하여 입문검사 혹은 수능시험 1점 미만의 소수점 차이에 신경 쓰는 것보다 우수한 학생들이 만족하도록 한의학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노력해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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