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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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20)
  • 승인 2009.05.22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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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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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하지 마십시오

진료를 하실 때 혹시 “다음 분!”하고 환자를 부르신 뒤에, 그제서야 차트 뒤적이면서 환자를 맞이하십니까? 닥치는 대로 진료하는 것과 말과 마음을 철저히 준비하고 진료하는 것은 그 결과가 사뭇 다릅니다.
진료할 때 첫 30초가 매우 중요합니다. 초기 눈빛은 항상 환자를 향해야 합니다. 환자의 눈을 쳐다보면서 미소를 머금고, ‘제가 당신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당신을 잘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환자와의 대화를 시작할 때 다짜고짜 질문으로 시작하기보다는, 환자분에 대해서 알고 있는 내용을 확인하면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사전에 무엇을 알아둬야 할까요?

우선 내원한 이유와 목적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걸 미리 알아두면 첫 멘트를 적절히 할 수 있으며,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예를 들어볼까요? 보약을 지으러 온 남자 고객에게,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라고 물으면, 환자가 대답하기를, “저 어디 아파서 온 건 아닌데요….” 만약 이런 식의 대화가 오가면 초장부터 빗나간 겁니다. 만약 살을 빼러 온 분에게, “환자분, 어쩌구저쩌구…” 하면 그 분이 속으로, ‘나, 환자 아닌데…’ 할 수 있습니다.
환자분이 우리 한의원에 왜 왔는가를 생각할 때는, ‘이유’와 ‘목적’을 구분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유’는 환자가 어디가 아파서, 어디가 불편해서 왔는가, 즉 주소증을 말합니다.

반면 ‘목적’은 그래서 환자가 무엇을 원하는가, 즉 ‘내원의도’에 관한 것입니다. 이 내원의도를 파악하고 만남에 들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환자분이 치료를 받으러 온 건지, 그냥 상담이나 한번 받아보려고 온 건지 알아야 합니다. 치료라면, 침을 맞고 싶어서 오신 건지, 약을 짓고 싶어서 오신 건지, 아니면 보약을 지으러 오신 건지를 알아야 하며, 상담이라면, 병의 원인을 찾고 싶어서 온 건지, 치료 방법이 궁금해서 온 건지, 아니면 체질을 알고 싶어서 온 건지 등을 파악해야 합니다. 이것들을 파악하고 환자를 만날 수 있다면 환자와의 대화에서 환자가 원하는 것을 보다 잘 채워줄 수 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환자는 원장님과 잘 통하게 되어, 좋은 결과를 내게 됩니다.

그런데 접수실에서 환자의 내원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접수 직원이 행여 “침 맞으러 오셨어요? 약 지으러 오셨어요?” 이런 식의 세련되지 못한 질문을 던진다면, 환자의 느낌에 별로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환자는 이런 식의 질문에, ‘그건 진찰을 해보고 원장님이 결정할 문제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싼 환자와 비싼 환자를 가리는 것인가?’라고 생각하며 불쾌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접수실 직원들이 이런 식의 질문을 환자에게 던지고 있는 한의원이 많습니다. 접수실 직원이 그런 질문을 환자에게 던지는 이유는 원장님께서 접수실 직원에게 그것을 항상 물으셨기 때문입니다. 순진한 직원은 원장님의 질문을 그대로 받아서 환자에게 물을 뿐이지요.

진료 전에 미리 환자에 대해서 파악해야 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하겠습니다. 이제부터는 결코 맨땅에 헤딩하지 마십시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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