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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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韓藥 여행스케치(33)
  • 승인 2009.05.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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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철

박정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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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쿠바 약용식물원(下)
2~3미터의 큰 키로 우뚝 솟아 있는 백지로 사용하는 구릿대가 보인다. 그 옆에는 구릿대와 생김새가 비슷한 Angelica pubescens가 자라고 있다. 이 식물의 꽃은 거대한 복산형화서이며 많은 백색의 작은 꽃이 달려 있다. 특히 엽병이 두껍고 튼튼한 느낌을 주므로 일본에서는 ‘갑옷풀’이란 이름이 붙여진 것 같으며 생약명은 ‘저독활(猪獨活)’이라 부른다. 한대석 교수의 저서를 보면 ‘중국약전에는 Angelica pubescens를 독활로 규정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별도로 당독활이라 부르고 있다’고 전한다.

산수유, 산치자, 마리아엉겅퀴, 현삼, 아출, 작약, 로벨리아, 형개, 황기, 목통, 산약, 천문동, 망강남(望江南), 시호, 닭의 장풀, 디기탈리스, 제충국화, 지황, 사삼으로 사용하는 당잔대도 재배되고 있다.

가을의 대표적인 들풀인 마타리와 이와 유사한 뚝갈도 촬영한다. 마타리 뿌리는 패장근으로 부른다. 패장이란 말은 뿌리에서 콩장(豆醬) 썩는 냄새가 난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마타리는 노란색 꽃이 피며 줄기에 털이 거의 달리지 않는 점이 뚝갈과 다르다. 뚝갈은 봄에 어린 순을 캐서 삶은 다음 나물로 먹기도 한다.

산편두로 쓰이는 차풀, 율무, 홉도 있다. 채소 또는 샐러드로 먹는 치커리도 보인다. 치커리의 뿌리는 구운 뒤 갈아서 조미 첨가제를 만들거나 커피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조미료와 방향제로 사용하는 탄지에도 특징인 동그란 노랑꽃이 수많이 피어 있다.

부자도 돌아오는 길에서 발견한다. 밭에 심어진 부자를 이곳 식물원의 부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뿌리가 약간 보이도록 흙을 파서 사진 촬영하고 다시 묻어둔다. 약용식물의 사진 촬영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답사단의 열정적인 모습이 외국인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쳐질까?

신경중추가 마비되며 호흡을 곤란하게 만드는 독(cicutoxin)을 함유하는 독미나리도 약용식물원 본부건물 앞 분수대에 심어져 있다. 택사도 본부 건물 앞에 심어져 있다. 택사는 전남 순천지역에서 대량 재배되고 있지만 보통의 재배지에는 뿌리줄기를 약용하므로 꽃은 피기 전에 잘라버려 꽃을 보기 힘들다. 여기에는 택사의 꽃과 열매가 잘 달려 있어 이들 꽃, 열매를 많이 촬영해 두었다.

고추, 부추, 호마(胡麻)같은 식용식물도 우수한 효능이 있는 약용식물이다. 이 재배장에는 이 같은 식용식물도 잘 가꾸면서 전시하고 있다. 우리들이 흔하게 보면서 별 가치 없이 여기는 이 같은 식물들도 그들은 잘 관리하면서 보존하고 있다. 하찮은 식물들도 약용식물 연구자들에겐 유용한 식물인 것이다. 식물 관리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현장에서 배운다. 일반인들에게 잘 개방하지 않는 연구용 재배장이라서 답사단 일행은 사진촬영에 다들 신경을 많이 쓴다.

개인적으로 찾아가기 힘든 귀한 약용식물원이다 보니 사진촬영과 식물관찰에 열중한 답사단은 현장의 식물 보호에 다소 소홀한 점도 없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려 약용식물원을 안내해준 분들께 감사와 죄송한 말씀을 함께 드린다. <격주연재>

글ㆍ사진 = 박종철 교수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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