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투박한 산촌을 배경화면 삼아, 손자와 할머니가 벌이는 크고 작은 에피소드로 엮어진다.
콜라·햄버거, 전자오락게임 없는 세상을 상상하지도 못했던 어린 손자에게 평생 벽지에서 살아온 벙어리 외할머니는 말 붙이기도 서먹한 낯선 존재다.
이 철없는 꼬맹이는 구부정한 허리 때문에 작아진 키, 소리를 내지 못하는 다소 만만해 보이는 할머니에게 ‘병신’이라고 놀려대는가 하면, 할머니의 고무신을 숨기는 등 심통 맞게 굴어댄다. 반면 말 없는 할머니는 조용히 어린 손자의 투정을 받아낸다. 이 위악 섞인 꼬마의 장난에 웃음이 흘러나기도 한다.
하지만 불협화음을 내던 이들의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를 뒤쫓아 가다보면, 어느덧 할머니에 대한 애정으로 따뜻해진 꼬마아이를 발견할 수 있다.
밖에서 무릎이 깨진 채로 터벅터벅 집으로 걸어오다가 할머니를 보는 순간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의 감정은 처음 할머니를 만난 순간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미술관 옆 동물원’에서 여성의 심리를 섬세하게 채색했던 이정향 감독은 ‘집으로’에서 내노라하는 스타는 고사하고, 연기경력이 전무한 배우를 기용한데다, 자극적인 그 무엇도 첨가하지 않은 채 모성애라는 다소 상투적이랄 수 있는 소재를 올곧이 그려냈다.
따라서 인위적인 자극과, 무리수가 없는 이 영화는 질리지 않는 자연의 매력과 흡사하다. 조
폭과 코미디 코드가 주류인 요즘이기에 그 빛이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아빠와 헤어져 사는 상우는 엄마가 일자리를 잃자, 할머니에게 맡겨진다.
외딴 집에 할머니와 단 둘이 남겨진 상우. 처음 만난 할머니는 행색도 초라할뿐더러 말도 하지 못한다. 상우는 집으로 다시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며 할머니와의 동거를 시작한다. 상영중 오진아기자
감독 이정향
주연 김을분, 유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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