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만난 두 여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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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만난 두 여자와...
  • 승인 2003.03.19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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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의 발견

감독 홍상수 / 주연 김상경, 추상미, 예지원

심심하다 못해 권태롭기까지 한 일상과 그 속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건. 그 수많은 사건 중에서 ‘중요한 사건’이란 전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의 개인적인 판단에 의해 기억된다. 따라서 때로는 비극적인 이별, 참담한 실패의 경험이라도 싱거운 에피소드로 남겨지곤 한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 ‘오! 수정’으로 알려진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이런 사건들이 담긴 빛바랜 앨범 같다. 설사 영화 속 상황을 직접 경험하지 않았더라도 이질감이 없는 것은 영화의 모티브가 되는 사건이 익숙한 일상의 연속선상 위에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시선이 가감 없는 단조로움과, 일상에 고정돼 있기에 자극적인 재미는 없다. 반면 비슷한 일상을 반복하는 ‘우리’를 보게 하는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 때론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짓이 괴로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생활의 발견’은 한 남자가 훌쩍 떠난 여행길에 만나게 되는 두 여자와의 사랑과 섹스다.

‘생활의 발견’이란 제목과 연관해서 생각해 볼 때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은 인간의 모방심리. 무의미하고 사소한 행동이나 습관이 모방을 통해 반복된다. 이런 모방행동은 사랑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술자리에서 동석한 사람이 옆으로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는 무심코 따라하고, 남한테 욕으로 얻어먹은 말을 그대로 남한테 써 먹어댄다. 자기를 좋아하는 여자는 싫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자 자기를 쫓아다녔던 여자처럼 사랑을 구걸한다. 웃긴다.

평소 습관부터, 사랑에 이르기까지 남을 따라하는 인간의 하찮은 속성을 꼬집어 그려놓은 모습이 재밌다.

연극배우 경수(김상경)는 영화에 한번 출연했다가 흥행에 실패하고, 차기작 캐스팅에도 물을 먹는다.

경수는 마침 춘천에 있는 선배와 연락이 닿은 김에 여행길에 오른다. 그리고 춘천에서 무용을 하는 명숙(예지원)을 만나 섹스를 하게 된다. 하지만 ‘사랑한다’며 매달리는 명숙이 부담스런 경수는 부산으로 떠나는 기차에서 선영(추상미)을 만난다. 경수는 선영에게 명숙처럼 ‘사랑한다’고 애걸하지만…

사랑의 대상은 틀리지만 구애장면, 연인들이 속삭이는 대화내용, 사랑하는 모습이 영 틀리지 않다. 사랑도 생활이었다.

현재 상영중. 115분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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