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精製 활석가루’가 돼 버린 ‘滑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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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精製 활석가루’가 돼 버린 ‘滑石’
  • 승인 2009.04.2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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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 사건에 이어 나라가 온통 탈크-석면파동으로 뒤숭숭하다. 멜라민은 ‘암 유발효과’,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정제를 만드는 데 활석이 1% 들어가고, 거기서 석면은 2~5% 정도가 포함될 수도 있다고 한다. 1만분의 5보다 낮고, 위산에 녹으며 문제가 없다고 해도 국민들은 꿈적도 하지 않는다.

주변을 돌아보면 이것보다 더 위험한 게 즐비하다. 환경오염과 자동차 사고, 각종 재해 등. 그런데 무엇이 이렇게 국민들의 눈을 한 곳에 집중하게 만들었는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언론이 또 한 몫 했을지도 모른다. 한약재가 대상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탈크는 식품과 일상생활용품, 의약품 등으로 워낙 많이 쓰이는 품목으로 한방은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을지 모른다. 부르는 이름이 다른 것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2007년 12월 한약규격집에 수재되기 이전까지 업체들은 ‘탈크’로 품목허가를 받아 한의원에 활석으로 납품했었다.
이번 사건으로 식약청 한약관련부서와 한의계는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일이어서 대안이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생겼으면 무엇이라고 말할까? “규정이 없다”, “활석과 석면은 다른 것이니 관리 못한 정부 탓이다”라고 변명했을까?

사건이 발생하자 식약청은 석면이 함유된 활석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규정을 고쳐 바로 고시했다. ‘滑石’이나 대한약전의 ‘탈크’ 모두 함수규산마그네슘에서 유래한 동일한 의약품이므로 똑같은 기준으로 관리한다는 것이다. 석면의 有無만을 확인하는 게 아니라 알루미늄, 칼슘, 철 등의 함유기준치까지 정해져 사실상 ‘정제 탈크’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한의학에서 활용해 왔던 ‘滑石’과 개정된 규정에 따른 활석-‘정제 탈크’는 약성에 차이가 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해 줄 근거나 자료가 없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의계가 내놓을 수 있는 근거는 옛날부터 활용해 왔다는 것이 거의 전부다. 만약 천연물 상태의 개별한약재에서 위해물질 논란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주장이나, 방제를 이야기하면 무해하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광방기나 청목향처럼 문제가 생길 때마나 하나씩 떨궈내는 식밖에 대응방법이 없는 것인지 아쉬울 따름이다. 한의학의 鑛物藥 ‘滑石’은 ‘精製 활석가루’-함수규산마그네슘이 돼 버렸다. 인체에 해롭지 않고, 약효에 영향을 주지 않아 양약에서 첨가제로 사용하는 것을 한방에서는 ‘利水渗濕藥’으로 쓰는 꼴이 됐다.

민족의학신문 이제민 기자 jemin@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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