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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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7)
  • 승인 2009.04.2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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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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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것을 연습하십시오

지난 호에 이어 네 번째로, 환자에게 신뢰감을 주는 말투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자기 자신은 정작 자신의 말투가 어떤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남의 말투에 대한 언급은 자칫 인격을 건드리는 부분이 될 수 있어 잘 지적해주지 못하죠. 그러므로 자신의 진료 현장을 녹음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저는 5년간 MBC 라디오동의보감을 진행하면서 저의 목소리를 숱하게 들었습니다. 처음에 방송을 시작하였을 때는 제가 들어도 어색하고 부족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를 거듭 할수록 제 목소리가 점점 마음에 들었습니다. 계속 들으면서 저의 말투를 고치는 노력을 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제가 닮고자 했었던 목소리를 자주 들었습니다. 당시 MBC 라디오에서 ‘손에 잡히는 경제’를 진행하던 김방희씨가 있었어요. 지금은 KBS 라디오에서 아침에 ‘김방희의 시사플러스’를 진행합니다. 이 분이 발음이 명확하고, 자신감 있고, 진행을 아주 잘했어요. 그래서 그 분의 방송을 열심히 들었죠. 그리고 뉴스는 항상 MBC 엄기영 앵커가 진행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자꾸 들으며 그 음성을 제 뇌리에 각인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노력의 결과로, 더 맛깔난 음성을 가지게 되었고, 제 라디오동의보감의 청취율이 점점 올라갔으며, 방송 진행 외에도 라디오 CF를 두 건이나 하는 기회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성공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겸손하면서도, 권위 있고, 자신감 있는 말투가 꼭 필요합니다. 특히 여자 환자들은 목소리만으로도 엄청 큰 느낌을 받습니다. 남자들은 주로 시각적인 요소에 영향을 더 많이 받습니다. 사랑을 나눌 때도 뭔가 보일 듯 말 듯 섹시한 모습에 더 흥분하죠. 그런데 여자들은 목소리에 더 예민합니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뭔가 한마디 해줄 때 더 흥분하지요. 부드럽고, 따듯하면서도 힘이 있는 목소리는 상대에게 최면을 건 것처럼 강력한 지배력을 갖습니다. 때로는 음성이 외모보다 더 강렬하게 상대에게 기억됩니다. 특히 여자에게는.

말을 한다는 것은 그저 문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닙니다. 어떤 분은 빠르게, 쉴 틈 없이 말하면서, 자신이 청산유수처럼 말을 잘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듣는 사람은 아주 지겨울 수 있습니다. 모노톤으로 계속 얘기하면 지루하고 심심합니다. 말을 할 때는 높이, 크기, 깊이, 빠르기, 쉬기, 힘주기가 시의적절하고 다양하게 구사되어야 합니다.

발음을 명확히 하는 훈련이 있습니다. 제가 라디오방송을 진행할 때, 담당 PD가 가르쳐준 방법입니다. 엄지손가락을 이로 물고, 이를 엄지손가락에서 떼지 않은 채 읽는 연습을 하는 것입니다. 하루에 A4 용지 한 장씩 읽어보십시오. 그러면 발음이 점점 좋아질 겁니다. 그리고 ≪보컬 파워≫라는 책을 추천합니다. 간단히 설명해도 될 것을 억지로 늘여서 쓴 감이 없지 않지만, 정신, 육체, 영혼을 통합하여 자신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목소리를 갖는 법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루에 7분씩 목소리를 연습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이미지를 형성할 때 표정과 말투가 93 %를 차지합니다. 말의 내용은 고작 7%밖에 차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하시고, 환자와의 첫 만남에서 멋진 첫인상을 만드시기 바랍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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