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규 칼럼] 발상의 전환 필요한 전문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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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발상의 전환 필요한 전문의제
  • 승인 2009.04.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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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방의사에 비하여 모든 한의사는 침구전문의 자격이 있지 않을까, 침구과전문의는 양방의 내과 분과전문의처럼 세부 전공으로 나누면 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모든 한의사에게 침구과전문의 취득기회를 부여하고, 침구과전문의는 약침, 사암침, 성형침 등 분과전문의로 만들고, 다른 전문의는 내과·침구과 전문의 혹은 사상체질·침구과전문의처럼 복수전문의로 만들면 어떨까요?”라는 우문에 개원의는 “좋은 아이디어” 혹은 “그래도 침구과도 전문성이 있는데”라는 대답을 듣고, 침구과전문의가 아닌 전문의는 “침구과전문의가 이 자리에 없으니 저는 찬성이다”는 답을 들었다. 이해당사자들의 복잡한 사정을 느낄 수 있었다.

기초학 전공이라 한계가 있겠지만 또 다시 원점에서 논의한다기에, 적어도 이해당사자가 아닌 자유로운 입장에서 학업에 전념해야 할 학생들의 미래를 생각하는 차원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해 본다.
논어에 ‘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까지 전문의문제에 있어서 이해당사자들이 서로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시키거나 혹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가지고 다른 이해당사자에게 베풀며 더불어 가고자 하였는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지금까지 모든 졸업생이 수련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면 대부분 수련의과정을 선택하였을까 의문이 든다.

경기가 좋을 때는 졸업생 대부분이 부원장이나 개원을 선호하여 수련의 뽑기가 힘들고, 경기가 어려우면 수련의경쟁이 치열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교육이나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수련의의 과정을 선택한 동료에게 힘들면 개원하라고 권유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전문의제도 시행이후 10년 동안 기존 제도개선이나 새로운 의료시장에 대비한 전문의신설에 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이해관계가 상충되었을 때 단기간의 일회성 정책보고는 있었지만, 전문의교육자 및 피교육자의 수요공급 문제, 전문의배출이 가지는 의료사회학적·보건경제학적 가치, 한의사전문의제도 시행이후 변화된 의료체계에 대한 분석, 전문의 배출에 따른 건강보험을 비롯한 진료비용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는 미흡해 보인다. 이해당사자를 설득시킬 수 있는 근거가 있었다면 매번 원점으로 돌아가지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전문의 문제도 수련교육 개혁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전문의 제도시행 이후 병원단위의 환자진료에 전문성이 얼마나 기여하였는지, 교육시스템은 얼마나 효율적이었는지, 수련병원 지정 및 수련기간이 합리적이며 비용대비 효과적이었는지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안을 근거로 1차 진료를 담당하게 될 사람이나 개원의에게 전공의과정과는 다른 수련의과정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분과에 해당하는 적정인원의 환자도 없고 대체진료 가능한 기관도 없으면서 수련의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소홀하다면 개원의가 제기하는 각종 이의에 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졸업생들이 수련의지원을 꺼리는 기현상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의사전문의 배출의 의미는 단지 한의계에 국한되어 있지 않고, 양방과의 관계, 진료비용 문제, 시대변화에 대응 가능한 기술력 확보와 같이 의료체계, 사회적 비용, 교육체계가 맞물려 있는 사안이다. 그러므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기존의 방식과 달리 한의계의 현실과 특성을 반영하는 창의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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