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직접구로 승부하는 이동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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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직접구로 승부하는 이동화 원장
  • 승인 2009.04.1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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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기술 갖춘 뜸이라야 부작용 예방

군대시절 야전훈련 때마다 기관총 사수들은 감제고지(瞰制高地, Commanding Heights) 점령을 위해 무거운 기관총을 들고 고지정상 이곳저곳으로 뛰어다니곤 했던 기억이 난다. 감제고지는 적의 동태를 살피는 최적의 장소이자 공격과 방어가 유리한 전략적 특화지점이어서 전쟁의 승기를 잡는데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진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감제고지라는 것이 막상 적에게 빼앗겼을 때는 아군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양날의 검과 같다.

지난해 추석 때부터 불거진 한의계와 뜸사랑과의 갈등을 볼 때마다 뜸은 마치 감제고지와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한의계에서 뜸은 뛰어난 치료효과에도 불구하고 치료방법의 주류를 형성하지 못했다. 그 결과 뜸(직접구)이 한의학의 전문가인 한의사가 아닌 유사업자들에 의해 시술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아시혈’ 짚는라 굳은살 박혀

어느날 신문사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간접구를 위주로 뜸치료를 하고 있는 한의계에 직접구를 통해 요통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한의사가 있다는 제보였다.
김남수 옹을 위시한 뜸사랑이 직접구를 통해 대중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시점에서 직접구를 전문으로 시술하는 한의사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일정을 잡고 제보의 주인공이 있는 대구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십수년간 직접구를 전문으로 많은 환자를 치료한 이동화 원장(대구 수성구 진한의원·사진 上)을 만날 수 있었다.
“환자의 상황에 따라 직접구보다 간접구가 더 필요한 상황이 반드시 있지만 저는 아직도 큰병을 다스릴 때는 직접구가 더 용이하다고 믿고 있습니다. 특히 직접구를 통해서만 나타나는 인체의 ‘가열단백체’만 하더라도 좋은 예일 것입니다.”

이 원장은 실제로 대구지역에서 향토명의 7인에 추천되고 삼성 라이온즈의 주치의를 역임하는 등 직접구를 통한 요통치료의 명의로 소문이 자자하다.
할 줄 아는 게 요통밖에 없어서 그분야만 줄곧 공부하고 치료할 수밖에 없었다는 이 원장. 그래서인지 그의 오른손 엄지 밑에는 오랜시간 환자의 아시혈(阿是穴)을 찾는라 생긴 굳은살이 볼록하게 솟아 있다. 그에게 그 굳은살은 직접구를 전문적으로 시술하는 한의사로서 일종의 훈장인 셈이다.

■ 무극보양뜸, 중병치료엔 한계

일반인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모순된 생각이 어쩌면 ‘어떤 방법으로든 치료효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일 것이다. 물론 의료행위에서 치료효과만큼 가장 확실한 근거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의료행위 그 중 특히 뜸은 학문과 임상기술이 균형을 이뤄야만 근본적 치료가 가능하다.

이 원장은 김남수 옹이 주장하듯 무극보양뜸의 혈자리(남성 : 백회, 곡지, 족삼리, 폐유, 고황, 중완, 기해, 관원 / 여성 : 백회, 곡지, 족삼리, 폐유, 고황, 중완, 중국, 수도)에 뜸을 뜨면 건강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보양건강상의 효과만 있고 신경정신이나 기타 중병치료에는 한계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경락에 열감만 전하면 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우선은 치료의 원리를 이해하고 환자를 위한 최상의 치료법을 적용해 보다 우수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원장은 중병이나 신경정신적 치료를 위해 백회, 대추, 전중, 거궐, 중완, 고황, 격수, 간수 등에 뜸을 놓는다.

또 그는 직접구로 인해 생기는 화상 문제 역시 신체의 접속면을 손날에 고정해서 엄지와 중지를 이용해 정교하게 뜨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백회에 뜸을 뜨는 것이 시비를 일으키는데 사실 사혈을 하면 시술이 가능하다”며 “치료원리에 대한 이해 없이 경험에만 의존한 치료는 결국 제대로된 임상 적용을 할 수 없다.”

■ 뜸, 결코 쉽지 않다

이 원장은 지난 2월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뜸시술 자율화법안’을 발의했을 때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아직도 구(灸)를 뜰 때면 혈자리 하나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하곤 합니다. 이렇게 어렵고 정밀함을 요하는 뜸시술에도 불구하고 아무나 뜸을 뜨게 된다면 문제가 발생하고 말 것입니다. 학문적 깊이와 최소 6~7년 이상의 임상경험이 없다면 한의사도 직접구를 능숙하게 시술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와 함께 그는 한의계에서도 자성을 통해 지금이라도 뜸에 대한 연구와 임상경험을 쌓을 수 있는 여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의대 졸업생이나 개원 초년한의사들은 뜸을 공부하고 싶어도 어떤 책을 봐야 하고 어디서 실습할지 결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곤 한다.

이 원장은 현재 모 방송국의 요청에 따라 일본진출을 계획 중이다. 우선 일본을 통해 뜸에 대한 우수성을 먼저 알리고 국내에는 부산대학교 한의전의 권영규 교수와 함께 집필활동을 통해 뜸의 이론적 체계나 기전을 소개할 생각이다.
“뜸은 경근병을 비롯한 만성질환 치료의 가장 좋은 치료술 중에 하나입니다. 그렇기에 치료기술의 정교함과 숙련도를 요구하는 것이지요. 우리 한의계도 앞으로 뜸을 임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대구 = 민족의학신문 최진성 기자 cjs5717@mj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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