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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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의 진료의 기술(16)
  • 승인 2009.04.1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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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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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거리지 마십시오

최근 몇 주 동안 환자에게 좋은 첫인상을 주는 말투에 대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환자를 대할 때 자신감 없는 말투와 몸짓이 나가지 않도록 주의하셔야 합니다. 뭔가 마음에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슥’ 소리를 내면서 ‘갸우뚱’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몸짓이 습관이 되면 곤란합니다. 만약 환자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면 원장님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원장님께서 장기형상진단기(초음파)를 처음 배우시고 환자를 진찰할 때를 생각해보십시오. 화면에 보이는 간의 모습이 좀 알쏭달쏭할 경우, 혼잣말로 “(숨 들이마시며, 슥 소리 내며) 간이 좀 이상하다...?” 이렇게 중얼거릴 수 있습니다. 원장님은 혼잣말로 한 소리지만, 긴장 속에 진찰대 위에 누워서, 불안감에 휩싸여 있던 환자의 가슴에 그 소리가 바로 박힙니다. 그리고는 환자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원장님께 물어보겠지요. “원장님, 혹시 제 간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이때 원장님은 흠칫, 멋쩍은 표정으로, “아, 아니에요”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환자는 밖에 나가서 간호사에게 또 물어봅니다. “아까 원장님이 제 간이 좀 이상하다고 그랬는데, 제가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요?” 환자는, 뭔가 차마 말 못할 심각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지 상상합니다.

몸짓은 소리 없는 말입니다. 환자 앞에서는 설령 잘 모르겠더라도 결코 갸우뚱하지 마십시오. 이상하다는 표정도 짓지 마십시오. 환자는 다 살피고 있습니다. 확신 없어 하는 원장님의 몸짓을 환자의 영혼이 다 알아차립니다. 그러므로 설령 모르겠다 하더라도 원장님의 몸짓은 항상 “끄덕끄덕”이어야 합니다. 맥을 짚을 때에도, 검사 결과를 볼 때에도, 기타 다른 진찰을 할 때에도, 원장님은 항상 다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 있는 말투와 몸짓으로 환자를 리드하셔야 합니다. 원장님이 갸우뚱하고 있으면 환자가 얼마나 불안해지겠습니까. 환자 앞에서 절대 혼잣말로 중얼거리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특히 “이상하다”라는 말을 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혹시 자신이 이 말을 습관적으로 내뱉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십시오.

원장님은 앞에 앉은 환자가 가진 문제를 많이 다뤄봤고,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고, 익히 예상되는 문제들을 보고 있는 것처럼 비춰져야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내가 이 문제를 잘 다룰 수 있다”는 인상을 환자에게 심어주셔야 합니다. 환자를 속이고자 함이 아닙니다. 환자를 안심시키고자 함입니다. 환자에게 신뢰를 심어주는 것이 치료 예후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환자에게 말할 때 불명확한 발음으로 중얼거리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마치 입에 사탕 물고 있는 것처럼 우물우물 말하지 않도록 조심하십시오. 목소리가 작은 경우에도 환자들이 힘들어 합니다. 반드시 알아들을 수 있는 큰 소리로 명확하게 발음하십시오. 그리고 사투리를 쓰시는 원장님이 만약 수도권에서 진료하신다면 너무 심한 사투리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 쓰십시오. 목소리는 타고나는 것이지만 말투는 학습되는 것입니다. 즉 얼마든지 더 멋지게 고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말투를 훈련하는 것에 대해서 다루겠습니다.

이재성
한의사, LK의료경영연구소 소장
(w ww.lkmri.org)
前 MBC 라디오동의보감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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