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혜정 칼럼] 한방감기치료로 로컬경영치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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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정 칼럼] 한방감기치료로 로컬경영치료를
  • 승인 2009.04.10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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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개원하면서 원외광고는 없었지만, 원내 환자에게 꾸준히 설명하고 홍보했던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감기. 한방치료가 좋아요”라는 것이었다. 어느 한의원이나 그랬겠지만, 그런 말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한의원에서도 감기치료를 해요?” 라는 말이었다. 오랜만에 타지에서 딸의 한의원을 찾아 치료받고 계시는 우리 어머니마저 “여기 사람들은 신기하다. 우리 동네에서는 감기 걸리면 이비인후과 가는데 이 동네 사람들은 한의원에 오는구나”라고 말씀하시니 처음 환자들이 내게 한방 감기치료의 효율성을 이야기했을 때 의아해한 건 당연한 것이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의원에 갔다가 감기환자들이 치료되는 것을 보고, 지인이 감기 걸리면 한의원을 추천하게 된다면, 그것은 학술적 증명을 떠나 사람들에게 상식이 될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풍이라고 하면 모두들 한방병원을 떠올렸던 것처럼, 그 시절 중풍이라는 난질환에 한의학적 치료가 양의학적 치료보다 우위를 점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믿고 사람들이 한방 의료기관을 찾은 것은 아니었다. 대저 보고 들은 것이 그러했고 그것이 상식이기에 한방 의료기관을 찾은 것이다.

사실상 과학적 증명과 논문은 언론과 방송의 일방적 시선을 넘어서지 못하고, 방송의 홍보는 사람들의 상식을 넘어서지 못한다. 의심의 여지없이 당연하고, 특별한 판단 없이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것, 결국 환자들은 방송에서 좋다고 하는 말보다, 학술적 증명보다, 자신의 경험에 의존하고 지인의 추천에 더 신뢰도를 두게 된다.

그러한 면에서 감기라는 질환은 병정이 빠르고 치료전후 환자가 느끼는 자각증상이 만성질환보다 확연할 뿐만 아니라, 치료자체에 있어서도 양방치료보다 속효이고, 장기적으로 가서는 한번 앓고 나서 겪게 되는 후유증 면에서 한방치료가 월등하다는 사실을 빠른 시간 안에 인지하게 된다. 또한 다른 여타 질환이 치료되고 나서 재발할 경우 해당의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반면, 감기라는 질환은 치료되고 나서 다시 걸리게 되었을 때 원래 치료했던 진료기관을 다시 찾게 하는 재진률을 높이는 질환이기도 하다.

또한 모든 외감 내상질환은 감기를 위시로 찾아오기 때문에, 감기에는 한의원! 이라는 생각이 상식이 된 환자들은 신우 신염에도, 과로로 인한 몸살에도, 방광염에도, 초기당뇨에도 한의원을 찾게 된다.
초기 본원은 보통 동네한의원이 그렇듯 가끔가다 오는 보약환자와 머리 어깨 무릎 팔의 부항과 물리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곳에 변증과 한의학적 진단근거가 무색해지는 경우가 많았으며, 과연 학교수업시간에 들은 “그러나 임상에서 환자가 교과서 같지는 않지요”라는 말을 실감하게 되고 좌절하게 되었다.

이제 개원 5년을 넘어가며, 본원은 양약을 먹지 않은 초기 외감 상한 상풍 환자들이 내원하고, 그들의 병정은 정확히 동의보감과 같고, 정확히 상한론을 따르며 정확히 내경의 원리가 관통하고 있다. 한 해 한 해 지날수록, 상한론에서 말하는 날짜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게 얼마나 정확한 프로그래스 노트인지 무릎을 치게 되고, 동의보감의 조문 하나하나가 마음에 새겨지며, 증상을 보다가. 사람을 보게 되고, 작금에 이르러서는 계절을 보고 결국 자연을 보게 된다.

서울에서도 제주에서도 대구에서도 많은 환자들이 감기에 한의원을 찾는다면 그것은 결국 서로의 한의원에 이익이 되는 일일 것이다. 무엇보다 변증 없이 대증으로 투여되는 해열제와 효과 없고 내성과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항생제의 폭격에 가까운 투하로부터 우리의 어린이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우리 한의사들은 감기치료를 해야 할 권리를 넘어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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